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해지기 싫다면, 연말은 이렇게 보내세요

이 글은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김성현 변리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100여 명이 참석한 모두성공세미나에서 기업에게 특허는 ‘한정판’과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그 얘기부터 시작해 볼까 한다.

‘한정판’은 오픈런을 해서라도 갖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오픈런(Open Run). 매장이 오픈하자마자 달려가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한정판은 사실 상술이다. 소비자는 알면서도 속는다. 이름만 한정판이라도, 다른 사람은 가지지 못하는 무언가를 소유했다는 것으로부터 얻는 자기만족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최근의 소비 트렌드에서도 ‘자기만족’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한정판의 반대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평범한 것들이 있다. 평범한 것은 차별화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고 원하면 언제든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평범한 것들은 선택받기 어렵다. 비단 물건만 그런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은 주목받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반기지도 않는다. 희소성은 어느 영역에서나 적용되는 진리이다. 차별화가 중요한 이유이다.

본래 제목대로 연말 이야기를 해보자. 독자분들은 연말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유튜브에 ‘연말’을 검색해 보면 ‘연말 정산’에 관한 콘텐츠들이 검색 결과로 많이 올라온다. “연말정산 총정리, 이 영상 하나로 끝!”, “연말정산 끝장내기 2023 Ver”, “또 바뀌는 연말정산, 100만원 더 받는 가장 좋은 꿀팁!”과 같은 제목의 영상이 참 많다. 챙겨야 할 서류들이 많으니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이야기이다.

연말에는 약속, 모임, 행사가 이어진다. 필자가 예전에 참석했던 어느 단체의 송년회에서 인상 깊었던 기억이 하나 있다. 어느 원로분께 건배사 제안이 있었는데. 그분이 건배사에 앞서 그 자리에 있는 모두를 위해서 미리 준비한 시 한 편을 읽어주시는 것이었다. 시의 구절이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참 멋있었다’라는 인상은 아직 강하게 남아있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시를 외우는 것은 꽤나 어려워서 멋진 건배사라도 준비하자고 생각했다. 최근 유행하는 건배사들 중에서 베스트 픽을 독자분들에게 공유해 드리려고 한다. “너와 나의 잘나가는 새해를 위하여”라고 선창하면, “너나잘해”라고 화답해달라고 하면 된다. 건배사도 미리 준비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연말의 온기를 나누기 위해서 주변의 어려운 곳에 기부를 하는 사람도 있고, 내년에는 더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연말 이벤트를 기회 삼아 성형 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다. 연말을 보내는 방법은 각자가 처한 환경과 삶의 방식에 따라 다양하다. 필자와 독자분들을 포함한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는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면서 보낼까? 그것은 ‘내년도 사업 계획’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단 연말에 임박하여 고민하기보다는 이미 11월이나 그 이전부터 2023년을 미리 준비하고 있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사업 계획은 왜 세우는 것일까? 우리가 목표를 미리 세우는 이유는 뭘까? 요즘 핫한 OpenAI의 ChatGPT에게 한 번 물어봤다. 키 메시지만 몇 개 소개하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진로를 이끌어가기 위해서”, “우리가 원하는 성과를 이룰 수 있게”, “어떤 작업을 수행해야 할지,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할지를”, “사업의 진행과 운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어떤 시장을 접근할 것인지, 어떤 고객을 유치할 것인지, 어떤 제품을 제공할 것인지” 등이 답변에 있었다. 사람보다 낫다. ‘구글의 시대가 끝났다’라는 주장이 일리가 있다.

사업 계획(사업 기획, 사업 개발 등)을 세우고 그다음의 우리의 행동은 무엇인가? Plan(계획한다) – Do(실행한다) – Check(평가한다) – Improve(개선한다). 답은 이 사이클을 반복하는 것이다. PoC를 목적으로 이 사이클을 초기에 가볍게 그리고 빠르게 수행하면 우리는 그것을 ‘Lean’이라고 부른다. 소규모 조직이나 프로젝트 단위로 이 사이클을 작게 그리고 더 자주 반복하면 ‘Agile’이 된다. 관점에 따라 다양한 방법론이 있으나 원리는 하나다. “맞아, 맞아, 다 아는 내용이네”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필자는 데모데이, 오피스아워, IR 자문, 선정 평가 등에 자주 참석한다. IR 덱을 비롯해서 모든 발표자료에는 항상 기업의 보유 특허를 설명하는 장표가 존재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대표자들이 “그리고, 특허도 받았습니다.” 또는 “관련해서 특허를 3개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도의 멘트만 하고 바로 넘어가려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게 된다. 이것은 대표자가 본인의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특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잘 알더라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는 이유도 크다. 어쩌면 특허를 아무런 계획 없이 받다 보니 설명할 맥락이나 프레임이 마땅히 없는 까닭이다.

특허와 관련된 장표를 설명하면서도 다음의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에 대한 것인지(what)’,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how)’, ‘그게 왜 필요한지(why)’와 같은 질문에 말이다. 그러려면 특허(IP) 기획이라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사업(제품) 기획, 기술 기획 그리고 특허 기획이 삼위일체로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칼럼에서 필자가 ‘얼라인(align)’을 강조하면서 설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타임라인 상으로는 특허가 가장 앞선다. 미래 시장의 기회를 예측해서 사업(제품)을 기획하고, 사업에 필요한 기술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 것인지 결정했다면, 그보다 앞서 해당 기술 중 어떤 내용을 어떤 목적으로 특허화할 것인지도 계획해야 한다. 앞서 ChatGPT의 답변에서 봤듯이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방향을 잃고 성과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허에도 Plan – Do – Check – Improve 사이클을 적용해보자. 특허를 미리 기획하면, 다시 말해 사업과 기술에 얼라인된 특허를 기획하면, 그 특허들이 기업의 성장과 성공에 기여하게 되고, 그 결과로 기업의 가치는 자연스레 성장한다. 즉 밸류 애드(Value Add)를 얻을 수 있다. 2023년부터는 이렇게 하자. 그냥 R&D하지 말고, IP, R&BD를 하자. 사업과 기술과 특허를 함께 기획하자. 연말은 그렇게 보내자.

여기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이 있다. 당신은 어느 알약을 삼킬 것인가? 빨간 알약을 삼키고 이 글을 통해서 배운 대로 내년도 사업 계획을 세우면서 어떤 특허를 만들 것인지 함께 고민할 것인지. 아니면 파란 알약을 삼키고 이 글은 잊어버리고 내년도 올해와 같이 아무런 변화 없이 살아갈 것인지. 선택권은 당신에게 있다. 후자를 선택한다면 평범함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하지만, 평범하면 선택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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