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오브 슬라임’ K-게임의 글로벌 신화 이면에는 마케팅이 있다

얼어붙은 게임 시장에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 ‘레전드 오브 슬라임’을 빼놓을 수 없다. 슬라임이 되어 인간에 맞서 싸우는 콘셉트의 이 게임은, 방치형 RPG 장르의 성장을 견인하며 글로벌 MZ 게이머들을 매료시켜 왔다. 2022년 8월 론칭 후 올 10월까지 누적 다운로드 2300만 건, 매출 1400억 원을 기록한 ‘레전드 오브 슬라임’ 성공의 숨은 공신들을 만나 K-게임의 글로벌 진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게임 제작사 로드컴플릿 메가마카롱 스튜디오 손민정 사업실장, 그로스 마테크(Mar-tech) 기업 맥시마이저 범지희 대표 두 사람이 그 주인공이다.

로드컴플릿 메가마카롱 스튜디오 손민정 사업실장(왼쪽)과 그로스 마테크(Mar-tech) 기업 맥시마이저 범지희 대표(오른쪽) (사진=맥시마이저)

Q. 게임 시장에서 ‘레전드 오브 슬라임’(이하 ‘LOS’)이 이뤄낸 성과는 무엇인가?

(손) 아무래도 방치형 RPG 장르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본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방치형 장르가 시뮬레이션 게임 위주고, 방치형 RPG, 한국의 ‘키우기’ 게임은 미드코어(mid-core) 게이머들에게 세컨 게임으로 인식되는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으로 ‘키우기’ 게임은 수명이 3개월 정도로 짧고, 히트했을때 평균적으로 100만 다운로드, 매출 30억 원 정도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시장 내 테스트를 거치며 한국형 방치형 RPG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고, 공격적 마케팅으로 이를 실현했다.

(범) 북미 게이머들에게 미드코어는 낯선 장르의 게임이다. 그런데도 LOS가 유독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게임과 게임 캐릭터의 룩앤필(look and feel)이 서양권에서도 통하는 가벼운 소재였기 때문이다. 또한 오래된 글로벌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글로벌 마케팅 확장과 운영 덕분에 더욱 효과적으로 글로벌 마켓 셰어(market share)를 선점할 수 있었다. LOS는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국내에서 탄생한 글로벌 히트작이 됐고, 지금도 전체 유저의 70% 이상이 해외에 있다. 글로벌로 침체되고 있던 게임 시장에 단비같은 게임이었던 셈이다.

Q. 방치형 RPG로서 LOS의 매력은 어디 있다고 생각하는가?

(손) 끊임없이 지속되는 성장감이다. LOS의 FTUE(First Time User Experience)는 초 단위로 성장하거나 새로운 걸 경험하도록 퍼널이 짜여 있다. 계속해서 플레이어가 성장감을 느끼니 중간에 멈추기가 어렵고, 레벨이 오르고 캐릭터가 강력해질수록 더더욱 빠져든다. 실제 저희 유저 데이터를 보면 처음 게임을 한 날보다 다음날 플레이 시간이 길다. 조금만 지루해도 이탈로 이어지는 MZ 유저 특성 상, 빠른 템포로 성장하는 스낵 게임으로서 방치형 RPG의 경쟁력은 탁월하다고 본다.

(범) 과금과 광고 매출이 적절히 섞여 타 게임 대비 과금 유도가 적다는 점도 강점이다. LOS의 게임 내 마케팅 차원에서는 기본적으로 유저를 잔존시키는 게 우선이고, 광고와 과금 유도는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만 노출된다. 한번 구매한 유저에게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게 아니라, 게임 내 구간 별로 니즈를 만들고 그때그때 필요한 유저가 스스로 구매하도록 하는 식이다.

Q. 게임사와 마케팅 에이전시로서 로드컴플릿-맥시마이저 간 협업 시스템은 어떠한가?

(범) 개발 중심의 게임 회사 대부분이 마케팅과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 또한 많은 중소 개발사들은 마케팅에 투자할 현금 혹은 현금 흐름이 녹록지 않아, 외부에서 마케팅 도움을 받는다고 하면 수수료를 부담스러워 하거나 확실치 않은 성과를 위해 비용을 투자한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 로드컴플릿의 경우 마케팅과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지만 규모있는 글로벌 UA(User Acquisition, 사용자 획득)를 경험한 전문가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양사가 원활한 소통으로 협업하며 빠른 속도로 마케팅 투자를 확대할 수 있었다.

 

모바일게임 ‘레전드 오브 슬라임’ 스틸컷 (사진=로드컴플릿)

예를 들어 구글, 앱러빈 등 ML 기반 매체들은 로드컴플릿이 전담 매니저와 협업해 직접 마케팅을 운영했다면, 맥시마이저는 다양한 셀프 서브드(Self Served) 매체(페이스북, 틱톡, 애플서치애드, 유니티 등)를 통한 데이터 기반 마케팅으로 공격적 확장을 이어나갔다. 덕분에 모든 마케팅 집행이 사업적 시각으로 ROI(투자수익률)와 회수 속도를 예측하며 진행될 수 있었다. 로드컴플릿 측에 감사한 건, 마케팅 혹은 인앱 데이터를 분석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전달하면 프로덕트 단에서 개발이 진행되도록 적극적으로 반영해주셨다는 부분이다. 일반적인 대행사와 광고주 관계가 아니라 인하우스 원팀으로 애자일하게 움직여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손) 게임사가 매출을 극대화하려면 마케팅 측면에서 테크니컬하게 활용할 게 많다. 모든 데이터를 트래킹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 파이프라인 구축이 필수적인 이유다. 맥시마이저와 협업하며 스튜디오의 UA 인사이트와 BI(Business Intelligence)에 대한 경험이 확장됐고, UA 지표와 인게임 데이터 지표를 함께 보며 다양한 액션 아이템들을 시도할 수 있었다. 보통 개발사는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열린 경영진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협력사와 함께 토론하고 결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가능했던 것 같다. 현재는 로드컴플릿에서도 인하우스 마케팅 팀이 구성되어 마케팅 플랜을 기획, 실행하며 맥시마이저와의 협업도 병행하고 있다. 맥시마이저가 아니었다면 골든타임의 확장 시점에 훨씬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너무나 중요한 시기의 탁월한 협업이었다.

(범) 개발사 입장에서는 인게임 데이터를 파트너사에 오픈하는 게 쉬운 건 아니다. 유저 구매율과 구매금액, 구매 시점 등 게임 매출 관련 데이터는 회사의 자산이자 일종의 영업비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케팅 효율을 높이려면 상품과 유저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하기에, 지표를 함께 논의하고 활용하면서 어떤 유저를 데려와야 장기적으로 게임 내 매출이 늘어날지, 게임 내 아이템과 광고를 어떻게 수익화할지 고민했다.

Q. LOS의 글로벌 마케팅 과정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있다면?

(손) 처음에는 RPG 하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가고 출근하는 20~30대들이 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아시아 시장에서나 먹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더라. 방치형이니 켜놓기만 하면 되고,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할 수 있었다. 아예 계속 켜놓을 수 있게 잠금화면처럼 보이는 실행 모드를 따로 만든 이유다. ‘한국형 키우기 게임’을 글로벌에 선보이기로 했으니 초반 유저 경험이나 튜토리얼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난이도를 낮추고, 캐주얼 유저를 감안해 과금 유도도 줄였다.

모바일게임 ‘레전드 오브 슬라임’ 스틸 컷 (사진=로드컴플릿)

(범) LOS는 처음부터 라이트 유저를 타겟으로 기획된 게임이었다. 실제 초반 마케팅을 해보니 MZ 유저들이 많이 반응했고, 그들에게 최적화 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글로벌 MZ 유저 층과 그들의 행동 패턴, 게임 경험을 세밀하게 모니터링했고, 단순 머신러닝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가설을 직접 테스트하며 최적화할 수 있는 다양한 매체들을 활용해 유저와 앱에 대한 이해도를 축적했다. 이런 인사이트들이 모여 더 큰 시너지가 발생한 것 같다.

Q. 글로벌 성공을 꿈꾸는 국내 중소 게임 개발사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범) 글로벌 마케팅은 단순 마케팅 운영이 아니다. 효율적으로 고가치 유저를 모객하기 위한 앱스토어 최적화부터 각 유저 그룹 특성에 최적화된 소재와 문구 테스트, 정확한 데이터 측정 및 수집을 위한 설계, 등 궁극적으로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모든 행위를 퍼포먼스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희 맥시마이저는 BM을 비롯해 초반 테크니컬한 부분부터 게임사와 대부분 함께한다. 온보딩부터 시작해 게임 이름을 지어드린 적도 있다.(웃음) 중요한 건 모든 과정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앱스토어 피처링이 유저 모객에 도움이 되었지만, 요즘은 아무리 잘 만든 게임이라도 전략 적인 마케팅 접근없이는 소비자의 눈이 띄기 어렵다. 게임 개발에 투자하는 만큼, 마케팅에도 투자가 이뤄져야 진정한 의미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손) 물론 소규모 게임 개발 스튜디오에서는 데이터 분석에 인력을 투입하거나 마케팅에 투자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기반 마케팅 없이는 크게 성장시키기 어려운것 또한 현실이다. 광고지면, 앱스토어 랜딩 등 어퍼 퍼널에서 게임 설치·실행으로 파생되는 로어 퍼널까지, 전반적인 플로우를 넓게 보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파트너라면 꼭 함께 일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런 점에서 로드컴플릿과 맥시마이저는 서로의 니즈에 맞는 최적의 파트너였고, 성공을 원하는 개발사라면 반드시 이러한 책임감있고 이상적인 파트너를 발굴해 동반자 마인드로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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