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위포커스 특허법률사무소 김성현 변리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기술평가 재수 OOO 상장 성공할까”, “IPO 재수 OOO 이번엔 기평서 고배”, “OOO 재수 끝에 기술평가 통과” 등과 같은 기사 제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주인공은 보통 바이오신약 기업들이다. 오랜 기간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해 왔고 그에 따라 재수 비율도 높다. 그런데 곧 AI 기업들이 이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그만큼 현장에서 기술평가 재수를 문의하는 AI 기업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나 상장을 경험하지는 못하지만 다들 대입 준비는 해보았을 것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과거에는 재수생이나 삼수생을 찾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요즈음에는 횟수가 3을 넘어가면 그때부터 N수생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같은 과정을 1년 또는 2년을 더하는데 왜 이전보다 성적은 쉽게 오르지 않는 걸까? 소위 전략이나 공부법이 잘못된 까닭이다.
불과 한 달 전에 필자에게 문의했던 AI 기업의 사례는 이러했다. 주관사는 국내 탑티어인 M 증권사였다. 기술평가를 담당할 전문평가기관은 국책연구기관보다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TCB 두 곳을 배정받았다. 그러나 두 곳으로부터 모두 BBB등급을 받아 기술평가에 최종 탈락했다. 특이점은 TCB 중 한 곳인 N 사로부터 본 기평(기술평가) 전에 예비 기평을 받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기업은 왜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에 탈락하게 된 것일까?
이렇게 기술특례상장 기술평가 재수를 준비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재수 기간을 6개월로 삼는다. 한국거래소의 지침이 기술평가 탈락 시 재신청 기간을 기술평가 결과 통보일로부터 6개월 이후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기간으로 재수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앞선 사례의 기업이 6개월 뒤에 기술평가를 재신청한다면 쉽게 통과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과연 A등급을 받아낼 수 있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에 가까울 것이다.
대개 기업들은 소위 한 끗 차이로 떨어졌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매년 평가 항목이 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평가 위원을 상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 끗의 불확실성은 예상보다 커진다. 기업 중 한 곳은 기업 내부에서 기술평가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공유해 주기도 했다. 내부에서는 사업 계획의 구체성 미흡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전문가 입장에서 그것이 기술 평가에서 떨어진 주요 원인은 아니었다. 예비 기평에 이어 본 기평의 결과 분석까지 잘못됐다.
예비 기평을 받았음에도 기술평가에서 탈락하는 이유가 이것에 있다. “동사는 ○○○, △△△, □□□를 감안하면, 종합적으로 OOO이 미흡하다고 판단됨”에서 ○○○, △△△, □□□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까닭이다. 예비 기평이든 본 기평이든 기업에게 제공되는 것은 몇 쪽의 평가서와 몇 줄의 평가의견이 전부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어떤 평가항목의 어떤 평가 지표가 어떻게 부족하다는 것을 파악하기 어렵다. 재수, 삼수를 반복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자사 기업의 취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자. 내부에 전문 인력이 없다면 유경험자나 외부 전문가를 활용하자. 그래야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을 허송세월로 보내지 않을 수 있다. 잘못된 진단은 잘못된 처방으로 이어진다.
재수 준비 기간도 성급하게 정하지 말자. 재수를 하기로 결심했다면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준비 기간을 짧게 잡는 것보다 기술평가 결과 분석과 전략 수립을 당장 시작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데 더욱 효과적이리라.
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순위 설정이다. 기간 내에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면 평가의 비중이나 배점이 높은 영역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른바 전략 평가항목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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