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결권 주식 제도, 네가 궁금해

이 글은 최앤리 법률사무소 이수현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회사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 사용할 수 있을까?

몇 년 간의 경영을 통해 건실한 비상장 벤처기업 A를 키워낸 CEO B는 조만간 큰 규모의 투자 유치를 받을 예정에 있습니다. 기쁨도 잠시, 이번 투자 유치를 받게 되면 A에 대한 B의 지분은 크게 희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투자 유치를 받지 않을 수는 없는데, 받게 되면 계속해서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다른 투자자들의 간섭에 많은 영향을 받지는 않을지 B는 많은 고민이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올해 겨울부터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라는 것이 도입이 된다고 합니다. 이 제도를 잘 이용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 대체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1.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의 취지 및 도입

우리나라는 상법 제369조 제1항에 따라 주식의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함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우리나라의 주식 중 의결권 있는 주식의 의결권은 1주마다 1개임이 당연하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는 제도마다 형태는 다르나, 1주의 주식에 여러 개의 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는 복수의결권(또는 차등의결권) 주식 제도를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 2004년에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이 미국 증시 상장당시 창업주들에 대하여 1주당 10개의 의결권을 부여한 바 있고, 프랑스의 경우 테뉴어보팅 제도(주식의 보유기간에 따라 의결권의 개수가 달라지며, 장기 주주일수록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받는 제도)를 도입한 바 있습니다.).

통상 이러한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는 기업 창업주의 경영권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게 해주고, 적대적 M&A에 방어하게 해주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해외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용되던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가 2023. 4. 27.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법률 제19416호, 2023. 5. 16. 일부개정, 시행 2023. 11. 17.](이하 ‘개정 벤처기업법’)을 통하여 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도입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는 기존에 상법에서 규정하고 있던 1주 1의결권의 원칙의 예외에 해당하는 만큼,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여야만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2. 우리나라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의 요건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 요건을 규정한 개정 벤처기업법 제16조의11의 취지를 요약하자면, ① 주식회사인 벤처기업(비상장)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었을 때, ② 해당 벤처기업의 ‘창업주’(동법 제16조의11 제5항 또는 제6항에 의한 경우)에게만 1주마다 1개 초과 10개 이하의 범위의 의결권이 부여된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 때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려는 벤처기업은 ① 창업 이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투자를 받아야 하고, ② 이 때 가장 나중에 받은 투자 역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이어야 하며, ③ 이러한 투자를 통하여 ‘창업주’가 창업시부터 계속하여 소유하던 해당 벤처기업에 대한 지분이 일정 지분(단일 창업주의 경우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두 명 이상의 창업주의 경우 창업주들의 주식을 합산하여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 밑으로 감소해야 합니다.

또한 벤처기업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창업주가 되기 위해서는 ① 벤처기업 설립 당시의 발기인이어야 하며, ② 회사의 주주총회에서 선임되어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 당시 이사여야 하고, ③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면제된 날로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에 해당하지 아니하여야 하며, ④ 무엇보다 주식회사인 벤처기업 설립 당시부터 가장 나중의 투자를 받기 전까지 계속하여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0 이상으로서 가장 많은 주식을 소유한 자(위 ①②③ 요건이 충족되는 자가 2명이상일 경우, 소유 주식을 합산하여 주식회사인 벤처기업 설립 당시부터 가장 나중의 투자를 받기 전까지 계속하여 의결권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이상으로서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경우에도 창업주로 봅니다)여야 합니다.

즉, 실제로 벤처기업의 창업주로서 벤처기업에 대하여 복수의결권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 투자를 받아야 하고, 해당 투자 중 가장 마지막 투자 역시 특정 금액 이상이어야 하며, 기업 창업시부터 가장 나중의 투자를 받기 전까지 계속하여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등의 까다로운 창업주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만 합니다. 만약 이러한 조건이 모두 충족된다면, 창업주는 1주마다 2개부터 10개까지의 의결권을 보유한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받을 수 있게 되고, 해당 주식을 통하여 특정 의제(동법 제16조의13의 의결권 제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회사의 경영을 위한 수많은 안건에 대하여 실제 지분의 몇 배에 달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됩니다.

 

3. 우리나라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에 대한 여러가지 쟁점

본 칼럼의 도입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벤처기업 생태계는 빈번한 투자 유치로 인하여 주요 주주의 지분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1주 1의결권의 원칙을 벗어나서라도 벤처기업의 흥망성쇠에 큰 영향을 끼치는 특정 주주(창업주)에게만 예외적으로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은 계속하여 논의되었고, 중소벤처기업부가 핵심미션 중 하나로 복수의결권을 제도화하기 위하여 노력한 결과 끝내 2023. 11. 17. 부터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가 시행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제도에 대하여 현재 다양한 우려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예를 들어, ① 아직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에 대한 하위법령 등이 개정되어 있지 않은데 실제로 벤처기업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투자유치 조건 등으로 설정될 수 있을 것인지, ②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가중된 특별결의[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4분의 3이상의 동의]를 통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결의 요건을 얼마나 많은 기업에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 ③ 복수의결권 주식에 대한 납입시 창업주는 기존에 보유하였던 보통주로 납입을 할 수 있으나 이 역시 총주주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실제로 이러한 동의를 받을 수 있을지 ④ 무엇보다 본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가 도입되었으나 이미 기존 기업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창업주 또는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벤처기업의 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기업이 다수 존재하는 등의 다양한 현실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벤처기업들이 회사 운영에 있어 본 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큰 기대를 하고 있고, 벤처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받으면서도 경영권 불안 없이 순조로운 항해를 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 본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를 도입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취지인 만큼, 장기적으로 복수의결권 주식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잘 자리를 잡아 적극적으로 사용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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