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잘 모르는 아이디어·사업모델 보호방법 3가지

이 글은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이동환 변리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 아이디어 탈취 문제로 시끄럽다. 2023. 4. 18. 스타트업 5개사가 함께 대기업의 아이디어 탈취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약속이라도 한 듯 며칠 뒤 미국에서도 유사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23. 4. 20.자 기사에서 “애플의 관심이 작은 기술 회사들에게 죽음의 키스와 같다(When Apple Comes Calling, ‘It’s the Kiss of Death’)”라고 보도하며 혁신의 대명사인 애플이 중소기업 기술을 부당하게 탈취한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그렇다면 대기업으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았을 때 스타트업은 아이디어 탈취 리스크를 걱정하며 그 제안을 거절해야 할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위험과 불확실성을 무릅쓰고 사업을 시작한 창업가가 도전을 두려워한다는 것은 뭔가 어색하다. 또한 스타트업과 대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거래가 원만하게 이루어진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따라서 아이디어 탈취 리스크를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그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지금부터 아이디어 내지 사업모델을 보호할 수 있는 3가지 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1) 아이디어 탈취행위 금지제도

우리나라에서 기술 탈취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로 오래전부터 이슈가 되어 왔다. 좁은 의미의 기술 탈취뿐만 아니라 아이디어 탈취 문제까지 규제하기 위해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이 신설되어 2018. 7. 18. 시행되었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탈취 당했다고 해서 모두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 탈취행위를 지나치게 폭넓게 인정하게 되면 불필요한 분쟁이 양산되거나 사업 제안 자체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목의 보호대상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이다. 스타트업으로부터 제공받은 아이디어의 사용을 통해 대기업이 시간, 비용, 노력을 절감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 그 아이디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경우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대법원 2020. 7. 23. 선고 2020다220607 판결). 사실 영업비밀 성립요건 중 경제적 유용성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아이디어나 사업모델을 생각해 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얼마만큼의 비용, 시간, 인원을 투입하여 연구개발을 했는지, 어떤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동종업계에서 사용하던 기존 사업모델로 어떤 것들이 있었고 어떤 차별점을 가지는지, 사업화 과정에서 아이디어나 사업모델이 어떻게 고도화되고 어떤 점이 구체화되었는지, 사업화를 통해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 등에 관한 자료를 미리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필자가 벤처스퀘어에 기고했던 증거 수집 및 정리에 관한 글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널리 알려져서 이미 공공의 영역(public domain)에 속하는 아이디어는 차목에 의한 보호가 불가능하다. 동종업계에서 쉽게 입수할 수 있는 사업모델도 보호대상이 아니다. 그러한 것들은 스타트업 고유의 아이디어나 사업모델이라고 볼 수 없고, 누구나 사업화할 수 있다. 선행조사를 통해 쉽게 얻을 수 있거나 해외에서 꽤나 알려진 아이디어라면 대기업이 굳이 스타트업과 접촉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스타트업 스스로도 기존 사업모델 조사를 통해 자사 아이디어나 사업모델에서 중요 포인트 그리고 경쟁력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제 대기업에게 아이디어나 사업모델을 설명하거나 IR 자료, 홍보자료 등을 제공해야 하는 순간이다. 향후 분쟁 시 차목의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비밀유지계약 체결 혹은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만약 자사 아이디어나 사업모델의 중요 포인트가 여러 개 있다면, 각각을 단계적으로 공개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겠다. 이미 일을 벌인 후에 수습하기는 힘들다. 사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2) 증거지킴이(TTRS) 서비스 활용

아이디어 탈취행위는 공동개발, 협업, 입찰, 투자 등으로 인한 접촉 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기술보증기금의 ‘증거지킴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증거지킴이’란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인 기술보증기금이 스타트업의 기술개발, 정보관리, 거래교섭, 실제 거래, 침해 대응 등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서비스이다. 보관된 각종 자료는 향후 분쟁 시 향상된 증거력을 갖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술보증기금의 ‘기술임치’ 서비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는 아이디어나 사업모델 관련 자료를 주고받는 단계보다 정식 계약 체결 이후 단계에서 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설명한 ‘증거지킴이’ 서비스는 대기업의 동의 없이 스타트업 단독으로 의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3) 영업방법(BM) 특허 확보

영업방법 발명은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구축된 새로운 비즈니스 시스템 또는 방법 발명을 말한다. 컴퓨터상에서 소프트웨어에 의한 정보 처리가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구체적으로 실현된다면 영업방법 발명이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후3149 판결). 영업방법 발명이라고 해서 특허법상 뭔가 특별한 등록요건이나 영업상 성과물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사업모델 자체가 참신하거나 독특해야 하고, 사업모델의 중요 포인트가 대외적으로 알려지기 전에 특허출원을 먼저 해야 한다.

관련하여 한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필자가 속한 위포커스는 최근 1:1 IP 전문가 멘토링인 ‘IP Focus Day’를 시작하였고, 스타트업들과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한 스타트업 CTO는 참신한 사업모델을 특허로 보호받고 싶다고 하였다. 하지만 특허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그 사업모델의 중요 포인트를 유튜브에 영상으로 공개한 상태였다. 상담 당시 야놀자와 여기어때 간의 특허분쟁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야놀자는 조건부 쿠폰 사용 기반의 참신한 사업모델(‘마이룸 서비스’)에 대한 특허를 등록받았고, 여기어때가 후속 출시한 ‘페이백 서비스’에 대해 특허침해 주장을 하였다. 하지만 홍보성 인터넷 기사에서 야놀자 스스로 사업모델의 중요 포인트를 설명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특허가 무효화되었다.

이처럼 사업모델은 그 속성상 사업화를 위해 언젠가 공개될 수밖에 없다. 공개 시점 이전에 사업모델의 구체화를 통해 영업방법 특허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임시명세서 제도나 분할출원 등을 활용함으로써, 시장 상황에 살피면서 경쟁자의 변종 사업모델까지 포섭할 수 있는 특허를 추가적으로 확보하는 전략도 필요하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대기업과의 공동개발, 협업, 입찰, 투자 등은 스타트업에게 분명히 좋은 기회이다.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한 대비 없이 대기업이 내미는 손을 덥석 잡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사업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은 좋다. 하지만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으로부터 탈취한 아이디어를 ‘혁신’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면 안 되니까 말이다. 부디 앞서 살펴본 3가지 방법이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내지 사업모델을 보호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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