진화생물학에는 단속평형(punctuated equilibrium)이라는 개념이 있다. 진화적변이가 오랜기간동안 변화가 없다가 어느순간 빠르고 폭발적으로 종을 형성하는것을 말하는 것으로, 일단 큰 변화가 있은 이후에 다시 안정을 찾는 상황이 오고, 또 어느 순간 폭발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방식으로 진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진화생물학 이외에도 사회학과 경영학, 경제학에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혁신과 변화를 설명하는 경제학자들은 증기기관이나 전기, 또는 전화와 같이 폭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프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산업을 파괴적으로 변신시키는 힘으로 동작하지만, 이런 기술들이 인프라가 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관된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에서 여기에 익숙해지게 되면서 균형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의 커다란 혁신이 일어날 경우에 또다시 이런 과정을 반복한다는 것이 단속균형의 개념이다. 예를 들어, 거대한 중앙집중적인 전기보급 서비스의 경우 초창기에는 개별적인 전기생산 및 보급이 있다가, 규모의 경제와 전기의 생산 및 배포를 중앙집중적으로 책임지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다양한 운영의 노하우가 쌓이고, 이것이 암묵적인 지식화와 시스템이 되면서 이제는 안정된 형태의 인프라구조가 만들어졌다. 전기가 처음 나왔을 때의 커다란 보급의 물결과는 또 다른 안정적인 작은 변화들이 지속되면서 오늘날의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급격한 변화는 이런 전통적인 시각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딜로이트의 John Hagel III 등이 주장한 지속적 파괴(constant disruption) 모델이다. 기본적으로 파괴적 혁신의 주기가 과거에 비해 훨씬 빨라진 것이 가장 커다란 과거와의 차이인데, 최근의 컴퓨팅과 통신 인프라와 관련한 기술들은 더 이상 안정주기라는 것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급격한 발전을 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특정 기술에 집착해서 안정을 취하려 한다면 그 다음 혁신기술에 의해서 바로 파괴를 당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제 디지털 기술이 사회의 인프라의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에, 기술의 영역을 넘어 사회와 정치, 비즈니스, 교육 영역에서도 나타나려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속적 파괴와 공공체계의 정책이나 규제 등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그 간극이 넓어지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일단의 합의된 변화를 바탕으로 규제를 풀고, 새로운 규칙을 정하는 등의 작업들이 격차가 커지면서 혁신을 일으키는 곳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것이 나타나서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의 문제로 일의 진행이 늦어지거나 범법자가 되도록 만드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고, 반대로 새로운 규칙을 만들거나, 경영을 해야하는 입장에서는 바뀐 상황을 토대로 합의를 하는데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의 부족과 동시에 지금 바꿔봐야 또다시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는 어려움을 토로한다.
결국, 근본적인 프로세스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의 안정된 시기를 토대로 하는 방식의 경영이나 사회를 동작시키는 시스템이, 기본적으로 지속적 혁신을 통해 사회가 변화한다고 가정하고 경영하거나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면 이런 불만과 충돌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갈 것이다. 다시 말해 더 이상 평형상태가 존재하지 않고 지속적인 변화만 있으며,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데, 이런 상황의 변화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이나 경영이 등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무섭고 두려운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을 잘 하는 종이 결국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듯이, 변화경영과 혁신의 힘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을 게을리 한다면 미래의 환경에서는 점점 경쟁을 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언제나 미래에 대해서 마음을 열고, 세상과 호흡하려는 개방형 혁신이 중요한 이유이다.
참고자료 : The New Reality: Constant Disruption
글 : 정지훈출처 : http://health20.kr/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