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장 생태계를 만드는 법

본 기고문은 아산 기업가 정신 리뷰(Asan Entrepreneurship Review, AER) ‘친환경 스쿠터로 열어가는 베트남 모빌리티 생태계 – 셀렉스모터스(Selex Motors)’ 사례의 일부 내용을 발췌 및 재구성한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례는 AER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기고자의 주장이나 의견은 벤처스퀘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Author: AER지식연구소 최화준 연구원

작고 불편한 경험은 종종 창업의 계기로 이어진다. 베트남의 모빌리티 스타트업 셀렉스모터스(Selex Motors)의 창업자 응우옌(Nguyen) 대표의 시작도 그러했다. 낭만적인 경험을 기대하며 시작했던 여자친구와의 스쿠터 여행에서 그는 베트남의 매연과 공해에 지쳐버렸다. 베트남 공기 오염의 주범은 국민 교통 수단인 스쿠터였고, 이를 바꾸고 싶었던 응우옌 대표는 베트남에 친환경 스쿠터 생태계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테슬라(Tesla)가 글로벌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한 것처럼 말이다.

혁신 기술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창업가들은 빠른 시장 점유와 사용자 확보를 추구해 독립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독점적 수익을 기대한다. 하지만 기업의 역사에서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차지한 스타트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2018년 설립한 셀렉스모터스(이하 ‘셀렉스)가 걸어온 길은 많은 기술 스타트업이 지향하는 생태계 구축의 마일스톤을 차례차례 달성하는 모습을 모범적으로 보여준다.

전기스쿠터를 만드는 셀렉스는 글로벌 전기차 선두 기업 테슬라를 참고하여, 베트남에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 테슬라는 전기차 제조, 충전 인프라 구축, 차량운영체제 소프트웨어 제작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총체적으로 전기차 생태계를 만들어 갔는데, 셀렉스도 유사한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응우옌 대표는 전기스쿠터를 만드는 것만으로 사용자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생각하고, 충전소,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수리 센터와 같은 부가적인 서비스들이 함께해야 모빌리티 생태계가 전체적으로 커질 것이라 판단했다.

창업 이후 셀렉스의 주요 마일스톤

2019년 첫 전기스쿠터 제작을 시작으로, 2020년 배터리 제작 및 교환소간 거점 연결, 2022년 전기스쿠터 운영시스템(OS)제작 및 배포까지, 셀렉스는 전기스쿠터 이용자 여정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관여하고 있다. 그 동안 셀렉스는 추가적인 전기스쿠터 모델을 출시하고 베트남 물류 기업들과 협업 관계를 늘리면서 셀렉스 중심의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했다.

셀렉스의 배터리 충전소

광범위한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이 단 시간 내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응우옌 대표는 모빌리티라는 새로운 개념과 친환경 스쿠터라는 생경한 제품을 시장에 단계적으로 소개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초기 셀렉스의 생태계는 ‘제품’을 중심으로 작게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이 ‘제품’에 더해지고, 그리고 ‘고객’과 ‘제품’에 ‘구매 후 서비스’가 더해지고 있다. 개별 생태계들이 분절된 단계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고 누적되면서 생태계가 확장되는 것이다.

셀렉스의 생태계 구축 과정

이 과정을 셀렉스의 사업 진행 방향 따라 구체적으로 대입해 보자. 편의상 개별 생태계 구축 단계를 ‘레이어(layer)’라고 표현하겠다.

2019년 전기스쿠터 제작 및 생산을 시작한 셀렉스는 이미 첫 레이어인 ‘제품’ 생태계 구축이 상당히 진전된 모습이다. 이후 주요 고객인 물류 기업과 이에 속한 전기스쿠터 이용자들을 위한 부가 서비스들을 연달아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배터리 교환소를 늘리고, 물류 관련 소프트웨어를 제작 및 배포하는데 이는 두 번째 레이어인 ‘고객’ 생태계에 속하는 요소들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상기 그림 내 가장 마지막 단계인 ‘구매 후 서비스’ 레이어는 앞선 두 레이어와 비교해 아직 완료되지 않은 모습이다 현재 셀렉스는 전기스쿠터 운영체제 등을 업데이트하고 있으며, 스쿠터 수리 센터를 막 오픈 했기에 세 번째 레이어 구축은 현재 진행형이라 평가할 수 있다.

시장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동시적으로 행위자들을 설득하고 행동을 촉구해야 하기에 그에 필요한 자원 소요의 우선순위를 정하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생태계 구축 과정 내 개별 단계에서 요하는 자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창업 초기 셀렉스는 ‘제품’ 관련 생태계를 우선 구축했는데 이때 소요된 주요 무형 자원(intangible resource)은 응우옌 대표의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었다. 응우옌 대표는 그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학원 동기들 및 지인으로 초기 구성원을 모집하고, 그들의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 셀렉스의 스쿠터 시제품을 제작했다. 동시에 유형 자원 중 하나인 재무적 자원(financial resources)도 필요했는데 이를 주변 지인들부터 확보했다.

후행 레이어인 ‘고객’ 관련 생태계 구축에는 더 다양한 자원들이 포괄적으로 필요했다. 우선 무형 자원을 살펴보면, 응우옌 대표는 창업생태계 네트워크와 사업 제안 등을 통해 베트남의 여러 물류 회사들과 협력 관계를 형성했다. 동시에 베트남 친환경 모빌리티 선도 기업의 지위를 활용해 기업 고객 및 정부 기관들과 호혜적 관계를 형성하며 기후 문제 해결의 공감대와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즉각 사용 고객과 잠재적 고객을 모두 확보한 것이다.

2019년 베트남 시장에 최초로 전기스쿠터를 소개했던 셀렉스는 이제 베트남을 대표하는 친환경 모빌리티 스타트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는 전기스쿠터 이용자의 가치 사슬 대부분에 관여하는 시장 생태계 내 독점적 지위에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인데, 이런 빠른 성장 속도의 배경에는 확장 단계에 따른 단계적 생태계 구축 전략이 있었다. 셀렉스는 고객의 여정 단계에 따라 레이어의 순서를 디자인했고, 이에 필요한 자원을 동시다발적으로 선택적으로 획득하고 사용했다. 물론 레이어간의 연결성을 유지해 생태계가 점진적으로 확장하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했다.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시장 생태계 구축 전략을 지향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신규 생태계내의 독점적 지위를 얻어 승자 독식의 미래를 꿈꾼다.

생태계 구축 전략을 고민하는 국내 스타트업이라면 서비스 이용자의 여정에 따라 생태계의 규모를 정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셀렉스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어떨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영역 모두에서 생태계를 구축해가는 셀렉스는 그들에게 의미있는 선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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