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이동환 변리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특허 분쟁과 스타트업은 서로 상극이다. 연구개발과 프로젝트 진행하기도 바쁜데, 특허 분쟁 대응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투자자는 특허 분쟁이라는 리스크를 굳이 감수하고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는다. 분쟁이 장기화되면 내부 인력도 동요하기 쉽다.
특허 분쟁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의외로 자주 일어난다. 모바일 잠금화면 광고 플랫폼 ‘캐시슬라이드’의 운영사 엔비티는 버즈빌 및 퍼스트페이스와 연달아 특허 분쟁을 치렀다. 특히 엔비티는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한 퍼스트페이스의 형사 고소 때문에 코스닥 상장(사업모델 특례상장)을 연기하기도 했다. 또한 3D 인테리어 기술을 보유한 프롭테크(Proptech) 스타트업 어반베이스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한창 준비하다가 아키드로우와의 특허 분쟁을 경험했다.
이렇게 스타트업은 특허 분쟁 때문에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던가. 특허 분쟁을 마주하였을 때 아래 소개할 대응방안을 알고 있으면 마음이 한결 편해지지 않을까.
타 업체가 자사 보유 특허권을 침해하고 있는 정황을 확인하였다고 가정하자.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침해금지,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형사 고소를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5년간 (2016-2020년) 특허침해소송 판결문 380건을 분석한 특허청 발간 보고서에 따르면, 민사소송 1심 심리기간은 평균 17.7개월로 조사되었다(2심 10.7개월, 3심 23.4개월). 형사 고소를 하면 전문인력 부족, 기술의 난해함 때문에 수사단계에서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하고, 특허 침해 고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도 필요하다. 이처럼 특허 분쟁은 마무리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그 동안 스타트업은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럼 특허 분쟁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사업 성장에 집중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권리범위확인심판 제도이다(특허법 제135조). 아까 가정한 상황에서 타 업체가 제조, 사용 중인 침해혐의발명(확인대상발명)을 특정한 후 그것이 자사 보유 특허권(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한다는 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자신이 제조, 사용 중이거나 예정에 있는 확인대상발명이 타사 보유 특허권의 권리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구할 수도 있다.
이처럼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확인대상발명이 특허권의 객관적인 효력범위에 포함되는지를 간이하고 신속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조속히 종결시키는 데에 이바지한다는 점에서 고유한 특징이 있다(대법원 2018. 2. 8. 선고 2016후328 판결).
2022년 특허청 발행 통계연보에 따르면, 특허심판 처리기간은 2017년 11.9개월에서 2021년 7.1개월로 단축되었다. 우선심판 내지 신속심판의 신청대상에 해당하는 경우 더욱 빠르게 특허심판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심판관들은 기술전문가 출신이 대부분이어서 특허발명 및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통상 민·형사 소송을 진행하면, 특허권의 청구범위 해석 및 침해혐의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소모한다.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활용하면 법원의 판단과정을 단축시킬 수 있다. 법원에 유력한 증거자료로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법원은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용하기 어려운 경우 이를 배척할 수 있지만, 실무에서는 그대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심판 절차에서도 증거조사나 증거보전을 할 수 있는데, 이때 민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한다(특허법 제157조). 증인·당사자 신문, 사실조회, 현장검증, 감정 등을 통해 중요한 증거를 확보할 수도 있다.
특허 분쟁하면 민·형사 소송만 떠올렸는가? 지금부터는 권리범위확인심판을 기억하자.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다면 원하는 결과를 보다 빠르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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