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최앤리 법률사무소 문재식 변호사의 기고문입니다. 스타트업을 위한 양질의 콘텐츠를 기고문 형태로 공유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벤처스퀘어 에디터 팀 editor@venturesquare.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회사의 서비스 및 기능을 조직내로 끌어들여 직접 조달하는 방식의 인소싱(내재화)을 택할지, 다른 사업자를 통해 조달하는 방식의 아웃소싱을 택할지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내부의 조직적 변화를 도모할 때 항상 고민되는 부분입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냐에 따라 비용, 리스크 관리, 통제 및 매니징의 용이성이 현저하게 달라지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롯되는 중요한 고민이 바로 인력을 내부적으로 고용할지 외부에 위탁하여 맡길지 여부입니다. 무엇을 선택하냐에 따라 사업주가 4대 보험료를 지급하여야 할지, 연차, 퇴직금 등의 인사 제도를 관리해야 할지, 자유로운 해고 또는 계약해지가 가능한지 등에 큰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보통 사업자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이고 리스크를 피하는 목적으로 ‘위탁계약’, ‘프리랜서 계약’ 등으로 계약을 체결하여 근로자로 인정받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최근 플랫폼경제가 성장하면서 전통적인 사용자-근로자, 위탹자-수탁자(사업자간)의 관계가 아닌 노동의 인소싱과 아웃소싱 사이의 모호한 영역에서 새로운 형태의 종사자들이 크게 늘어났는데, 그들의 근로자성과 관련해 엇갈린 판결이 나와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지난 달 플랫폼 업체와 위탁계약을 맺은 배달 라이더와 타다 기사의 근로자성을 판단한 판결입니다.
기본적으로 대법원은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에는 계약의 명칭 등 외관상 형식보다는 그 실질적인 업무의 형태, 내용을 보고 사업주(사용자)의 지시, 감독에 의해서만(즉,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합니다. 그러한 종속적인 관계에 있었는지 판단을 하는 데에는 구체적으로, 1)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을 적용하여 상당한 지휘, 감독을 하는지, 2)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3) 종사자가 스스로 비품,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4) 노무를 제공하면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5)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6) 4대 보험과 같은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배달의 민족과 타다는 공통적으로 각 배달 라이더 및 타다 기사와 근로자 계약이 아닌 위탁계약 내지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였지만, 배달 라이더는 근로자가 아닌 타 사업자(프리랜서)로, 반면 타다 기사는 근로자로 인정받았습니다. 그 결과로 계약을 일방 해지함에 따라 타다 기사의 경우 부당해고로 인정되었는데요. 무엇이 차이였을까요.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4두32973 판결(타다 기사)과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7. 12. 선고 2022가합534381 판결(배달 라이더)을 비교하여 보았습니다(다만 후자의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서, 추후 다른 결론의 판결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먼저 두드러지는 차이는 업무내용의 강제성 및 근태관리의 엄격성 정도 였습니다. 배달 라이더의 경우 가맹점의 배달 요청의 수락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고객의 만족도 및 고객항의 유무에 따라 특별히 교육 등을 받지 않았으나, 타다 기사는 희망 배차를 신청할 수는 있지만 회사의 결정에 따라 차고지와 운행시간 등이 기재된 배차표를 배부받아 그에 따라 운전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업무 수행절차와 방법, 위반 횟수별 제재조치에 관한 구체적인 교육을 받아야 하고 근태관리 리포트가 작성되어 만일 이용자의 불만 사례가 급증하는 경우 회사가 직접 교육을 실시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업무를 위해 이용되는 비품이나 도구를 누가 소유하는지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배달 라이더의 경우 라이더 소유의 오토바이로 배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고 그에 필요한 부대비용은 배달 라이더가 직접 부담하였지만, 타다 기사는 차량과 비품 모두 타다 회사가 소유하였고 부대비용 일체도 회사가 부담하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배달 라이더는 “내돈으로 내가 사업한다”는 사람이고, 타다는 그 반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근로자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이는 것 중 하나는 ‘내가 더 일한만큼 더 받을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더”일한 것에 대해 대가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배달 라이더의 경우 근무시간과 휴식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자율적으로 주문을 수락하여 그에 따라 수익이 좌우됩니다(실제 라이더 별로 수익에 상당한 편차가 있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타다 기사는 근무시간에 비례하여 보수가 책정되는데, 회사에서 배차를 결정함에 따라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없어 결국 ‘더’ 일할 수 없으니 ‘더’ 돈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이상과 같이 공유경제, 플랫폼경제가 성장하면서 그에 종사하는 새로운 형태의 직종이 발생하여, 이러한 직종을 근로자로서 보호해야 할지는 최근의 첨예한 법적 쟁점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결국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취지는 결국 사용자에 의해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으면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는 과정에서 여러 권리가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므로, 실제 법원이 근로자성을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요소를 반영한 대법원의 판단 기준을 개별적으로 살펴본 후 이를 종합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따라서 인력의 조달방식을 결정함에 있어 아웃소싱하기로 하고 타 사업자와 프리랜서 계약 내지 위탁계약을 체결하였더라도, 실질적인 업무내용, 그 결정방법,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 결정권한, 보수의 결정방법(더 일한 만큼 더 지급되는지) 등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음을 유의하시고 위 대법원이 제시하는 판단기준을 고려하여 적절히 업무내용, 조건들을 설정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 관련 칼럼 더보기
You must be logged in to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