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고문은 아산 기업가 정신 리뷰(Asan Entrepreneurship Review, AER) ‘특허에서 기술사업화까지-어썸레이’ 사례의 일부 내용을 발췌 및 재구성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례는 AER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고자의 주장이나 의견은 벤처스퀘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Author: AER지식연구소 최화준 선임연구원
기술 기반 창업의 인기가 유난히 높은 국내 창업생태계에서 특허는 다양한 혜택을 동반한다. 특허 보유 유무에 따라 기업의 가치는 달라지고, 미래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비교적 쉽게 잠재력을 인정받곤 한다. 특허를 기반으로 벤처 인증 기업이 된다면, 공공기관 관계 사업에서 유리하다. 기술 보증 기금과 같은 금융 기관에서 재무적 자원을 조달 받기도 용이하다. 특허의 장점을 일일히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니 기술 스타트업들이 특허 확보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충분하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가 항상 사회의 진보로 이어지지 않았던 것처럼, 특허의 가치가 시장의 가치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발명은 기술사업화의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사회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혁신으로 변모할 수 있다.
어썸레이(AweXome Ray)는 특허의 가치에 대한 무조건적인 맹신보다는 시장의 수요에 따라 특허를 재단해서 활용하는 스타트업으로 그들의 창업 준비 과정은 기술사업화의 정석을 보여준다.
어썸레이(AweXome Ray)의 핵심 기술은 탄소나노튜브 제작이다. 미래의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탄소는 어떤 형태의 합금보다 단단하지만 가볍고, 전기까지 통하는 전도체이다. 탄소 섬유의 가치가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이미 한 세대 이전이지만, 탄소 소재는 합성이 어려워 오랜 시간 가루 형태의 결과물에서 진전이 없었다. 만약 실 형태로 생산되는 탄소 소재가 있다면, 2차원 및 3차원의 가공물 제작이 가능해 효용성은 무궁무진하게 높아질 것이 자명하지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상용화의 속도는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신기술의 상용화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어썸레이의 김세훈 대표와 공동 창업자들은 탄소나노튜브의 잠재성과 현황에 대해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며 오랜 시간 창업 준비를 진행했는데, 가장 시간을 많이 쏟았던 부분은 관련 특허 분석이었다.
시장에는 이미 탄소나노튜브 관련 특허들이 쏟아져 나와 있었는데, 어썸레이 창업자들은 상당수가 특허를 위한 특허, 즉 사업화가 어렵고 효용성이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목적이나 사업화의 과정이 명확하지 않았기에 상업적 가치가 미미한 것들이었다. 그들은 관련 특허의 현황을 맵으로 그려 보았다.
Exhibit 3. 창업 준비 시기에 어썸레이 구성원들이 작성한 1차 특허맵
출처: 어썸레이
작성된 특허맵은 탄소나노튜브 시장에서 포화영역과 틈새 영역을 모두 보여주었다. 특허맵에 나타난 특허들의 빈도와 특허의 효용성에 대한 세부 분석을 통해, 김세훈 대표와 공동 창업자들은 시장의 여러 영역에서 에미터(emitter) 형태와 에미터 제조 영역이 아직 미개척 되었음을 찾아냈다.
에미터는 전자파를 발생하는 기기로, 가장 대중화된 예시가 의료기기로 잘 알려진 엑스레이(X-ray)이다. 엑스레이는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제작하면, 저전력으로 작동 가능하고 소형화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더해 소형 엑스레이 기기는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제조업에서 수요도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마침내 김세훈 대표와 공동 창업자들은 창업아이템을 탄소나노튜브 소재로 제작한 소형 엑스레이 기기로 정하고 회사명을 어썸(awesome)과 엑스레이(X-ray)를 조합해 어썸레이(AweXome Ray)라고 지었다.
어썸레이는 창업 시점에 이미 창업 아이템 관련 주요 특허 5개를 확보하였다. 모두 그들이 진입하는 시장 영역과 관련된 것으로 개별 특허들은 목적이 분명했다.
Exhibit 5. 창업 준비 시기 어썸레이 창업자들이 준비한 특허들
출처 : 어썸레이
어썸레이가 창업 준비 과정에서 보여준 행보는 기술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현장에서는 특허를 확보하면 창업 준비를 마친 것으로 생각하는 예비 창업자들이 적지 않다. 특허 보유는 공공기관 인증과 사업에서 가산점을 부여받는 이점은 존재하지만 벤처 투자자들과 시장의 반응은 특허보유 창업자에게 항상 호의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시장관계자들은 특허의 사업화와 실질적인 부가가치에 더 주목한다. 특허를 위한 특허나 연구 실적 목적의 특허들에 대해 시장은 결코 높은 평가는 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즉 특허의 숫자보다는 그것의 빠른 사업화 가능성이 더 중요한 것인데, 이 때 통상적으로 참고하는 지표가 기술성숙도이다.
Exhibit 6. 기술성숙도(TRL) 지표
출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성숙도는 성숙 단계에 따라 1단계에서 9단계까지 나누어진다. 통상적으로 순수 연구개발 단계는1~3까지, 사업화 준비 단계가 4~6, 그리고 사업화가 바로 가능한 단계가 7~9로 평가받는다.
연구 개발을 중심으로 하는 대학에서의 결과물들은 실험단계 수준이기 때문에 보통 기술성숙도의 낮은 단계에 속한다. 시장에서 기업이 구매에 관심을 가지는 수준은 적어도 5, 6단계 이상으로, 제품 제작과 기본적인 성능 평가를 마치고 바로 시장 테스트가 가능한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술 창업자들이 기술성숙도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특허 보유만으로 창업의 준비가 끝났다는 실수를 범한다.
요약하자면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가치는 특허 유무가 아니라 실질적 유용성과 시장 활용 가치가 좌우한다. 창업을 꿈꾸는 기술자라면 어썸레이가 창업아이템을 준비하는 과정처럼 창업 아이템의 목적과 사업화를 염두에 두고, 보유 특허 및 시장과의 실질적 연관성 유무를 반드시 파악해야 할 것이다.
기술 창업자들은 창업전에 특허라는 가치에 너무 매몰되어 시장의 냉정한 판단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답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창업 아이템의 기술 성숙도는 어느 단계에 위치하는지 살펴보고, 투자자나 기술사업전문가와 같은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를 미리 얻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3000분의 1. 기술 경영 관련 연구에서 제시한 혁신 기술이 최종 제품으로 출시되는 확률로, 기술 사업화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주는 숫자이다. 차별적인 기술을 보유한 창업자들이라면, 이 확률은 높이기 위해 긴 시간을 소비한 어썸레이의 창업준비과정을 살펴볼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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