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terview] 프라이머 이택경 대표


문득,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다. 안부가 궁금해서라기 보다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그 행보가 궁금한 사람들… 성공한 벤처 1세대를 대표하는 다음의 공동창업자 이택경 대표처럼 말이다.

벤처스퀘어가 스타트업들을 돕는 새로운 형태의 엔젤 투자 인큐베이션 네트워크, 프라이머의 이택경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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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머, 이택경 대표


스타트업 멘토링 전문 스타트업, 프라이머


권도균 대표가 이니시스를 엑시트(Exit: 창업한 기업을 키워 매각)한 다음에 실패를 하더라도 의미 있는 실패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을 많이 하셨더라구요. 스타트업을 하는데 물론 돈도 중요하지만 멘토링, 코칭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기존 프로그램과는 차별해서 만들어보자 해서 다섯 명의 파운더(권도균, 이택경, 송영길, 이재웅, 장병규)가 모여 시작한 게 프라이머에요.



“프라이머는 창업가들의 DNA를 새로운 잠재 창업자들에게 전달하고 복제하여, 후배 기업가들의 성공을 돕는 새로운 형태의 엔젤 투자 인큐베이션 네트웍입니다.” – 프라이머 홈페이지


초반에 파운더 미팅을 하면서 큰 방향은 결정했고요. 저와 권대표님은 풀타임으로 일하고, 다른 세 분(송영길, 이재웅, 장병규 대표)은 다른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계셔서 파트로 참여하고 계세요. 강의나 의사 결정을 도와주시고 워크샵 때, 밥 사면서 멘토링 해주시구요. 프라이머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풀타임 인력은 많이 안 쓰려고요.



프라이머의 3가지 미션


프라이머가 하는 일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1. 제대로 된 인큐베이션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은 기존에도 많이 있었지만 저희는 멘토링 컨설팅에 집중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업체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존의 창업투자회사(VC)는 주로 이사회만 참석하고 매니징이 끝나거나 한 달에 한번 미팅하는 정도인데요. 저희는 전략이나 방향까지 코칭합니다. 돈 보다는 멘토링이나 인큐베이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거죠. 물론 돈이 없어서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돈 문제보다 더 중요한 방향성과 처음 사업할 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큐베이션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지원 프로그램은 법무, 세무 같은 관리적인 측면의 서포팅을 많이 해주는데 이런 게 필요한 단계면 이미 자리잡은 스타트업들인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얼리 스테이지의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정보와 노하우를 제공하는 제대로 된 인큐베이션을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2. 경영학 교과서에 안 나오는 실무 교육
저를 포함해 프라이머의 파운더들은 실제 회사를 운영해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교과서적인 측면보다는 실무적인 측면을 가르치려고 해요. 아시다시피 기존 경영학 교과서는 대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요. 심지어 어떤 것들은 ‘다음(Daum)’에서 적용하기도 쉽지 않거든요. 이런 측면에서 현실적인 노하우를 가르쳐 주는 게 두 번째 미션입니다.


3. 비공식적인 소규모 만남의 멘토링
세 번째는 “창업가들과의 저녁식사”같은 비공식적인 프로그램인데요. 개별적으로 문의를 하거나 요청이 있을 때 만나 간단한 자문을 해줍니다. 물론, 다 만나는 건 아니구요. 저희가 만나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팀들을 만나는데 준비 여부와 관계없이 방향을 이야기 안 해주면 잘 못 가거나 이상하게 갈 것 같은 팀들은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공식 프로그램인 인큐베이션이나 엔턴십과는 별개로 만나 이야기 나누고 멘토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인큐베이션 VS 프라이머 엔턴십


이 세가지 미션으로 저희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인큐베이션프라이머 엔턴십인데요.


인큐베이션은 창업투자회사(VC)나 엔젤 투자랑 비슷한데 저희는 훨씬 더 얼리 스테이지에 투자한다고 보시면 되요. 2천 만원에서 5천만 원 사이, 지분으로는 10% 미만으로 투자 하는데요. 팀 빌딩이 안된 팀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는 밸류에이션(Valuation)을 2억으로 인정해주는 거죠. 완성도에 따라, 자본금 여부에 따라, 지분 퍼센트가 달라지기는 하지만요.

지금까지 계약할 당시, 온오프믹스를 제외하고는 회사의 형태를 갖춘 팀은 없었어요. 심지어 한 팀은 개발자가 없이 팀 빌딩이 안 된 상태로 저희를 만나서 개발자를 세팅하고 회사의 모습을 갖춰가기도 했고요.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하고 있는 시스템인데 국내에서는 네트워킹이 잘 안 돼서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시작해서 진행해 보고 있습니다.

파운더 모두 IT 출신이기도 하고 하드웨어는 초기 자본이 없으면 어렵기 때문에 인큐베이션은 하드웨어는 배제하고 있고 엔턴십은 상관 없구요. 나이 제한은 없는데 얼리 스테이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주로 대학생이거나 사회 초년생, 병역특례 끝나고 친구랑 의기 투합한 경우가 많습니다.

인큐베이션이 VC처럼 투자와 코칭이 같이 가는 프로그램이라면 프라이머 엔턴십 같은 경우는  인큐베이션을 간소화 시켜서 교육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특정 기간, 일종의 공채처럼 선발하고 있습니다. 엔턴십은 사업의 성공여부보다는 기본 자질과 아이템을 주력으로 보는데요. 저희가 생각하는 기초 자질을 갖추고 있다면, 아이템이 좀 나쁘더라도 코칭하면서 배우는 게 많을 팀, 아이템을 다듬을 수 있을 것 같은 팀들을 선발하죠. 인큐베이션은 경제적인 투자도 하지만 시간을 투자해야 하니까 엔턴십보다는 좀 더 자격 조건을 엄격하게 심사하고 성공 가능성도 보구요.

인큐베이션에 지원했던 팀 중 일부는 기준이 높아 인큐베이션에는 떨어졌지만 엔턴십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따로 연락 해서 엔턴십에 들어 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얼리 스테이지다 보니까 팀 구성이 미완성인 상태가 많은데 그래도 아이템과 자질을 보고 뽑는 거죠. 자질이 좋으면 아이템을 튜닝하기도 하고요. 엔턴십 하면서 실제로 아이템을 교체해서 인큐베이션에 들어온 팀도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의 가장 큰 실수, 소홀한 선행조사

개인적으로 엔젤 투자는 해봤지만 전문적으로 메토링을 해본 건 프라이머가 처음인데요. 아는 것과 가르치는 건 별개고 잘 모르는 일부 영역도 있고 해서 인큐베이션, 엔턴십을 하면서 그때 그때 느끼는 것들을 메모해보자 해서 트위터에 기록을 시작 했는데 “스타트업 실수 시리즈”로 연재가 되어 버렸어요. 멘션들로 동감, 질문, 반론을 주고 받으며 더 생각하게 됐고 반응도 좋더라고요. 제가 썼지만 저도 다 피해가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도 알고 실수 하면 나중에 뭘 잘못했는지 아는데, 모르고 하면 지나고 나서도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최소한 몇 가지는 알고 실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적어본 거에요. 실수를 안 한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망하는 걸 방어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스타트업 실수 시리즈”에도 얘기했지만 스타트업들의 가장 큰 실수는 선행조사를 너무 안 한다는 거죠. 물어보면 했다고는 하는데 비개발자 조차도 눈에 보이는 만큼만 해요. 나이키 경쟁 상대가 닌텐도가 되는 세상에서 포괄적인 선행조사 없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건 명백하게 큰 실수죠. 물론 예외적으로 열에 하나, 스물에 하나는 조사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너무 안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심사하면서 만났던 한 팀은 시장 조사 피티(PT)는 잘 했는데 어떤 아이템을 사업화 하고 싶은지를 명확하게 얘기를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역으로 질문을 계속해서 뭘 하려고 하는지 알아내기도 했어요. 이 이야기를 트위터에 했더니, 어떤 분이 시장을 모르는 사람보다는 오히려 가능성이 있다, 아이템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시장을 잘 알고 있다면 거기서 뭐든 찾아낼 수 있다, 라는 의견을 주셨었는데 저도 동감해요. 이런 측면으로 시장 조사는 정말 중요합니다. 사실 시장조사가 삽질을 방지하죠. 심지어 어떤 스타트업은 6개월 동안 개발을 했는데 한국 내에 똑 같은 서비스가 잘 되고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단지 그게 다음이나 네이버가 아닐 뿐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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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imer.kr


성장한 후의 스타트업에게 프라이머의 역할


프라이머는 2010년 늦봄부터 시작해 아직 1년이 채 안됐는데요. 프라이머를 초등학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저희가 초등학교를 잘 졸업시켜 보내면  엔젤이 중학교, VC가 고등학교, 대학교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이런 식으로 단계별로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은 얼리 스테이지에 집중하고 인큐베이션에 신경 써야죠. 저희 투자는 씨드 머니(seed money)잖아요. 실제, 퍼스트 라운드에 투자를 받으면 역할 분담이 필요할 겁니다. 해당팀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도 중요하고, 퍼스트 라운드에서 투자자의 입장도 있구요. 인큐베이션팀의 멘토링은 계속 할 거지만 저희가 지분을 갖고 있으면 멘토링하기가 좀 더 수월하겠죠. 투자를 받게 되면 분명히 역할 분담은 필요해요. 투자자 쪽이 주가 되고 저희가 부가 된다거나 하는 방법으로요. 저랑 권태표도 디테일한 부분이 다르면 조율을 하는데… 전혀 다른 스타일의 사람이 코칭을 하면 혼선이 올 수도 있거든요. 얼리 스테이지를 떠나 퍼스트 라운드로의 투자까지 가는 건, 잘 키워서 시집 보내는 것 비슷한 것 같아요.



프라이머가 추구하는 최종 목표


저희도 아직 가설인 부분을 검증해나가는 과정 중인데요. 식상하고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프라이머가 미약하나마 벤처 생태계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재무적인 리스크가 큰 한국에서 유한 책임인 주식회사 연대보증서고 하다가 비참하게 끝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성공은 못 해도 적어도 비참한 실패는 막아 주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큐베이팅 팀에게도 재무적인 측면을 강조해요. 생각하는 것보다 돈은 더 들어갈 수 있으니 캐쉬 플로우 관리 잘 하고 아껴 쓰라고 조언합니다. 웬만하면 빚은 지지 마라, 지더라도 용역이든, 아르바이트든,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라고 해요. 젊은 친구들은 빚만 안 지면 실패를 하더라도 1년 반~2년의 경험으로 재기할 수 있잖아요. 좋은 경험을 해서 취업을 해서 좋은 일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실패도 경력이고 노하우도 생기니까요.

너무 많은 정보가 범람하고 있는 지금, 객관적으로 잘못된 부분, 마인드가 잘못 심어져 있는 부분들을 튜닝할 수 있기를 바라고요. 더 좋은 건 프라이머랑 비슷한 회사가 생겨 경쟁을 하는 거죠. 돈은 새로운 팀들을 오퍼레이션 할 만큼만 벌면 되니까요. 한국은 본엔젤스를 제외하면 엔젤도 거의 없는데요. 본엔젤스가 성공하고, 프라이머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엔젤이 더 생길 수도 잇는 거구요. 프라이머가 잘 되면 VC 처럼 아주 모든 게 셋업 된 상태에서 투자하는 분보다 얼리 스테이지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분들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며 포괄적인 생태계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글 : 벤처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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