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김성현 변리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연속해서 ‘기술특례상장’이라는 하나의 주제만으로 4편의 칼럼을 실었다. 이번 칼럼부터는 새로운 주제로 준비하려던 찰나에 어느 독자로부터 연락이 있었다. 표준모델에서 중항목의 변화 및 세부 평가항목의 배치 변경 부분을 더 설명해달라는 요구였다. 지난 칼럼에서 지면과 분량 때문에 다음으로 넘겼던 것을 기억하고 왜 한 달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어 이번 호까지만 마지막으로 기술특례상장을 다루려고 한다.
필자는 글을 쓸 때 도입부를 가장 마지막에 작성한다. 전체 글의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하면서도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내용으로 무엇을 제시할지 고민하기 위해서이다. 이번 칼럼에서 전달하는 정보나 팩트는 앞서 언급한 대로 ‘중항목의 변화 및 세부 평가항목의 배치 변경’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쓰다 보니 공유하고 싶은 인사이트는 ‘기술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원리’가 될 것 같다. 두 가지를 모두 다 읽고 여러분의 생각과 비교해 보길 바란다. 그럼 시작하겠다.
기본적인 내용이지만 기술평가의 대항목은 기술성과 시장성 두 개의 큰 축으로 나뉜다. 그리고 각 대항목마다 몇 개의 중항목이 배치되는데. 표준모델에서도 중항목의 전체 개수는 6개로 변화가 없다.
종래 기술성은 기술의 완성도, 기술의 경쟁우위도, 기술인력의 수준의 3 가지 중항목으로 구성되었다. 개수의 변화는 없었지만, 표준모델에서는 ‘기술인력의 수준’을 ‘기술개발 환경 및 인프라’로 그 명칭을 바꾸었다.
넓은 의미에서 기술특례상장은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2조제1항제39호가목의 기술평가특례와 나목의 성장성특례를 포함한다. 기술평가특례는 다시 ‘기술기반기업’ 특례와 ‘사업모델기업’ 특례로 나뉜다. 이 중 사업모델기업의 평가항목에서 ‘자원 인프라’라는 항목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번에 명칭을 바꾼 ‘기술개발 환경 및 인프라’도 동일한 평가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중복 상충되었던 평가항목의 개편 결과로 표준모델에서는 각 중항목에 속하는 세부 평가항목의 수가 3개씩 동수로 구성된다. 혹시 소항목의 수가 동일하다고 해서 중항목의 배점이 모두 동일할 것이라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가 R&D 사업, 사업화 지원사업, 각종 경연대회 등에서 이미 경험해 보았겠지만. 평가항목의 배점은 10점, 15점, 20점, 30점 등으로 서로 다른 것이 일반적이다. 기술평가모델도 마찬가지이다.
소항목의 이동도 있었다. ‘기술의 확장성’과 ‘기술의 모방난이도’는 본래 기술의 완성도의 세부 평가항목으로 있었으나 이번 평가항목 개편과 함께 기술의 경쟁우위도로 자리를 옮겼다. 본래 기술의 완성도는 기술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인지 즉 사업화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완성된 것인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기술의 확장성과 기술의 모방난이도의 상위 항목으로는 정합성이 부족했는데. 이 부분이 이번에 일괄 개선된 것이다.
‘연구개발 투자 현황’, ‘연구개발 활성화 수준’, ‘연구개발 투자 전략’을 통합한 ‘연구개발 활성화 수준’도 기술의 경쟁우위도에서 기술개발 환경 및 인프라(舊 기술인력의 수준)로 옮겼다. 앞서 설명한 대로 환경, 자원, 인프라의 관점에서 연구개발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시장성의 중항목은 ‘기술제품의 상용화 수준’과 ‘기술제품의 시장 규모 및 성장 잠재력’ 그리고 ‘기술제품의 시장 경쟁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표준모델은 각 중항목의 명칭을 ‘목표시장의 잠재력’, ‘제품/서비스의 사업화 수준’, ‘제품/서비스의 경쟁력’으로 수정하였다.
주목할 부분은 시장성의 경우 중항목 간의 순서도 바뀌었다. 종래의 순서를 변경하여 목표시장의 잠재력이 가장 앞서 위치하고, 그다음으로 순서대로 제품/서비스의 사업화 수준, 제품/서비스의 경쟁력 수준이 위치하게 되었다.
시장성의 경우에도 소항목의 이동이 있었다. ‘제품/서비스의 확장 가능성(舊 기술제품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능력)’이 제품/서비스의 사업화 수준(舊 기술제품의 상용화 수준)에서 제품/서비스의 경쟁력(舊 기술제품의 시장 경쟁력)으로 옮겼다. ‘부가가치(Value Added)’는 기업 활동을 통해서 새롭게 더해진 가치를 말하는데. 사실 평가 지표는 목표 시장의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지 또는 타 제품/산업으로 판로를 확대할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평가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명칭 변경과 이동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상의 일부 항목의 명칭 수정, 순서 변경 및 재배치와 관련해서 거래소는 “항목별 의미와 전체 스토리텔링 측면을 고려했다”라고 밝혔다.
기술특례상장을 한차례 이상 경험해 본 독자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평가 서류인 기술사업계획서의 내용은 대체로 평가항목의 순서를 따른다. 그리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중항목의 명칭이 ‘기술인력의 수준’이었을 때에는 “~하여 기술인력의 수준이 우수합니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하여 기술개발 환경 및 인프라가 우수합니다”와 같은 표현으로 대체하여야 할 것이다. 주장과 결론이 바뀌었으니 당연히 근거도 달라질 것이다. 평가자의 관점도 마찬가지이다. ‘명칭’은 우리의 사고나 행동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도 생각해 보자. IPO 준비 단계 이전부터 IR에서의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에 대해서 지겹도록 들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서 IR 코칭을 제공하는 것도 스토리텔링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투자를 위한 피칭에서는 1. 제품/서비스(컨셉, 타겟 고객, 문제점, 솔루션), 2. 시장(거점 시장, 시장 규모, 경쟁제/대체재, 차별화 포인트), 3. 팀(스킬과 경험), 3. 수익 모델(예상 손익), 5. 엑싯 플랜(마일스톤)을 구조화하여 이야기를 풀어내는 게 바람직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보다는 투자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에 힘을 실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술평가를 위한 문서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 수십 장의 IR 덱이 4~500장으로 바뀌는 점 그리고 크게 기술에 관한 스토리 1편과 시장에 관한 스토리 2편으로 나뉘는 점만 제외하면 IR 덱과 비슷하다. 분량이 많은 만큼 절대 지루해서는 안된다. 쉽게 전달하고, 오래 기억하게 하면서, 몰입과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 평가의 근거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극적인 요소들을 적절히 삽입해서 Key Message에 대해 주목을 끌어야 한다. 그것이 ‘힘을 주는 부분’이다. 이 같은 방식은 현장심사에서 평가위원의 질문을 나의 의도대로 이끌어낼 수 있게 해준다.
누구나 성공 스토리를 좋아한다. 평가위원이 그 스토리의 주인공인 당신을 응원할 수 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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