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디지털 헬스케어, 핀테크 기업의 기술특례상장은 ‘이렇게’ 바뀝니다

이 글은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김성현 변리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2014년부터 기술특례상장 대상이 비바이오 기업으로 확대된 이래 최근 정말 다양한 업종과 기술의 기업이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지난 2021년의 경우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신규 코스닥 상장사는 31개사로 제도 도입 이후 최대치였다. 신규 상장사의 업종을 살펴보면 바이오 기업이 9개 사, 비바이오 기업이 22개 사라고 한다. 상장 기업의 업종이 순수 바이오에서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혁신 분야로 전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지난주 기술특례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충청권 소재 모 기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 기업의 사업 분야는 고도의 기계항공 기술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이었다.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의 업종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음을 체감한다. 그래서 이번 글은 순수 바이오가 아닌 다른 업종의 평가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답을 알려드리려고 한다. 이번 글이 독자가 속한 기업의 기술특례상장 성공 확률을 3%라도 높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산업/기술 모듈형 평가지표를 도입한다

기술특례상장을 신청하는 기업의 업종이 다양화되고 있다. 2016년까지는 기술특례상장 신청 기업은 바이오 업종이 압도적이었다. 2017년 이후 IT 및 제조, 융복합 업종 기업의 신청이 증가하다가 2020년에 이르러 바이오 기업 수를 넘어서게 된다. 2021년에는 상장신청 기업 수가 79개사였는데, 이 중 32개 사가 바이오 기업이고, 47개 사가 IT 및 제조, 융복합 업종의 비바이오 기업이라고 한다. 이 같은 현황에 따라 업종별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평가지표가 필요했다. 종래에는 산업이나 기술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단일한 평가 체계를 사용 중이었다. 결국 다음과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다양한 기술/산업에 대한 일관된 분류, 평가 지침이 부재하다”
“IT 서비스 기업은 기술성만큼 시장성도 중요한데 항목별 가중치에 대한 가이드가 부족하다”
“바이오 분야 내에서도 신약과 의료기기는 평가의 방향이 달라 구분이 필요하다”

업종별로 서로 상이한 ‘핵심 성공 요인(Key Success Factor)’을 반영한 평가모델이 필요했다.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기업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업종별 핵심 성공 요인이 모두 다름을 알 수 있다. 핵심 성공 요인은 ‘핵심 과제’ 또는 ‘중점 과제’라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바이오 의약품이나 바이오 의료기기의 경우 기초기술 의존도가 높은 기술-지식 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연구개발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동일한 바이오 업종이지만 세부적으로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핵심 성공 요인은 또 다르다. 라이선스 아웃이 아닌 완제품 생산이 더 중요한 의료기기의 경우 제조-공급 역량이 더 우선된다. IT 업종의 경우 AI/빅데이터 등으로 인해 기술 변화가 빨라 그 대응을 위한 사업 역량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IT 업종에서는 시장 트렌드 부합 수준, 수익 모델 및 서비스 규모 등이 핵심 성공 요인이다.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하여 거래소는 대표 산업별 및 기술별 핵심 성공 요인을 정리한 모듈형 평가지표를 개발하였다. 산업별로는 바이오 의약품, 바이오 의료기기, IT, 제조(소부장), 서비스/기타를 대상으로 하고, 기술별로는 AI/빅데이터, 실감형 콘텐츠(메타버스, AR/VR), 2차전지/ESS, 청정에너지를 대상으로 하여 핵심 성공 요인을 정리한 평가지표를 제시하였다. 기술 평가지표의 경우 4차 산업혁명 주요기술이나 10대 국가필수전략기술 등과 비교할 때 누락된 기술이 다소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기술특례상장을 신청하는 모든 기업들은 반드시 특정 산업 평가지표로 평가를 받게 된다. 신청 기업을 앞서 설명한 바이오 의약품, 바이오 의료기기, IT, 제조(소부장), 서비스/기타 중 어느 하나의 산업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다만 산업적 구분이 모호한 경우 복수의 산업 평가지표를 종합하여 적용하거나, 기술 평가지표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이 ‘모듈형’이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다.

◆AI, 디지털 헬스케어, 핀테크 기업의 평가는 이렇게

AI 기업의 경우 먼저 그 기업의 산업 분야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료 영상 분석이나 수술용 로봇이 타겟 산업이라면 ‘바이오 의료기기’로 산업 분야를 결정하고, 맞춤형 교육이나 비즈니스/금융 데이터 분석이 타겟 산업이라면 ‘IT’로 산업 분야를 결정할 것이다. AI는 기술의 카테고리이므로, 이렇게 결정한 산업 평가지표에 AI/빅데이터 평가지표를 부가적으로 활용한다. 산업 평가지표를 우선적으로 보자. 전자의 경우라면 ‘의료기기 인허가’, ‘진단 정확도’, ‘보험수가 적용 여부’ 등을 핵심 성공 요인으로, 후자의 경우라면 ‘시스템 최적화 수준’, ‘데이터베이스 확보 여부’ 등을 핵심 성공 요인으로 하여 평가를 진행한다. 그리고 양자 모두 AI 기술평가 지표로서 ‘인공지능 알고리즘 경쟁력’, ‘데이터 저장/처리/분석 기술의 차별성’ 등을 함께 평가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바이오 의료기기’ 산업 분야에 속한다. 그래서, 앞서 설명한 대로 ‘의료기기 인허가’, ‘진단 정확도’, ‘보험수가 적용 여부’ 등을 핵심 성공 요인으로 하여 평가한다. AI/빅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라면 AI 기술평가 지표를 활용하여 ‘인공지능 알고리즘 경쟁력’ 등도 함께 평가한다. 재활 분야에서 최근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메타 헬스케어’ 기업이라면 기술 평가지표로 AI/빅데이터가 아닌 ‘실감형 콘텐츠(메타버스)’를 활용한다. 이에 따라, ‘유저 인터페이스 수준’, ‘그래픽 구현 기술’, ‘트래픽 대응 탄력성’ 등의 핵심 성공 요인을 갖추었는지 평가한다. 끝으로 ‘디지털 치료제’ 유형을 보자. 디지털 치료제도 의료기기의 일종이지만 소프트웨어의 성격이 있으므로 ‘바이오 의료기기’ 산업과 ‘IT’ 산업 평가지표를 종합하여 사용한다. 융복합 산업이기 때문이다.

간편결제/송금과 같은 흔히 볼 수 있는 핀테크 기업 유형은 IT 산업과 서비스/기타 산업의 평가지표를 종합하여 평가한다.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마이데이터(MyData), 인슈어테크(InsurTech) 등과 같이 AI 또는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는 경우라면 앞서 설명한 IT산업 평가지표와 AI 기술 평가지표를 결합하여 사용한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핀테크 기업이라면 안타깝지만 적합한 기술 평가지표가 없을 듯하다. 블록체인의 제도권 진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핀테크 기업이라도 사업 형태가 시스템이나 플랫폼 공급이라기 보다 서비스에 가깝다면, 기술기반 기업이 아닌 사업모델 기업으로 평가를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특히 금융위에서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을 받을 경우 기술평가 및 질적심사 과정에서 우대가 있다. 사업모델의 경우 주요 평가지표는 ‘사업화 수준’, ‘수익 창출 방식’, ‘시장점유 확대 전략’ 등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첨언하면, ‘블록체인’과 같이 카테고리가 없는 경우 핵심 성공 요인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궁금해할 수 있다. 그럴 때 필자는 선제적으로 핵심 성공 요인을 정의하라고 코칭 한다. 당연히 임의로 일방적으로 정의하라는 것은 아니다. 평가자를 설득해 내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의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 공신력이 있는 기관이나 단체의 산업 동향 및 시장 분석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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