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테크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래비노, 골프 훈련의 미래를 만들다

– 실외 골프연습장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도전

– “골프계의 ‘라이다’가 되겠다”

“스크린골프장은 첨단화되는 동안 실외 골프연습장은 20년간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이제는 인도어 골프연습장에도 혁신이 필요한 때입니다.”

래비노 최정식 대표의 말처럼 실내 스크린골프장은 첨단 시스템을 갖추며 빠르게 진화한 반면, 실외 연습장은 여전히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 용답동 소재 래비노 사무실에서 만난 최정식 대표는 “특히 실외 연습장에서는 자신의 스윙이 얼마나 정확한지, 공이 어떤 궤적으로 날아가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 골퍼들의 오랜 불만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혁신적 기술 ‘대공간 스테레오 캘리브레이션개발과 연구실 창업

래비노는 한양대학교 영상공학연구실에서 시작됐다. 연구실을 이끌어온 한양대학교 융합전자공학부 김회율 명예교수(현 래비노 공동대표, CPO)는 2016년 ‘대공간 스테레오 캘리브레이션’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두 대의 카메라로 3차원 공간의 정보를 정확히 측정하는 기술이다. 사람이 거리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두 눈이 있기 때문이다. ‘스테레오’는 인간의 눈처럼 두 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3차원 공간 정보를 측정한다는 의미다. ‘캘리브레이션(calibration)’은 기준값과 시험기에서 측정한 미지의 값을 비교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눈은 약 6.5cm 떨어져 있어 1m 정도의 거리는 쉽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두 대의 카메라로 10m, 20m, 30m와 같이 먼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카메라 간 거리도 그만큼 멀어져야 합니다.”라고 김회율 공동대표는 설명했다.

전통적인 캘리브레이션 방식은 그리드와 같이 특수한 패턴이 그려진 보드를 들고 다니며 여러 위치에서 촬영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업체들도 이런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넓은 공간에서 적용한다면 시간도 많이 소요되며, 정확도도 떨어진다. 특정 물체를 정해진 위치에 배치하고 해당 위치를 토탈스테이션을 통해 측량하여 카메라 캘리브레이션을 수행할 경우 5시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반면 래비노의 캘리브레이션 방법은 공이 날아가는 궤적 자체를 이용해 캘리브레이션을 수행한다. 이러한 방법을 적용하면 10분 이내에 측정할 수 있고 정확도도 높다. 30m 거리 기준으로 오차 범위 3cm 이내로 정밀도가 높다는 게 래비노 측의 설명이다. 래비노는 이 기술로 미국, 중국, 한국에서 특허를 획득했다.

연구실은 이 기술을 야구에 먼저 적용했다. 투구의 궤적을 추적하여 볼과 스트라이크를 자동으로 판정하는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과 같은 기술이다. ABS 시스템은 올해 한국 프로야구가 세계 최초로 적용한 기술이다. 하지만 KBO는 연구실이 아닌 해외의 유명한 업체의 ABS 시스템을 선택했다. 연구실의 기술 개발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사업화는 또 다른 문제이다.

연구팀은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했다. 김 교수는 반디소프트, 삼성전자에서 연구개발을 하던 제자 최정식 대표를 찾았다. 최정식 대표는 영상공학연구실 출신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김 교수는 최정식 대표에게 ‘스테레오 캘리브레이션’에 적용할만한 새로운 시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 최정식 대표는 기술을 골프에 적용할 것을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실외 골프연습장용 궤적 추적 시스템 시장은 미국의 ‘탑트레이서’(TopTracer)가 독점하고 있었다. “우리의 기술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김 교수님에게 3개월만 시간을 달라고 했죠. 골프에 적용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라고 최정식 대표는 래비노의 골프 시장 진출에 대해 설명했다.

창업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기술을 이해하고 있는 연구실의 석박사 학생들이 스타트업보다는 안정된 미래가 보장된 대기업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와 김 교수는 연구원을 설득했고 결국 래비노의 가능성을 본 연구원들이 참여하면서 래비노 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최정식 대표는 자신을 ‘감독’, 김 교수를 ‘구단주’라고 부르고 있다. “이 정도 팀웍이면 세계 1등도 가능합니다.”라는 최 대표의 자신감은 끈끈한 팀웍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골프공의 궤적을 예측이 아닌 정확히 실측하는 샷트랙(ShoTrack)’
사진설명=최정식 대표가 스테레오 캘리브레이션과 샷트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테레오 캘리브레이션’ 기술을 골프 분야에 적용한 제품이 ‘샷트랙’이다. ‘샷트랙’의 기술적 차별성은 골프공의 궤적을 ‘예측’이 아닌 ‘실측’한다는 점에 있다. 실내 골프 시뮬레이터는 공이 발사된 직후 50cm 정도의 초기 구간만을 측정해 나머지 궤적을 예측한다.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내 연습장에서 연습한대로 실제 필드에 나가 플레이를 하면 정확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샷트랙은 최대 100m까지 공의 실제 궤적을 추적하기 때문에 정확하다.

야구공과 골프공과는 차이가 있다. 골프공은 작고 빠르다. 그리고 야구장에서는 야구공이 하나뿐이지만 실외 골프연습장에는 여러 개의 골프공이 움직인다. 래비노는 이 문제를 ‘실시간 다중 공 궤적 추적 시스템’으로 해결했다.

‘실시간 다중 공 궤적 추적 시스템’은 각각의 골프공마다 별도의 프로세스를 할당해 다중병렬처리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마치 여러 명의 심판이 각각 다른 공을 동시에 쫓아가는 것과 같다. 이 기술을 통해 단 2대의 카메라로 20-30개 타석의 공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다. 일반적인 골프 시뮬레이터가 타석마다 별도의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가성비가 높다.

스크린골프와는 다르게 실외 환경에서 골프공을 추적하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주야간의 빛 조건이 다르고, 비나 눈이 올 수도 있다. 여기에 골프공은 매우 작고(지름 4.2cm) 빠른 속도(40-80m/s)로 움직인다. 실내 골프 시뮬레이터는 특수 조명(적외선)을 사용해 공을 인식한다. 이 방식은 실외에서 작동되지 않는다. 자연광이 적외선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래비노는 고도의 이미지 처리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노출 시간을 정교하게 조절해 빠르게 움직이는 공도 선명하게 포착하게 했다. 또한 높은 FPS(초당 프레임)에서도 안정적인 추적이 가능한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비나 눈을 제거하는 고급 영상처리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다양한 날씨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궤적 추적이 가능하다.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전

 

사진설명=골퍼가 샷트랙으로 스윙을 연습하고 있다.

사용자는 스윙한 직후 타석에 설치된 개별 모니터를 통해 바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모니터에는 스윙 폼, 공의 속도, 캐리(공을 친 후 처음으로 땅에 닿았을 때까지의 거리), 발사각, 방향각, 사이드, 높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확인한 골퍼는 자세를 수정해서 다음 스윙에 임하게 된다. 연습장은 관제시스템을 통해 각 타석별 현황을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다. 래비노의 ’샷트랙‘은 현재 두 군데 인도어연습장에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래비노는 국내에서는 골프장 시설 전문기업인 줌테크와 제휴를 맺어 공동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줌테크는 국내외 558개 연습장에 자동 티업기를 공급하고 있어, 이를 통한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래비노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실내 스크린골프 문화가 없어 인도어 연습장이 2,500개에 달한다. 한국 시장보다 더 크다는 게 래비노 측의 설명이다. 래비노는 2025년 상반기까지 10개 이상의 연습장에 설치할 계획이다.

다양한 분야에 활용도 높일 예정

래비노는 현재 AI 코칭 서비스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분석 엔진을 도입해 골프 스윙을 분석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교정을 돕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AI는 레슨 코치의 보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반복 연습이 필요한 부분을 체크하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코치가 더 본질적인 지도에 집중할 수 있게 돕죠. 또한 주간, 월간 단위로 개선된 스윙 모션과 비거리 데이터를 제공해 회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특히 래비노만의 강점은 궤적과 스윙 모션을 모두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를 통해 더욱 정교한 레슨 보조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 래비노 측의 설명이다.

인도어 연습장에서 벗어나 필드로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최 대표는 “앞으로는 필드로도 진출할 계획”이라며 “현재 기술로도 필드에서의 티샷 궤적 추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일반 골퍼들도 프로 선수들처럼 자신의 샷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래비노의 이러한 기술력은 골프 연습장을 넘어 더 넓은 응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기술은 날아가는 모든 물체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야구, 축구, 테니스, 심지어 미식축구의 패스 궤적도 분석할 수 있죠.”

하지만 래비노는 당분간 골프 시장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전 세계 78만 타석 규모의 시장이 있습니다. 이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골프계의 ‘라이다’로 성장 하는 것이 목표

“우리는 ‘골프계의 라이다’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라이다도 처음에는 널리 쓰이지 않다가 가격이 낮아지고 활용도가 입증되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도 라이다와 비슷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정식 대표의 이 말에서 래비노가 그리는 미래가 보인다. 연구실의 혁신적인 기술이 시장의 니즈를 만나 탄생한 래비노. 이들이 여는 골프테크의 새로운 지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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