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김성현 변리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구두야’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O2O 방식으로 지역의 구둣방과 소비자를 연결하여 구두수선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운 좋게도 2021년도에 액셀러레이터 한 곳으로부터 1억 원의 시드 투자를 받았다. 그로부터 얼마 안 되어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2년간 5억 원의 R&D 자금도 추가 확보하게 됐다.
창업 6개월 만에 초기창업기업이라면 누구나 다 받고 싶어 하는 팁스 자금을 받게 된 것이다. 함께 선정된 다른 팀의 대표자들과 네트워킹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팁스 선정 경험과 노하우를 후배 창업자들에게 알려주며 멘토 역할도 했다. 대표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앞으로 승승장구하는 일만 남았구나.
2년의 시간이 흘러 2023년이 되었다. 1년 안에 후속 투자 유치에 성공할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주변의 조언에 따라 자주 피벗을 하다 보니 R&D도 지지부진했다. 급여가 조금씩 밀리다 보니 중간에 많은 팀원들이 떠났다. 한 해 매출은 외부 용역으로 번 몇 백만 원 수준이다. 좀비 기업이 될까 걱정되지만, 어떻게든 인건비를 확보해야 하니 쓸만한 국가 R&D 과제를 찾아본다.
이 스토리의 사건은 실화가 아니며 관련 인물은 실존하지 않는다. 필자가 지어낸 픽션이다.
그 가운데 팩트도 있다. 작년에 발간된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성장 분석: TIPS 창업팀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팁스 창업팀 중 38.8%만이 시드 투자 다음 단계인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한다. 시드 투자부터 시리즈 A 투자 유치까지 걸리는 시간은 1년 정도라고 한다. 나머지 60%는 그럼 어떻게 됐느냐고? 사업이 정체 상태이거나 폐업, 청산 등으로 정리당했다.
앞선 38.8%의 창업팀 중 32.4%, 즉 100명 중 12명만이 그다음 단계인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한다. 시드 투자부터 시리즈 B 투자 유치까지는 평균 2.3년이 걸린다고 한다. 성장하는 그룹의 창업팀은 팁스를 졸업하는 시점이면 시리즈 B 투자가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된다.
2013년부터 2023년 1월 현재까지 팁스가 선발 지원한 창업팀은 2,134개이다(출처: TIPS 홈페이지). 어떤 기업은 2년 만에 시리즈 B 투자 유치까지 끝내는데. 왜 다른 기업은 소액의 후속 투자 유치도 실패하는 걸까?
사업 분야의 차이 때문이라고 주장할지 모르겠다. IT나 지식서비스와 같은 분야는 R&D 기간이 짧기 때문이라고. 그 같은 분야는 시장에서 빠르게 가설을 증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과는 정 반대다. 오히려 바이오·의료가 각 단계별 투자 유치에 도달하는 시간이 전반적으로 짧았고 나머지 분야의 경우 큰 차이는 없었다. 답이 아니다.
팁스 운영사 탓도 하지 말자. 대형 액셀러레이터가 아니라 중소형 액셀러레이터였기 때문에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는 것은 핑계다. 각종 창업 교육, 멘토링, IR 코칭, 데모데이, 네트워킹 등은 어디까지나 보육 프로그램이다. 다 내 탓이다.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 38.8%라고 하는 숫자는 앞으로 더욱 작아질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2년 내에 다가올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너무나 잘 알려진 얘기지만. 시리즈 A 투자를 받으려면 ‘가설 검증’이 끝나야 한다. 벤처캐피탈의 머릿속에서 ‘이게 돈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만들어져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해답은 ‘원씽(one thing)’이다. 그것의 이름이 MVP든 시제품이든 프로토타입이든 알파서비스든 간에 우리는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리소스가 없는데 우선순위도 똑같이 없고 목표까지 크면 반드시 실패한다. 뾰족한 것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비즈니스모델 캔버스에서 핵심 활동(Key Activities)과 자원(Resource)이라 부르는 그것 말이다. 기술로 바꿔서 생각하면 핵심 기술일 테고.
실험에 성공했다면 다음은 독점하는 것이다. 제로투원(Zero to One)의 기회다. 주목하자. 이제부터 PMF(Product-Market-Fit) 검증을 마친 그 솔루션에 대해서 장벽을 치자. 무슨 장벽이냐고? 변리사가 ‘장벽’을 말하면 그건 ‘특허’를 말하는 것이다.
‘원천특허’는 유니콘처럼 신화 속에서나 존재한다. 원천은 교류 전기 시스템을 개발한 테슬라나 내뱉을 수 있는 단어다. 당신이 해결한 문제가 이것만큼 크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줄 수 있다. 당신에게 정말 중요하고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One이 Two or More가 되지 않도록 해주는 특허 전략 또는 접근법이다. 얼마든지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가져가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시작해 보자. 경쟁 요소가 뭔지 생각해 보라. 어렵지 않다. 제품 또는 서비스의 선택 과정에서 소비자(또는 사용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성능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안정성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가격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다음으로 재료를 구하고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한 후 소비자가 사용하는 상황까지의 전주기를 들여다보자. 유식하게는 밸류 체인이라고 부르는 그것이다. 이제 어느 곳에서 앞서 찾아낸 경쟁 요소를 높일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자. 결정했다면 그곳에 R&D와 특허를 집중하자. 기술적 해자(Technical Moats)를 만들자. 그러면 이길 수 있다.
모방 난이도가 높아지는 만큼 리스크는 줄어든다. 시리즈 A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벤처캐피탈도 반길 것이다. 벤처캐피탈이라고 해서 리스크를 무한으로 받아주지는 않는다.
이 글을 공감하는 독자는 1년 안에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38.8%의 창업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필자도 당신의 성장과 성공을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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