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특례상장 하고 싶다면, 특허 내지 말라

이 글은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김성현 변리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변리사가 ‘특허’를 내지 말라니.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의 70~80%는 막연하게 ‘특허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기술특례상장에 유리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 기술특례상장에 성공한 기업들 대부분은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교적 최근에 상장한 핀텔(AI 기반 영상 분석 솔루션)의 경우 33건, 코난테크놀로지(자연어 검색 및 멀티미디어 처리 기술)의 경우 65건의 국내외 특허(출원 및 등록)를 보유했다. 의료 AI 분야의 경우 더 많은 특허를 가진다. 상장 이전 시가총액이 1조 원을 넘고, 기술평가기관 두 곳에서 ‘AA’ 등급을 받은 루닛의 경우 상장 시점에서 145건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기업들이 ‘특허’ 만으로 높은 시장 가치와 좋은 기술평가 성적을 받은 것이 맞을까? 반대로 생각해 보면 ‘특허’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은 모두 기술평가를 통과했을까라는 의문도 생긴다. 다들 예상하듯이 ‘그렇지 않다’가 답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특허를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 상당한 규모의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기술특례상장을 비롯해서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인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이제 막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창업자, Seed 투자를 약간 받은 창업 초기 기업, 시리즈 A, B 등 투자 라운드를 거치며 밸류를 높여가고 있는 기업, IPO로 엑싯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 모두 어떻게 하면 특허를 ‘제대로’ 내는 것인지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특허를 내면 좋다고들 하는데, 어떻게 내야 하는지 그 구체적인 방식은 모르니 그저 숫자만 늘리는데 집착하고 있다. 사내 전문 인력이 없는 경우는 어쩔 수 없겠지만. 필자와 같은 변리사를 채용하고 있지만 별반 다르지 않은 경우도 사실 많다.

특허의 목적부터 되짚어보자. 기업이 특허를 받는 본질적인 목적은 하나이다. 바로 기업의 ‘성장’과 ‘성공’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1인 창업기업부터 기업가치 1조 이상의 유니콘 기업까지 사업 모델과 핵심 기술은 모두 다르지만. 이것 하나는 모두 동일하다. 필자가 특허에 관하여 갖는 철학도 이와 같다. ‘마케팅’ 목적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바에는 마케팅 비용에 보태라고 말해주고 싶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해보겠다. 기업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서 창업자나 사업가는 기본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가? (신)사업 모델을 기획하고,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한다. 그리고 평가를 통해서 개선한다. 기술이 수반되는 사업이라면, 언제(when) 어떤 방식으로(how) 어떤 기술(what)을 선택하여 연구개발할 것인지에 관한 기술 경영(management)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고 있을 것이다. 잘 알면서, 왜 특허는 방치하고 있는가?

이른바 비즈니스 로드맵, 기술 로드맵, 특허 로드맵이 상호 연결되고 연계되어야 한다. ‘얼라인(align)’이 존재하지 않으면 아무리 특허를 많이 받아 두더라도 실제적으로 기업의 성장과 성공에 아무것도 기여하지 못한다. 돈은 썼지만, 밸류 애드(Value-Add) 효과가 없다. 사업 및 기술의 목표나 방향과 일치하지 않은 제멋대로의 특허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특허도 기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이다.

이 상황을 해결 가능한 선택지는 두 가지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대표자나 핵심 인력이 특허를 만드는 과정에 직접 관여하는 것이 첫 번째 방안이다. 다른 방안은 어쩔 수 없지만 자사의 사업 모델에 대해서 소위 말이 잘 통하는 변리사를 어떻게든 찾아내서 그에게 특허를 의뢰하는 것이다. 외부 사람이긴 하지만 여러분의 사업에 관심을 쏟고 집중해 줄 수 있는 이라면 내부 인력보다 그 이해도가 높을 수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사업 모델, 기술과 얼라인된 특허를 기획하라. 그냥 아무렇게나 특허를 내지 말라. 이렇게 하면 기업의 성장과 성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특허를 만들 수 있고, 그 같은 기여로 만들어진 성장과 성공의 결과물들이 여러분들 기업의 시장 가치와 기술평가 등급을 자연스레 올려줄 것이다.

혹자는 특허만으로 ‘기술의 신뢰성’, ‘기술의 모방 난이도’, ‘주력기술의 차별성’, ‘기술인력 전문성’, ‘기술관련 지식재산 관리’, ‘주력 기술제품 시장의 성장성’, ‘경쟁 제품 대비 사업화 경쟁력’ 등 별별 기술평가 항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데. 필자는 명확히 반대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호도하는 가짜 전문가를 주의해야 한다. 특허는 일부 기술평가 항목에서 손쉽게 기본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요인은 된다. 필자의 주장은 그들과 엄연히 다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최소한의 통찰력을 갖추고 있으니 필자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잘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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