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금과 업무상횡령

이 글은 최앤리 법률사무소 문재식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개인 사업자가 아닌 주식회사와 같은 법인을 세워 스타트업,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는 사업 확장, 운전자금 확보를 위해 자금 조달 방법을 항상 고민합니다. 여러가지 자금 조달 방법이 있겠지만, 만일 대주주로서 회사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과 애정을 갖고 있다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대주주이자 경영자인 자신의 돈을 회사에 투여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세무, 회계상 이를 가수금이라 부르는데, 이러한 가수금은 자금에 목 마른 회사에겐 오아시스가 될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였다간 그 돈을 투여한 경영자에게는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고객사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에 의한 가수금 명목의 입출금에 대해서 업무상 횡령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었으나, 저희 조력을 통해 다행히 혐의없음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번 칼럼은 해당 사건에서 검토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1. 주식회사의 자금조달 방법과 가수금의 법적 의미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자금조달은 타인자본에 의한 조달, 자기자본에 의한 조달, 내부자본에 의한 조달의 방법으로 이루어집니다. 타인자본에 의한 조달은 금융기관 등 회사 외부의 타인을 통한 차입이나 사채발행 등을 통해 부채를 발생시키는 방법입니다. 이와 달리 보통 초기 스타트업이 외부기관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때 활용하는 자기자본에 의한 조달은 유상증자 등 주식발행을 통한 주주(투자자)의 출자금에 의한 방법이며, 내부자본에 의한 조달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잉여금을 회사에 재투자하는 방법입니다.

그 중 자기자본에 의한 조달은 회사 입장에서 원금과 이자 상환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다만 상환우선주와 같은 종류주식은 그 조건에 따라 상환의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식회사의 자금조달 방법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하지만 이는 기존 주주 입장에서 자신의 지분이 희석되어 보유 주식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기도 하고, 상법상 원칙적으로 주식 양도는 자유롭기 때문에 주주가 변동될 가능성이 상존하여 회사의 경영 방향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는 단점 또한 있습니다. 이에 반해 타인 자본에 의한 조달은 채권자와의 신뢰관계가 두텁고 낮은 이율을 조건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그 신뢰를 근거로 단기간에 자금조달이 용이하고, 자금조달 후 빠르게 상환이 가능한 경우라고 한다면 타인자본을 통한 조달방법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경영권 유지에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 유리한 자금조달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소규모의 비상장회사들에서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때 경영자인 대주주가 개인 자금의 여유가 있는 경우에는 자기자본에 의한 조달보다는 그 대주주가 회사에게 직접 금원을 대여하고 이를 가수금 명목으로 회계 처리한 후 상환받는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흔합니다(한편, 이렇게 가수금으로 대여한 금원을 출자 전환하여 주식을 인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수금 명목으로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자신의 자금을 투여하는 것을 마치 자신의 금고나 계좌에 돈을 넣어두는 것으로 생각하여 자유롭게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이 대주주이고 대표이사 등 대표자의 지위에 있더라도 엄연히 회사와 대주주 혹은 경영자는 동일한 주체가 아니라 별개의 법적 주체임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그래서 위 가수금 또한 자신 소유의 돈을 회사로 단순히 이전시킨 것이 아니라, 회사에 빌려준 것으로서 ‘대여한 돈’에 해당하고 이를 출금하는 것은 대여한 돈을 ‘상환’ 내지 ‘변제’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2. 가수금과 업무상 횡령, 불법영득의사

그래서 가수금을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오해하여 아무런 절차없이 마음대로 넣었다 뺐다 한다면 업무상 횡령이라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엄연히 자신이 회사에 돈을 넣었다고 하더라도, 그 돈이 회사로 넘어간 이상 더 이상 자신의 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형법상 횡령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불법영득 의사’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그 재물을 횡령할 때 성립합니다. 이 때 대법원은 ‘불법영득 의사’를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3도14777 판결 등). 쉽게 말하면 타인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 그 돈을 자신 또는 제3자를 위해 자신의 것과 같이 마음대로 출금하려고 하는 의사를 말합니다. 경영자는 회사라는 타인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 되고 회삿돈을 경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음대로 출금하는 경우에는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타인의 돈을 그 타인을 위하여, 마음대로가 아니라 적법한 절차를 거쳐서 출금하였다면 불법영득 의사가 인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3. 적법한 가수금 사용방법

이러한 불법영득의사가 있는지는 횡령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객관적 행위로서 구성요소는 대부분 인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가수금을 통해 회사에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다시 출금할 때에도 마찬가지로 그 행위 자체로는 횡령에 해당할 수 있으나, 불법영득의사가 없도록 타인을 위하여,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면 횡령으로 문제될 소지는 없겠습니다(한편, 대법원은 대표이사가 회사를 위하여 보관하고 있는 회사 소유의 금전으로 자신의 회사에 대한 개인적인 채권(가수금 채권)의 변제에 충당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판례(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3도12155 판결 등)가 있기는 하지만, 법원은 그외 가수금을 둘러싼 다양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살펴 불법영득의사를 판단하고 있으므로, 아래 방법에 따라 가수금을 활용하길 권고드립니다).

가수금과 관련하여 횡령의 불법영득의사가 문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1) 우선 이사회의 의결 내지승인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안전합니다. 간소하게 진행하더라도 이사회 의사록을 남겨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2) 아울러 투여한 가수금을 다시 출금하는 것은 빌려주었던 돈을 다시 돌려받는 개념이므로, 회사로부터 이자를 지급받아야 하는 것이고 그 증거로서 금전대여계약서를 작성하고 원장 등 회계장부를 철저히 관리하여야 하겠습니다. 물론 회계감사를 거치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유리한 사정으로 반영될 수 있겠습니다. 3) 나아가 가수금 채권이 있다고 하여 무리하게 출금을 마음대로 하다가 그 금액을 초과하게 된다면, 오히려 돈을 빌린 것이 되어 소위 가지급금으로 회계 처리가 되는데 이 때에도 위와 같은 적법 절차와 서면 증거들을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저희 고객사의 사건에서는 다행히 이상과 같이 제시해드린 사용 방법을 준수하여 가수금을 활용하였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제출하여 무혐의로 방어할 수 있었습니다. 독자분들 또한 위와 같이 가수금을 활용 한다면, 횡령이라는 무서운 형사 처벌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대주주이더라도 경영자는 항상 횡령 또는 배임에 처해질 위험이 크다는 것을 유념하며 다양한 법적 리스크에 대비하여 두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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