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잘 나가던 헤지펀드의 전도유망한 펀드매니저가 돌연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고 유튜브에 수학을 푸는 강의를 공짜로 올리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가 유튜브에 강의를 올리게 된 것은, 7학년(우리나라 중학교 1~2학년 수준)에 다니는 한 여학생과의 구두약속 때문이었다. 이 전도유망한 펀드매니저의 이름이 현재 오픈소스 교육의 혁신의 선봉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Khan Academy의 설립자인 Sal Khan이다.
그와 약속을 했던 여학생은 바로 그의 사촌동생인 나디아(Nadia)였는데, 수학을 어려워했다. 사촌오빠로서 바로 옆에서 가르쳐 줄 수는 없으니 가끔씩 원격지에서 수학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나디아는 사촌오빠의 과외 덕에 성적이 많이 오르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되자 주변의 다른 가족들과 나디아의 친구들이 같이 수업을 듣기를 원했고, 특별한 시스템이 없었던 Khan은 자신의 강의를 유튜브에 올리고 강의를 보라고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친척들과 사촌동생의 친구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강의를 보고 댓글을 달기 시작한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그의 강의 비디오 덕분에 낙제를 면했다거나, A를 받았다는 감사의 글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일반인이나 대학생들도 기초수학의 개념을 잡는데 그의 도움을 받았다면서 그의 강의는 이제 더 이상 사촌동생과 그 친구들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그는 수준에 맞는 다양한 강의를 개발해서 시간이 나는데로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서 공부하고 피드백을 남겼다. 이렇게 수십 개의 강의를 올리고, 5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그의 강의 시리즈는 하루에 수만 명의 방문자가 들르는 전국적인 명성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그는 교육을 자신의 새로운 인생의 도전 미션으로 생각하고 과감하게 자신의 일을 그만두었다. 수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직업을 그만두고, 교육에 열정을 바치기로 한 그의 결정을 그의 와이프는 든든하게 지원해 주었다고 한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한 계획도 없이, 무작정 강의를 만들어서 업데이트를 하였다. 그러면서, 사회에서 자신에게 기부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소소한 기부자들이 그의 활동을 지지하였는데, 첫 번째 기부자였던 앤 도어(Ann Doerr)가 그의 활동을 빌 게이츠에게 소개하면서 일은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하였다. 놀랍게도 그의 강의를 빌 게이츠가 자신의 아이들에게 알려주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모해 보이던 그의 시도는 결국 빌 게이츠와 구글재단이라는 든든한 교육부분의 후원자를 만나면서 새로운 오픈소스 교육의 전도사가 되는데 성공한다.
게이츠 재단과 구글재단의 기부를 바탕으로 그의 아카데미는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쌍방향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고, 많은 수의 새로운 수강생 들을 맞을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어떻게 이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을까? 그가 패스트컴퍼니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는 제 인생을 행복하게 만족스럽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머릿 속으로 80세가 된 자신을 시뮬레이션 해 보았지요. 크게 2가지 시나리오가 있었습니다. 큰 부자가 된 것과 새로운 교육기관의 창업자가 된 것.
저는 제가 간디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그런 상상을 해 본다면 많은 사람이 후자의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믿어요. 저에게 그런 기회가 왔던 것이고, 그래서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많은 사람들이 후자의 선택을 했을 것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아마도 전자를 선택한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어찌 보면 그는 자신의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가족과 사촌동생의 친구들을 위해서 시간을 투자했고, 그들이 성취하는 것을 보면서 큰 기쁨을 느낀 사람이다. 어쩌면 타고난 교육자로서의 자신의 재능과 보람을 느꼈기에 그런 선택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중요한 것은 이런 작은 시작이 앞으로 미래의 교육에 미칠 파장이다. 학위와 졸업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과 이런 내용을 배우고 이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보다 유연한 인터넷을 통해 정착이 되면서, 사회가 사회의 구성원을 길러내는 비정규 교육과 비영리 활동이 성공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활동을 게이츠 재단이나 구글재단 등에서 지원함으로써 사회의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게 된 사례가 되었다는 점도 매우 커다란 시사점을 던진다. 이 사회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과 기업들이 교육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사회에 기여를 한다면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의 양극화나 교육의 질 문제, 그리고 사교육비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시발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아래는 비록 영어로 되어 있지만, 방정식을 푸는 방법에 대한 Sal Khan의 유튜브 강의이다. 좋은 선생님의 강의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고, 많은 사람들이 쉽게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왔으면 좋겠다.
참고자료:
How Bill Gates’ Favorite Teacher Wants to Disrupt Education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