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최앤리 법률사무소 김승균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과거에 있었던 성범죄 사건의 ‘사적 제재’를 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부각되고, 다시 과거 성범죄 사건들이 재조명되면서 가해자들의 ‘신상 파헤치기’, 즉 나락 보내기가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과거의 성범죄 전과가 있었던 가해자들이 재직하는 회사가 누리꾼들의 타겟이 되었고, 비난이 일자 해당 회사들은 가해자들을 해고하는 등 조치를 취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조치에 누리꾼들이 통쾌함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근로기준법을 포함한 근로관계법에서 보호받아야 할 근로자가 업무 수행과는 무관한 이러한 이유로 해고된 것은 적법한 것일까요?
1. 해고에 관한 법리
상기한 해고들이 적법한 지 알기 위해서는, 먼저 근로기준법 상 어떠한 때에 해고를 해도 되는지를 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근로기준법은 구체적 사례를 나열하지 않고, 일반적 기준으로서 제23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당한 이유’에 대한 법원과 유권해석기관(고용노동부 등)의 유권해석으로 ‘정당한 이유’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리 판례는, ‘정당한 이유’에 대해서,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시킬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여 정당한 이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책임 있는 사유의 구체적인 판단에 있어서는, 사업의 성격과 목적,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해고의 ‘정당한 이유’로 인정받은 사안들은, i) 근로자가 근로계약상의 근로제공의무를 거절하거나 해당 업무에 임하지 않는 경우, ii) 결근 및 지각 조퇴를 반복하는 경우, iii) 근로자가 업무에 필요한 능력과 적격성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하여 하자 있는 급부(보험판매업을 영위하는 영리법인의 소속 근로자가 다소 낮은 정도가 아닌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저한의 실적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제공하거나 정상적인 작업능력을 밑도는 경우, iv) 범법행위, 부정행위 등으로 업무의 성격이나 직무에 비추어 종업원 또는 직원에게 요구되는 신뢰나 명예를 손상시키거나, 동료근로자에 대한 폭력행사 등이 있는 경우에 해고의 정당한 이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2. 범법 행위, 비윤리적 행위 등은 해고사유에 해당할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범법행위가 해고사유가 되는 것일까요? 과거에 있었든, 근로 이전에 있었든, 범법행위의 위법성이 어느 정도이든, ‘유죄 판결’ 혹은 ‘벌금’등만 받는다면요? 그렇게 생각하면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교통신호 위반으로 과태료만 받아도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 있고, 근로자의 지위가 매우 불안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전과로 인한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때도, 전과가 있다고 일률적으로 해고할 수 있다, 없다고 정할 것이 아니라, 상기한 ‘정당한 이유’판단을 그대로 거쳐야 할 것입니다. 근로자의 전과가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할 수 없는 정도의 책임’인지를 사업의 성격과 목적,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전과가 된 범죄행위의 동기와, 기업의 위계질서 등을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죠.
3. 구체적으로, 성범죄 전과가 해고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구체적으로, 성범죄 전과는 경우에 따라 해고사유를 따져보아야 할 것입니다. 만일, 다수의 여성 아동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에 여성 아동에 대한 성범죄 전과가 있는 남성이 취업을 한 경우에는, 명백히 아동을 교육하는 사업의 성격과, 해당 사업에서 아동을 직접적으로 교육자라는 상급자의 위치에서 가르치고 있는 근로자의 지위, 기업 내의 위계질서, 혹은 이러한 사실이 알려져서 해당 교육기관이 입게 될 사업상, 명예상의 침해 등을 생각해본다면 해고에 충분히 정당한 이유를 인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그러한 전과 이력이 별도로 사업의 영위에 문제가 되지 않는 특정 물품의 판매중개업, 혹은 교육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더라도 교육기관에서 직접 아동을 가르치지 않는 지위에 근로자가 있다든지, 하는 등의 사실관계가 있다면 사회통념상 근로계약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겠습니다.
다만, 이번에 사적 제재가 문제되었던 일련의 성범죄 사건에서는, 해당 사건의 죄질이 매우 나빴고, 그러한 점이 일반 대중들에게 여러 매체를 통해 광범위하게 알려졌고, 사업장이 특정되었으며 불매운동 등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더 이상 근로계약을 지속하기에 어려웠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4. 민법의 취소 법리,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을 살펴보실 수도 있습니다.
추가적으로는, 민법상의 ‘취소’법리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민법은 제110조에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력서에 범죄사실 등 전과가 있는지의 여부를 기재하게 하거나, 채용 과정에서 관련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등을 제출하게 한 경우, 이력서의 허위 기재 또는 서류에 위조가 있었던 경우에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 보아 근로계약을 취소하는 것이죠.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도 ‘허위이력 기재’, 혹은 ‘전과사실 있는 경우는 해고한다’는 등의 내용이 존재한다면, 이력서의 전과 관련 사실을 허위기재한 사실을 해고사유로 들어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지는 않게 될 것입니다. 대법원 판례도 허위기재의 해고에 대해서는, “당시 회사가 그와 같은 허위기재 사실을 알았더라면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여지는 한 이를 해고사유로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이와 같은 입장에 있습니다((대법원 2000. 6. 23. 선고 98다54960 판결).
따라서, 성범죄를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시거나, 혹은 근로자께서 이를 이유로 해고당하셨을 경우, 위의 법리들을 차례차례 잘 살피셔서,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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