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회사의 제품을 박람회에 전시하면 불법일까?

이 글은 최앤리 법률사무소 김승균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스타트업들은 각종 박람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케팅 비용 없이 자신의 제품을 알릴 수 있고, 실제 제품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그러한 박람회에서 연결된 네트워크로 인하여 투자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박람회에서, 본사의 제품을 다른 회사와 비교하거나 본사의 제품과 비슷한 제품이 있다는 등 예시를 드는 용도로 타사의 제품을 전시하였다면 불법이 되는 것일까요? 얼핏 생각하기에, 저작권법.. 및 상표법.. 등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는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또한 문제될 수도 있는데요. 이번 칼럼에서는 위와 같은 경우가 구체적으로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하는지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1. 부정경쟁방지법이란?

부정경쟁방지법이란, 제1조의 목적에서 “이 법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ㆍ상호(商號) 등을 부정하게 사용하는 등의 부정경쟁행위와 타인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하여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는 법률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타인의 지식재산권을 보다 넓은 범위에서 보호하고, 영업비밀의 침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입법된 법인데요. 이 법은 저작권,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타인의 투자나 노력 등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보호하는 조문을 두고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부정경쟁행위의 정의에 관하여 규정하는 각 목들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 행위태양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라. 목에서는 광고, 바. 목에서는 사칭, 차. 목에서는 사업입찰 등에서 부당하게 타인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행위 등을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기 박스안의 조항은 부정경쟁행위를 조금은 넓고,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기 조항은 2013년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으로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규정이 신설된 조항으로, 새로이 등장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를 보호하고 입법자가 부정경쟁행위의 모든 행위를 규정하지 못한 점을 보완하여 법원이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기 위하여 설립된 조항인 것입니다.

 

2. 그렇다면, 타사의 제품을 전시하는 것이 위법한가요?

위의 조문의 요건을 찬찬히 뜯어보면, 이렇게 나눌 수 있겠습니다. i)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ii)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iii)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하여, iv)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해야 한다. 아래에서는, i), ii)의 요건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타사의 제품이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에 해당할까요? 이와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상기 조항은 “그 보호대상인 ‘성과 등’의 유형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되고,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따라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다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 즉, 그 형태는 상관이 없지만 실질적으로 해당 제품이 명성과 경제적 가치, 고객들에게 잘 알려졌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죠. 따라서 제작된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이라든가, 그 판매량이 상당히 저조한 제품 등의 경우에는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에 해당하지 않을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ii) 요건도 이 경우에 문제가 되는데요. 만일, 타사의 제품을 본인들의 제품인 것처럼 속이거나 그렇게 보일 의도가 있었던 방식으로 전시를 해둔다면, 그것은 명백히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여지가 있겠습니다. 다만, 이 칼럼의 사안과 같이 다른 회사의 제품임을 명백히 밝히면서 로고 등을 가린다거나 하지 않고, 단순히 자신의 회사 제품과의 비교나 예시 등을 들기 위하여 짧은 박람회의 기간 동안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것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위반할 확률은 적다고 보여지겠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타사의 제품을 홍보해준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3. 그렇다면, 어떠한 점을 주의해야 할까요?

따라서, 여러 대표님께서 만약 박람회에 참석하셔서, 타사의 제품을 박람회 등에서 사용한다면 i) 본인의 회사에서 제작한 것이 아닌 타사의 제품임을 명확히 밝히고, ii) 타사의 상표나 디자인 등을 가리거나 변형하지 않으신다면 타사의 제품이 설령 투자나 노력이 반영된 성과라 하더라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의 여지가 없겠습니다.

이러한 점을 잘 고려하셔서, 박람회 및 IR등 직접 제품을 시연할 일이 있는 여러 행사를 진행하실 때에도 법적인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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