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이동환 변리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모르는 게 약이다.” 스타트업을 선택한 다음 ‘이 길을 몰랐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았는가. 하지만 도전을 시작한 이상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하나라도 더 배워야 한다.
필자는 지난 기고문에서 최근 특허분쟁을 겪은 스타트업 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특허침해소송은 대기업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스타트업에게도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다. 특허침해소송에 대한 최근 통계자료에서 배울 점을 찾아보자. 최근 5년간(2016-2020년) 특허침해소송 판결문 380건을 분석한 특허청 발간 보고서에 따르면, 특허침해가 인정된 것은 28%에 불과하다고 한다. 나머지 사건에서는 특허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다면 특허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한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3가지로 분류된다.
1. 피고 실시발명이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 포함되지 않음
너무 당연히 이야기지만, 보고서에 의하면 무려 50% 넘는 사건이 이에 해당된다.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적혀 있는 사항에 의하여 정해진다(특허법 제97조). 필자는 특허침해소송 단계에 와서 보호범위를 무리하게 확장하려고 하는 특허권자를 많이 보았다. 하지만 특허명세서는 마음대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청구범위도 판례에 따라 몇 가지 정해진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특허권자라면 ‘잘’ 작성된 특허명세서를 가지고 소송을 시작해야 한다.
2. 특허발명의 신규성 또는 진보성이 부정됨
보고서에 의하면 약 ⅓ 사건에서 권리남용 내지 무효심결확정 때문에 특허권자의 청구가 기각되었다. 상당히 많은 특허침해소송의 승패가 특허발명의 신규성·진보성 등 무효사유 존부로 인해 갈리고 있다. 우리는 1번 이유보다 2번 이유에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소송 단계에서 보호범위를 유리하게 확정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에 특허발명에 무효사유가 있는지는 소송 단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허침해소송 담당법원은 특허발명의 신규성 또는 진보성 여부를 심리하여 권리남용 항변의 당부를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2012. 1. 19. 선고 2010다95390 전원합의체 판결 등). 따라서 특허권자라면 소송 전에 선행기술조사를 통해 반드시 무효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특허발명의 무효사유를 찾아낸다면 소송 결과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매우 불리하게 진행되던 특허침해소송에서 새로운 무효사유를 찾아 제출함으로써, 특허권자의 소 취하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3. 기타: 피고 실시발명이 이미 알려진 기술 수준으로 이루어졌거나 특허권이 소진됨
나머지 기각사유들은 합쳐서 10% 미만으로 조사되었다. 특허발명과 상관없이 피고 실시발명이 공지의 기술만으로 이루어졌거나 그 기술분야의 기술자가 공지기술로부터 쉽게 실시할 수 있는 경우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2다60610 판결 등). 또한 특허권이 한 번 실시된 이후에 재판매와 같은 다른 실시가 이루어진 경우, 그 다른 실시행위에 대해서는 특허권이 소진되어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지금까지 특허침해소송에서의 대표적인 패소이유에 대해 살펴보았다. 특허권자라면 어떻게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지, 상대방이라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을 것이다. 부디 엑싯(Exit)하는 날까지 특허분쟁을 겪지 않기를 기원한다. 하지만 특허분쟁을 자의든 타의든 시작하게 되었다면,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처럼 이번 글이 소송 준비 내지 대응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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