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버블보다 고등교육 버블이 더 문제다?

최근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이자 페이스북의 주된 투자자로 유명한 피터 티엘(Peter Thiel)이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인터넷 버블에 대한 질문을 받고, 엉뚱하게도 고등교육 버블이 더욱 커다란 문제라고 이야기를 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2000년에 인터넷 버블이 터지는 시점을 예측하였고, 그 이후 모기지에 의한 주택버블이 터질 것이라는 것도 적기에 예측한 경력이 있어서 그의 말이 어찌보면 더욱 화제가 되는 듯하다.

그렇지만, 이번의 버블 발언은 아마도 금방 터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말대로 여전히 지속적인 거대한 버블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의견에 100% 공감하면서, 앞으로 고등교육과 사회에서의 고등교육의 가치에 대하여 새롭게 고민하지 않는다면, 거대한 변화의 쓰나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태가 근미래에 닥칠 수 밖에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근본적인 고민은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과 대학원을 왜 가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서는 대학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과거의 블로그 포스트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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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대학을 가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이름있는 대학을 가서 내가 어디를 졸업했다는 권위를 획득하기 위한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인데, 이것은 일종의 개인 브랜드의 강화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정말 좋은 교육을 받고 싶어서 일 것이다.  첫 번째 목표를 가진 학생들은 사실 교육의 질이 떨어져도 어느 정도 감내가 될 것이다.  어쩌면,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다니는 또는 졸업한 학교의 브랜드가 올라갈 수 있는 다양한 연구가 많이 발표되고 랭킹만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결국 대학을 왜 가는가? 과거의 경험상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 좋고, 그런 사람들이 실제로 사회지도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연봉이나 대우 등도 더욱 좋다는 것에 근거한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런 과거의 근거와 해당 근거가 과도한 믿음으로 이어질 때 언제나 거품을 유발할 가능성이 많다. 예를 들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관련한 거품상황도, 집값이 꾸준히 상승해서 언제나 자산가치가 늘어나게 된다는 과도한 믿음에 따라 실질가치와의 격차가 지나치게 커짐으로써 결국 거품이 되어 터지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학과 좋은 학벌이 사회의 성공을 반드시 보장한다는 믿음으로 인하여 어렸을 때부터 쌓아올린 경험과 포트폴리오 등의 가치가 과소평가되면서 그 사람이 사회적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과 학벌과의 격차나 날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것이 핵심이다. 버블이 터지게 되는 시점은 어느 학교 출신이라거나,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가 나오지 않고, 장기적으로 그 사람들의 성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이런 믿음은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있는 고등교육 기관들이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자원의 비용은 지나치게 크다. 모두가 대학교수가 될 수도 없고, 연구 만을 위해 자원이 투입되는 것이 과연 옳은가?에 대한 합의도 이루어져 있지 않다.

더 나아가서는 굳이 대학이 아니더라도 대중과학이나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볼 수 있는 열정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회적인 연구도 많이 해 나갈 수 있고, 그 비용도 훨씬 적게 들어가고 효율이 높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비대해져 버린 비정상적인 공룡 고등교육 자원에 끊임없이 커다란 사회적 비용이 투입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결국 비정상적인 거품은 터지게 되어 있고, 현실에서 더 나은 대안이 나오게 될 때 급격한 이동은 시작될 것이다. 다시 말해 대학이 신분상승과 더 나은 삶에 대한 보증수표가 아님을 감지하고, 더 나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보게 되는 순간 고등교육 체계의 비효율성은 마치 사상누각과도 같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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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33246834@N04/5476954469/
이와 관련한 대안적인 움직임으로 뉴욕의 Sts. Philip and James 중학교에서 시도하는 새로운 마이크로인턴(Microintern) 제도는 매우 신선하다는 생각이다. 원하는 중학생들이 실제로 창업을 한 유망한 스타트업 회사의 인턴으로 일하면서, 기업가 정신도 배우고 실제로 사회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과 세상에 대해서 이해하는 작업이 일찌감치 시작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다양한 일을 경험한다. 웹 사이트의 잘못된 메시지나 그림 등을 교정하거나, 실제로 올라가는 글과 그림, 동영상 등을 만들어 보기도 하며, 브레인스토밍 과정에 참여해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친구는 테스트용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보기도 한다. 현 단계에서는 비록 하루~이틀 정도의 경험을 하고 있지만, 그렇게 짧은 경험을 통해서도 어떻게 이런 회사들이 돌아가고 있는지 엘리베이터 스피치(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시간동안 이야기하는 것)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배움을 가지고 돌아간다. 또한, 좋은 아이디어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강한 팀과 똑똑한 동료들을 잘 만나서 엮어내고 협업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소중한 교훈도 얻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능력에 맞는 사업을 향후에 시작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떠난다고 한다.

아마도 앞으로 이와 같이 사회적인 가치를 많이 만들어 볼 수 있는 배움과 협업, 그리고 경험의 기회는 점차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재의 “고등교육”이 가지고 있는 모순은 심화될 것이다. 결국 대안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이 탄생하거나, 기존의 교육 시스템의 변신을 사회에 맞게 진행할 수 있는 곳이 더욱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면,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과도한 고등교육 거품과 학생들에 대한 압박도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참고자료
Peter Thiel: We’re in a Bubble and It’s Not the Internet. It’s Higher Education
The MicroInterns: Middle-Schoolers Visit TechStars, Get a Lesson in Startup Life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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