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고문은 AER 지식연구소 조민수 선임연구원의 기고문으로 아산 기업가정신 리뷰(Asan Entrepreneurship Review, AER) ‘OKR로 되찾은 일의 격(格), 불확실성 넘어 하늘 날다 – 콴텍,’ 저자: 김유경 사례의 일부 내용을 발췌 및 재구성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례는 AER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고자의 주장이나 의견은 벤처스퀘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수평조직의 개념은 더 이상 새롭지 않으며 보편화된 개념이다. 이제는 대기업이던 스타트업이던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팀을 기반으로 업무나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그 이유는 수평적 팀이 1) 조직내 위계를 파괴하여 구성원들의 능력과 역량에 기반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2) 위계에 따르는 긴 의사결정 구조가 없어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으며, 3) 각 구성원들이 자율성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를 만들어 혁신적 성과의 창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태에 맞는 장점이 많은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성과라는 산출물(Output)이 그저 팀제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거저 나오지 않는 다는 것도 다들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팀 효과성에 대한 Input, Process, Output(I-P-O) 모형에 따르면 팀 구성원들의 역량과 같은 투입물(Input)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팀 리더의 권한 위임과 의사소통의 확대 등과 같은 다양한 팀 프로세스(Process)를 적극 활용하여 최선의 산출물을 창출할 수 있다.
<그림 1> 팀 효과성 극대화를 위한 I-P-O 모형
(출처: 저자 재구성)
이렇게 성과를 창출하는 팀 프로세스로서 리더십은 매우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특히, 스타트업 팀의 대표라면 누구나 리더십과 관련된 고민이 중요한 화두일 것이다. 하지만 초기 창업자들 중 상당수가 의외로 리더의 역할이나 태도에 대해 큰 고민 없이 정답을 정해 놓은 경우를 종종 본다. 아무 창업자나 붙잡고 물어보라, “어떤 리더가 되고 싶나요? 본인은 어떤 리더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말이다.
십중팔구 자율성, 권한위임 등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창의성과 의사소통을 중요시하는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한다는 대동소이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권한을 위임하고 팀 구성원들의 동기부여에 신경 쓰는 임파워링 리더십(empowering leadership)이 최근 수평적 조직의 트렌드를 타고 대세로 자리잡긴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표들이 회사의 개별적 현황에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인 대답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개별적 현황과 이에 따른 리더십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여러가지인데 하나의 일반화된 리더십이 모든 상황을 헤어나갈 수 있는 ‘마스터 키’로 기능할 수 있을까?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 콴텍의 사례를 통해 창업자의 리더십 이슈를 짚어보자.
<그림 2> 콴텍의 서비스
(출처: 콴텍)
핀테크 스타트업인 콴텍은 금융시장의 부정적인 환경변화로 초기 진행중이던 프로젝트가 좌초하게 되었다. 외부 리스크 요인은 조직내 다양한 인사관리 이슈들을 촉발시켰는데, 팀을 완전히 리빌딩하는데 성공하여 빠르게 성장하였다. 최근 코스콤이 주관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 테스트에서도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거두는 여러 알고리즘을 개발하며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콴텍의 극적인 기사회생의 이면에는 위협적인 환경변화에서 살아남아 성과를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한 콴텍의 임직원들과 그들의 동기부여를 최대한 이끌어 내어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이끈 이상근 대표의 리더십 변화가 있었다.
[표 1] 기간별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 순위
(출처: 코스콤)
콴텍은 퀀트 알고리즘을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을 개발하고 장기적으로는 투자자들의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를 대체하고자 하였다. 2019년 시리즈 A 투자유치 성공과 함께 본격적으로 솔루션 개발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는 반대로 금융위원회의 규제정책의 방향성이 부정적으로 변화하며 비즈니스모델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구성원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했고 결국, 조직 내부에서는 디자인팀과 법무팀 간에 부서 간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기폭제가 되었다. 디자인 팀은 사용자 경험을 중심으로 제품을 디자인했으나, 법무팀은 금융규제에 대한 컴플라이언스 관점에서 UX·UI에 사사건건 문제제기를 하여 번번이 부딪혔다. 일부 임원들이 이상근 대표의 권한을 침범하는 사례까지도 빈번하게 발생하며 회사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흐트러졌고 어렵게 스카우트한 핵심인재들도 속속 다른 회사로 이직을 결정하였다. 위기가 닥치자 그간 간과되어 왔던 이상근 대표의 리더십의 부재는 조직내 갈등을 야기하며 콴텍을 총체적 난국에 빠트렸다.
이상근 대표는 콴텍 창업 초기부터 혁신을 유도하기위해 적극적으로 본인의 권한들을 구성원들에게 위임하였을 뿐만 아니라 민주적 의사결정과 수평적 조직문화를 지향했다. 따라서 대표가 조직을 관리하기보단 권한을 위임받은 임직원들이 조직을 자율적으로 운영해 나가길 기대했다. 그러나 권한을 나누어 혁신이 용이한 환경을 제공하고자 한 그의 의도는 구성원들에게는 방임으로 인식되고 말았다. 전략적 목표의 상실과 함께 관리되지 않은 자율성과 권한은 오히려 부서간 이기주의와 갈등을 야기했다. 이상근 대표는 의도치 않게 구성원들에게 회사를 방치한 대표로 비추어졌고 결과적으로 사내 정치를 방임한 꼴이 되었다. 결국 콴텍은 제품 목표를 재설정하고 무너진 리더십을 다시 세우는 재창업 수준의 리빌딩을 단행한다.
[표 2] 콴텍의 현황과 대책
(출처: AER – ‘OKR로 되찾은 일의 격(格), 불확실성 넘어 하늘 날다 – 콴텍’)
리더십은 팀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며, 리더가 바라는 결과물을 획득하기 위한 과정이다. 때문에 구성원들의 헌신과 몰입 그리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리더십은 중요하다. 문제는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과 동기부여 정도, 기대 등 수많은 요인들의 차이로 인해 리더의 행동을 서로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소위 ‘케바케,’ ‘사바사’인 것이다. 상황적 리더십 이론(situational leadership theory)은 팀 및 조직 구성원의 상황에 초점을 맞춘 이론이다. 구성원들의 업무에 대한 성숙도와 열의 수준에 따라 올바른 형태의 리더십 스타일을 적용할 때 최선의 성과를 낸다고 설명한다. 구성원들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역량(ability)과 의지(willingness)는 일정하지 않으며 상황과 조건에 따라 유동적이다. 따라서, 발생 가능한 경우의 수를 바탕으로 부하의 역량과 의지의 수준에 따라 크게 네 가지 스타일의 리더십을 제안한다. 리더는 적절한 스타일을 선택하기위해 구성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구성원의 욕망을 관찰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림 3> 상황적 리더십 이론의 네 가지 리더십 유형
(출처: AER – ‘OKR로 되찾은 일의 격(格), 불확실성 넘어 하늘 날다 – 콴텍’)
리빌딩 당시 콴텍 구성원들은 모두 능력은 있지만 사내 갈등으로 관료화된 시스템과 목표의 부재로 인해 집단적 매너리즘에 빠진 상태였다. 그래서 이상근 대표는 ‘할 수는 있지만 의지가 없어진’(able but unwilling to do) 구성원들을 다시금 동기부여 시키는 것을 최우선적 과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직접 새로운 제품전략의 비전을 제시하여 조직 전체의 목표를 우선적으로 재설정하였다. 이와 동시에 구성원 개개인들과 맞춤 면담을 통해 그들에게 특화된 개별 목표설정을 지원하여 내재적 동기부여를 끌어올리고자 하였다. 또 면담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능력을 인정하고 열의를 북돋우는 한편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이어 나가며 그들의 고민과 커리어를 지지함으로써 구성원들의 능동적 행동을 유발하고자 노력했다. 이상근 대표의 이러한 행동은 상황적 리더십 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과거 위임형 리더에서 지지형 리더로 자신의 포지션을 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표 3] 상황적 리더십 유형별 정의
(출처: AER – ‘OKR로 되찾은 일의 격(格), 불확실성 넘어 하늘 날다 – 콴텍’)
상황적 리더십 이론의 다른 유형들인 코치형, 지시형, 위임형 리더십은 이상근 대표가 당시 처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적합하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만약 이상근 대표가 지시형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더 큰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당시 대표이사에 대한 불만과 임원들의 반발 등 내부적 저항이 큰 상황에서 목표 관리와 업무를 일일이 제어, 감독하는 방식을 택했을 경우 갈등이 더욱 첨예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위임형 리더십의 경우 의지가 바닥난 구성원들을 자극할 기제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더욱 고착화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자칫 조직이 완전히 와해될 수도 있었다.
콴텍은 2020년 당시 이미 창업 5년차의 회사로 이미 조직원들의 직무 역량은 초심자 수준을 벗어났으나, 열정은 바닥난 상태였다. 일과 회사에 대한 몰입과 열정이 바닥인 상황에서 상사의 코칭 역시 직원들의 성과 창출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리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당시 콴텍이 처했던 상황에서 최선의 리더십은 지지형 리더십이었던 것이다. 영원한 ‘Best Practice’는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콴텍의 사례는 창업자들에게 각자의 상황에 맞는 리더십과 조직문화, 나아가 ‘People management’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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