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최앤리법률사무소 윤현수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신생 기업 10개 중 3개는 1년 안에, 7개는 5년 안에 소멸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신생 기업의 1년 생존율은 64.8%, 5년 생존율은 33.8%입니다(통계청 2021년 기업생멸행정통계). 바꿔 말하면 설립 후 1년 안에 소멸하는 기업이 10개 중 3개가 넘고, 설립 후 5년 안에는 10개 중 7개에 달하는 것입니다.
만약 개인사업자라면, 세무서에 폐업 신고를 하고 사업자등록을 말소하면서 세금을 정산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법인인 경우 이렇게 간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법인의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경우 ‘법인파산’을 신청해야
세무서에 하는 폐업 신고는, 더 이상 영업을 하지 않아 매입과 매출이 발생하지 않을 예정임을 과세 당국에 알리고 사업자등록증을 말소하는 세무상의 개념입니다. 그러나 폐업에도 불구하고 법인에 대해 별도 조치를 하지 않으면 법인은 여전히 존속하고 있습니다. 만약 남아 있는 법인의 채무가 있다면 여기에는 계속해서 이자가 발생하게 되고, 그 액수가 유의미하게 크다면 사실상 폐업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대표자 등 관련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변제 독촉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것은 바로 법인의 ‘법인격’이 살아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데, 이 법인격을 말소하기 위해서는 사람(자연인)에 대하여 사망 신고를 하듯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법인의 해산 및 청산을 결정하고, 청산인을 선임하여 진행하면 됩니다.
그런데 부채가 자산보다 많다면 일반적인 해산 및 청산 절차로는 법인의 남아 있는 자산을 제대로 분배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채권자들에게 모두 채무를 변제하고서도 채무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인데, 청산인이 임의로 채권자 중 일부에게만 채무를 변제하여서는 곤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때는 법원에서 법인파산 선고를 받아,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채권자들에게 공정하게 채무를 변제하고 남은 사무를 처리하여야 합니다.
법인파산의 절차
법인파산을 위해서는 회사 본점을 관할하는 법원에 파산신청서를 접수하여야 합니다(서울의 경우 회생, 파산 사건을 전담하는 서울회생법원이 따로 있습니다).
파산신청서가 접수되면, 법원에서는 서류를 검토하여 파산의 요건이 갖추어졌는지를 심사합니다. 구체적으로는 회사의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지, 또는 회사가 지급불능 상태에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회사의 재무상태표, 통장 거래내역, 자산목록, 채권자목록 등 각종 서류들을 제출하게 됩니다.
또한, 예전에는 대표자로 하여금 법정에 출석하여 직접 판사의 질문에 답하도록 하였는데, 최근 서울회생법원을 포함한 대다수의 법원에서는 특별한 이슈가 없는 경우 서면 질의서를 보내 이에 대하여 답하도록 하고, 파산선고일 당일에 법원에 잠시 출석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심리를 통해 파산선고 요건이 갖추어졌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파산을 선고하고 파산관재인을 선임합니다. 이후 절차부터는 파산관재인이 주도하여 진행되며, 파산관재인은 법인의 자산과 부채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여 자산이 있는 경우 채권자들에게 안분합니다. 이를 위해 파산 선고 후 채권자들에 대한 공고, 채권자집회, 채권조사기일 등이 진행되는데, 채권자에게 파산 사실을 알리는 절차입니다.
법인파산의 장점
법인파산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구비해야 하는 서류도 많고, 절차 역시 복잡한 편이며, 법원에 납부하여야 하는 예납금(부채 규모에 따라 최소 500만원부터 시작), 채권자에 대한 송달료, 변호사보수 등 비용도 적지 않게 발생합니다. 또 법인파산 전 특정한 법률행위를 하게 되면(가령 대표자나 임원에 대한 과도한 퇴직금 지급) 이는 추후 파산관재인에 의한 부인권의 대상이 되어 해당 법률행위의 효력이 부인될 위험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데요, 이렇게 번거롭고 시간과 비용도 많이 드는 법인파산을 대체 왜 해야 할까요?
법인파산에는 다음과 같은 장점들이 있습니다.
첫째, 법인격을 완전히 소멸시키고 채무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법률적으로는 법인의 채무와 대표자 개인의 채무는 별개이고, 법인의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을 하지 않았다면 법인 채무를 대표자가 갚아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인이 존속하는 한 채권자들은 결국 법인 대표자에게 계속해서 독촉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법인파산 절차를 통해 파산선고가 내려지게 되면 이 사실은 채권자들에게 통지가 되며, 채권자는 변제를 받기 위하여 채권을 법원에 신고하여야 합니다. 즉, 파산선고를 받은 이후라면 대표자는 실질적인 의미에서도 채권자들의 독촉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됩니다.
둘째, 위와 같은 맥락으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법인파산이 완료되면 향후 다른 사업으로 재기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내가 기존의 실패를 거울삼아 새롭게 시작해 보려 해도, 기존의 법인이 남아 있고 그 채무가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면 이로 인한 채권추심, 변제 독촉, 각종 소송 등에 시달려야 할 수 있습니다.
셋째, 대표자가 직접 법인을 정리하지 않아도 됩니다. 법인파산을 위해서는 파산 요건을 갖추었는지 법원의 심사를 통과하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일단 법원이 파산선고를 하게 되면 파산관재인이 선임되어, 그 때부터는 제3자인 파산관재인이 객관적인 입장에서 법인의 잔존 사무를 처리해 주고 대표자는 여기에 협조만 하면 될 뿐 자산을 직접 매각하거나 채권자들을 대면하는 등의 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넷째, 만약 법인에 미지급 임금이나 체납된 세금이 있다면, 경우에 따라 대표자가 이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특히 근로자에 대한 임금 미지급은 대표자의 형사처벌 사유가 됩니다. 법인파산을 진행하면 이러한 리스크에서도 완전히 해방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법인파산은 조금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정확히만 진행하면 회사와 가장 안전하게 이별하는 방법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특히 스타트업이 법인파산을 진행함에 있어 자주 겪게 되는 실무상 이슈와,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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