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고문은 아산 기업가정신 리뷰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링에 기반한 플랫폼 기업의 다각화 –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키즈노트’ 사례의 일부 내용을 발췌 및 재구성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기고자의 주장이나 의견은 벤처스퀘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카카오의 자회사이자 어린이집과 부모를 이어주는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기업인 키즈노트는 국내 영 유아 보육시장 점유율이 80%가 될 정도로 보육 시장에서 큰 획을 긋고 있는 기업이다. 키즈노트 플랫폼은 보호자(학부모), 관리자(유치원), 관리대상(자녀이자 원생)의 이해관계로 운영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이는 사용자와 제공자로 운영되는 일반 플랫폼 형태와는 다르다. 키즈노트는 이러한 독특한 사업 구조를 빠르게 다른 시장들에 적용하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다. 그 결과 2022년 클래스노트와 패밀리노트의 출시에 성공했다.
키즈노트의 다각화 사례는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키즈노트가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사업 확장을 해 나아갔는지, 다각화하는 과정에서는 어떻게 기회를 발견하고 어떤 의사 결정들을 필요로 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키즈노트의 사례를 현재 성장을 하며 사업 확장을 고민하는 창업가들이 읽어본다면 통찰을 얻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의 품에 안긴 키즈노트
‘같이 잘 해봅시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키즈노트의 최장욱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최장욱 대표에게 김범수 의장은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롤모델이자 마치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최장욱 대표의 눈앞에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유치원에 간 딸아이의 하루 일과와 사진 을 스마트폰으로 보고 싶어 시작한 키즈노트가 카카오의 벤처투자 계열사인 케이큐브벤처스의 투자를 유치한지 약 2년여만에 비로소 거대한 IT 기업집단 ‘카카오’의 일원이 된 것이다.
2012년 당시 유치원에 서 사용 중이던 종이 알림장을 모바일 알림장으로 전환 시키기 위해 전국의 유치원을 돌아다닌 기억, 매일같이 유치원 원장님들을 만나 키즈노트 서비스를 사용해보라고 설득했던 기억, 사용자들과 투자자들 의 피드백들을 반영하며 서비스를 고도화 했던 기억들이 최장욱 대표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실 처음 카카오로부터 M&A를 제안 받았을 때 최장욱 대표는 합병을 거절하고 다시 투자유치를 통해 기업을 성장 시킬까도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최장욱 대표는 합병을 통해 카카오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스스로 키즈노트를 키워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에 카카오가 보유한 자원과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키즈노트의 수익 전환과 기업 성장에 집중하고자했다. 카카오에 인수됨으로써 재무적인 관점에서 안정을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플랫폼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그룹 IT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제품 개발 및 운영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다. 또 최장욱 대표는 스타트업이 가진 규모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부족한 인력에 따른 부실한 CS(Customer Satisfaction)를 그룹 내 전문 계열사에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게 되어 스타트업이 성장과정 중 겪는 큰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흑자전환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
2015년 카카오에 인수되면서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구축하고 키즈노트의 성장에만 매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만 든 최장욱 대표는 키즈노트를 성장시키는 데 주력할 수 있었다. 당시 키즈노트는 플랫폼 사용자를 겨냥한 광고와 커머스 사업, 그리고 키즈노트에 등록된 사진을 앨범으로 재가공해 판매하는 POD(Print On Demand) 사업을 탄탄한 사용자층을 바탕으로 매년 25%씩 성장시키고 있었다. 그리고 사업은 2018년 흑자전환이 되었다.
키즈노트는 보육기관과 부모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단순한 구조의 플랫폼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사업 영역이 점점 확장되면서 키즈노트 플랫폼은 더욱 많은 기관과 판매자를 품는 형태로 자연스럽게 진화다. 키즈노트는 이제 말 그대로 영유아 보육과 관련된 거의 모든 이해 관계자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의 거래를 이어주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다각화 기회의 포착과 시장의 변화
이렇게 키즈노트가 영유아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가는 동안 흥미로운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 부 고객들이 키즈노트 서비스를 보육기관에 보낸 자녀를 위해서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키즈노트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을 때 다각화와 같은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그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그런데 키즈노트를 출시하고 나서 가입하는 유치원들을 확인해보니 유치원뿐만 아니라 애견호텔 이나 학원에서도 가입하여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너무 신기하기도 했 고, 실제로 잘 사용하고 있기까지 하더라고요. ‘이게 바로 요즘 말하는 라이프핵(life-hack) 이구나’ 생각이 들면서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도 떠올랐죠. – 최장욱 키즈노트 대표
라이프핵이란 특정 용도의 지식이나 도구 또는 기술을 이러저러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응용 하여 활용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어떤 경우에는 군에 입대한 아들의 생활이 궁금한 부모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군부대에서 키즈노트를 활용하기도 했다. 또 펫카페에 맡긴 반려 동물이 잘 지내는지 궁금한 견주와 묘주들에게 반려동물의 생활을 기록하는 알림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키즈노트가 영유아보육기관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 인지도를 쌓기 시작하자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키즈노트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다른 활용처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최장욱 대표가 기존 사용자들이 키즈노트를 라이프 해킹한 데에서 다각화를 모색할 동기부여를 얻기는 했지만 단순히 사용자들이 여러 다른 용도로 키즈노트를 활용한다고 해서, 또 시장 상황에 떠밀려서 간단히 다른 시장으로의 사업 영역 확대를 결정한 것은 아니었다. 경영 전략의 대가인 하버드대학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 교수는 신시장으로 다각화를 고려할 때, 세 가지 필수적인 조건이 필요 하다고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시장이나 산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1) 시장매력도가 높으며 회사가 그 시장을 개척할 충분한 내부역량을 갖고 있어야 하고, 2) 새로운 시장에 성공적으 로 안착할 만큼의 진입비용(금전적, 인적)이 충분해야 하며, 3) 회사를 더 나은 회사로 개선할 수 있어 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들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비로소 전략적으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다.
최장욱 대표는 학원시장을 신시장 진출을 위한 첫 번째 목표시장으로 선정하고 ‘클래스노트(class note)’ 플랫폼을 만들기 시작했다. 클래스노트의 초기 개발은 기대한 대로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완성 되었다. 키즈노트가 10여 년간 성장하면서 차곡차곡 쌓아온 수많은 노하우와 핵심 피처를 최대한 활용하고, 신시장 진출에 따른 변화를 최소화하여 클 래스노트를 개발해냈다. 이렇게 키즈노트의 ‘성공방정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클래스노트에 키즈노트의 장점들을 고스란히 이식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개발기간을 비약적으로 줄이며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
최장욱 대표는 성공적인 클래스노트 론칭을 통해 얻은 다각화 경험을 토대로 연쇄적으로 새로운 시장 진출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미 무서운 속도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클래스노트 이후의 차기 시장 진출 목표 시장으로 요양 시장을 선택하여 ‘패밀리노트(family note)’도 런칭했다. 이미 한번 다각화 프로세스를 경험하고 학습한 키즈노트 팀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패밀리노트의 안정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키즈노트를 통해 디지털 방정환이라 불리기 시작했던 최장욱 대표가 펼치는 새로운 다각화의 범위가 어떠한 모습들로 전개될지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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