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문화가 바뀌고 있다. ‘마시고 죽자’라는 말로 대변되던 술자리 분위기는 옛날 얘기가 됐다. 요즘 MZ 세대에게 술은 단순히 취하려고 마시는 게 아니다. 다양한 맛을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마실거리’의 영역이다.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조합해 탄생한 짜파구리처럼, 기존의 술을 재조합해 자신만의 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칵테일 키트 온라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쉐이킷’은 바로 이런 음주 트렌드에 착안해 출시됐다. 월드바텐더챔피언 출신의 음료·주류 전문가 박형국 대표와 웹 에이전시를 운영해 온 신정우 대표가 의기투합했다. ‘쉐이킷’을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기업 고메클라우드 공동대표인 두 사람을 만나 칵테일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나라 주류 시장은 일반 식품 시장에 비해 보수적이다. F&B 시장에서도 식품(Food)은 온라인 배송에서 밀키트까지 유행에 따라 빠르게 움직인다. 하지만 음료, 그 중에서도 주류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가 한참 늦다. 칵테일 하나 만들려고 비싼 베이스 주류와 대용량 시럽을 사야 하는 상황이 여전하다. 이런 부분이 시장의 빈틈이라고 생각해 칵테일 키트를 떠올리게 됐다.”
쉐이킷은 칵테일 제조에 필요한 거의 모든 걸 소용량 키트로 구성해 판매한다. 5대 칵테일 베이스(럼, 진, 보드카, 데킬라, 위스키)는 물론이고 음료와 시럽, 플레이크, 파우더, 가니시까지 수많은 맛과 향의 재료들을 제공한다. 이런 칵테일 키트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기까지는 두 대표의 많은 노력과 준비가 있었다.
“국내에서 온라인 배송으로 술을 파는 건 불법이다. 하지만 전통주와 지역특산주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그래서 우리는 칵테일의 베이스인 보드카를 지역특산주로 만들기로 했다. 조주 방법을 고민하고, 우리가 원하는 보드카를 생산해줄 수 있는 양조장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탄생한 보드카가 ‘브이스피릿’이다.”
브이스피릿은 경기도 연천에서 생산하는 율무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지역에서 난 재료로 생산된 만큼 지역특산주로 인정받아, 보드카임에도(!) 온라인 배송의 길이 열렸다. 지금은 지역특산주 면허를 발급받아 직접 제조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고, 직매장 면허까지 취득해 타사 전통주나 지역특산주를 직접 판매할 수도 있다.
“쉐이킷의 칵테일 키트를 더욱 확장시켜 플랫폼화하는 게 목표다. 현재 운영중인 자사몰을 플랫폼 형태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는데, 단순 구매를 넘어서서 온라인상에서 나만의 칵테일 키트를 만들고, 나만의 칵테일 키트를 제품화해서 판매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동시에 주류 업체나 양조장과 협업을 추진해보고 싶다. 소주나 맥주도 커스텀으로 조합해 새로운 술을 만들 수도 있고, 이런 주조 문화가 퍼질 때 쉐이킷이 커뮤니티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실제 쉐이킷은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성사시키며 칵테일 문화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유명 호텔과 기업들이 쉐이킷을 통해 커스텀 칵테일을 콘텐츠화했다. 박 대표가 직접 나서 임직원 대상 강의에서 비대면 워크샵까지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베이스와 음료 조합에 따라 혼자서도 수십, 수백가지 칵테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즐거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칵테일의 맛은 레시피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굳이 몰트 위스키처럼 비싼 외국 술로 칵테일을 만들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베이스 주류도 충분히 맛있고, 가성비 측면에서도 훨씬 낫다. 우리는 종류별 칵테일 키트에 레시피 카드까지 포함해 제공함으로써 누구나 최상의 칵테일을 만들 수 있게 해준다. 그냥 정해진 양으로 계량해 순서대로 부으면 맛있는 칵테일 몇 잔이 손쉽게 만들어진다.”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의 ‘2022 강한소상공인 성장 지원사업’은 이런 쉐이킷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됐다. 특히 다양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진행한 사업 아이템 발표는 많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됐다.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술은 곧 전통주’라는 인식을 바꿔 칵테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원사업 덕분에 쉐이킷 홍보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덕분에 투자 관련 논의도 조금씩 진행 중이다. 국내 대형 주류 업체들과도 협업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다. 하이볼 같은 칵테일을 RTD(Ready to Drink) 음료로 만들어 출시하는 등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지난 2021년 론칭한 쉐이킷의 성장세는 심상치 않다. B2C에 이어 B2B 매출이 확대되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50~70% 높은 매출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투자 유치를 통해 제조 설비를 강화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고도화하면, 폭넓은 주류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주류 업계에서 커스텀 조주 시장은 블루 오션이다. 대형 주류 업체들은 공장에서 대량으로 술을 만드니까 소량씩 테스트로 생산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칵테일을 만들어보자고 하면 50개만 제조해 테스트해 볼 수 있다. 칵테일 키트 100개를 마트에 유통시킬 순 없지만, 온라인에서 파는 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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