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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기준으로 재고를 발주했다가, 경기나 산업에 큰 변화가 생겨 판매가 줄고 악성 재고가 쌓이게 되는 회사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음식, 화장품 등 유통기한이 길지 않은 상품을 판매할수록 이러한 재고 적체는 큰 문제로 발전하게 되고, 결국 크게 할인하여 판매하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폐기하게 되는 일까지 발생한다.
재무/회계에서 재고 금액은 단가(P)와 수량(Q)의 곱으로 이루어지는데, 위 케이스는 결국 제 값을 받지 못하고 판매/폐기하는 것이므로 전자인 ‘단가(P)’에 문제가 생긴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단가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회계상 비용과, 재고를 폐기할 경우 주의해야 하는 점, 그리고 악성 재고를 막기 위한 대처 방안에 대해 다뤄본다.
1. 매가가 생산가보다 낮아지는 경우, “평가손실”
한마디로 손해 보고 파는 경우이다. 정상가가 아닌 저가에라도 판매를 해서 생산 원가를 회수하는 것이 나은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일상에서 떨이 세일을 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회계기준에서는 이러한 경우에 연말에 생산원가(취득가)와 판매가능한 시가를 비교해서, 차액을 비용으로 잡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A라는 상품을 과거 100원에 사 왔는데, 어쩌다 보니 현재 80원에 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다면, 재무상태표에 있는 100원의 재고를 80원으로 낮추고 차액인 20원은 ‘재고자산평가손실’로 잡는 것이다. 그렇다고 재고가 만약 120원으로 오르게 되면 120원으로 해주는 것도 아니라, 원래 가격인 100원까지만 회복이 가능하다. 이는 회계의 ‘보수주의’ 때문인데, 재고에 대해서는 유난히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시가인 80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80원에 대해 회계기준에서 사용하는 용어는 ‘순실현가능가치’라는 다소 어려운 표현인데, 개념만 이해하면 된다. 이는 제품이나 상품의 정상적인 영업과정에서의 추정 판매가격에서, 제품을 완성하는 데 소요되는 추가적인 원가와 판매비용의 추정액을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즉, 만약에 시장에서 85원의 판매가로 받을 수 있더라도, 각종 운반비 등 판매 비용 5원이 수반된다면, 최종적으로 회사 수중에 떨어지는 금액은 80원이므로 이를 재고자산 평가 기준으로 삼으라는 뜻이다. 회계의 보수적 측면을 또 한번 느낄 수 있다.
2. 평가손실이 발생하게 되는 예시들
아래의 경우가 재고자산평가손실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아래 케이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시장 내 정상적으로 판매가 불가능한 경우는 대부분 평가손실 이슈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1) 재고자산의 데미지나 변색 등 물리적으로 손상된 경우2) 신모델 출시로 구모델의 판매 가격이 크게 내려가는 경우 3) 업체 간 경쟁 심화로 가격을 크게 내리지 않을 수 없는 경우4) 소비자 취향이나 유행 등 트렌드가 크게 변화되는 경우 5) 기술 발전으로 인해 더 이상 찾는 소비자가 없는 경우6) 재고가 창고에 쌓여서 보관된 지 너무 오래되어 가치가 떨어진 경우
3. 폐기를 하게 된다면 주의할 사항
판매가능기한, 유통기한이 이미 넉넉히 지났거나, 보유해도 보관으로 인한 비용만 더 발생하는 경우라면 결국 폐기를 진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폐기를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세법에서는 파손 및 부패에 따른 정상가액 판매가 불가능할 경우에만 인정 가능하며, 이러한 상황 및 폐기 수행사실에 대해 제 3자가 보았을 때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증빙을 갖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법에서 어떠한 증빙을 갖추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은 없으나, 실무적으로 아래 자료를 증빙으로 갖추면 입증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 폐기일시/품목/수량/사진/사유/결재자 등이 기재된 내부 보고 형식 및 상품수불부
– 외부 폐기물 처리회사를 통한 처리시 해당 회사가 제공하는 폐기보고서
– 폐기물 처리회사 발행 거래명세서 및 세금계산서 등
4. 악성 재고 사전 대처방안
지금까지 알아본 평가손실, 폐기손실 모두 기업의 입장에서는 가슴 아픈 일이다. 특히 평가손실은 일반기업회계기준에서도 영업외비용이 아닌 매출원가로 계상되어야 하기 때문에 회사의 영업이익을 필연적으로 낮추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사건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적인 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적정 재고량을 보유하는 것이 이러한 문제 방지를 위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겠지만, 어느 정도를 ‘적정’하다고 볼 것인지는 산업/회사/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는 시장의 수요 및 회사 판매 현황을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강조하고 싶은 수치가 바로 ‘재고자산회전율’이다. 가급적 짧은 주기로 회전율을 체크해서, 만약 과거 대비 수치의 유의적인 변동이 관측된다면 이에 맞춰 생산량/재고량을 기민하고 유연하게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큰 그림에서의 재고 현황 뿐 아니라, 개별 SKU별 세세한 검토 역시 필요하다. 판매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재고 건이 있는지 미리 체크하고, 판매 가능 기한이 지나기 전에 적절한 할인 판매나 마케팅 견본 제공 등 처리 계획을 수립한다면, 폐기처럼 더 큰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오히려 회사 비즈니스에 어느 정도 득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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