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하룻밤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힘이 드네요. 사실 자의보다는 타의가 상당히 개입된 금연을, 그것도 어제 저녁부터 시작했으니 아직 금연의 ‘ㄱ’자도 꺼내기 민망한 상태입니다. 더구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렇게 힘든 걸 보면 참 쉽지 않은 일이겠다 싶어 벌써부터 겁이 나기도 합니다.
의지가 워낙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다 보니 뭔가 믿을 게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전자담배를 부랴부랴 사와서 피우고 있습니다. 예전에 함영민 님이 발행하는 월간 포터블에서 전자담배 9종 비교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요. 구입 전에 물어봐서 가장 좋았다는 제품으로 샀습니다.
추천 받은 제품은 잔티 에고라는 건데 뭐 명품 전자담배를 표방하는 브랜드라고 하더군요(그래봐야 담배인데 건강 해치는데 명품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이 회사 제품 시리즈가 이것저것 많지만 에고는 10만원대 초반으로 가격이 상대적으론 만만한 편이고 담배 피우는 기분을 다른 것보다는 잘 살려준다고 하더군요.
물론 실제로 구입할 땐 돈이 더 듭니다. 본체 12만 9,000원에 무화기 1만 5,000원(무화기란 전자담배에서 연기를 만들어주는 부품입니다. 정품은 3만원이라고 해서 비품 샀습니다), 니코틴 용액 3만원(오래 피우면 20일치라고 하는데 아직 확인해보지 못했죠) 등 이것저것 사니 18만원 가량 들었습니다.
담배끊겠다고 한 달 담뱃갑을 날린 건데 사고나니 한편으론 후회가 되기도 합니다. 벌써 10년 넘은 얘기지만 신혼 때 아내가 담배끊게 하겠다고 월급이 100만원 밖에 안 될 때 금연초(정확하지는 않지만 한 30만원 줬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를 사온 적이 있습니다.
두 달치였는데 15일 만에 다 피워버리고 담배를 딱 물었죠. 진짜 담배 맛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군요. 아내는 그 다음부터 금연 얘기를 10년 동안 꺼낸 적이 없었습니다. 다시 담배를 끊겠다고 전자담배부터 덜컥 사놓고 보니 10년 전 ‘금연초 사건’이 이번엔 디지털화되어서 다시 벌어지는 게 아닐까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의지가 약하니 생각만 많은 것이죠.
사실 전자담배 자체에 대해서도 말이 많습니다. 담배 한 개피에는 4,000여 개나 되는 화학물질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그냥 발암물질만 따로 뽑아도 43개나 되고. 이에 비하면 (이론적으로만 본다면) 전자담배는 니코틴만 전기로 증발시켜 담배를 태우는 것과 거의 비슷한 느낌을 전해주는 장치이니 더 좋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물론 실제로 안전성이나 임상실험 등을 통한 증명이 된 게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입니다만).
하지만 약국에서 파는 금연 껌이나 니코틴 패치 같은 것도 결국 체내에 니코틴을 정기적으로 체내에 집어넣어서 굳이 담배를 피우지 않아도 자연스레 담배를 끊을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을 생각하면 전자담배가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 물론 전자담배와 금연 껌, 니코틴 패치 같은 건 절대로 같이 해선 곤란합니다. 니코틴 과다가 될테니 큰 문제가 될 수 있겠죠.
이것저것 생각도 많고 효능도 의심스러울 수 있지만 아무튼 실제로 전자담배 피워보니 그럴 듯합니다(아닌 것도 많습니다만). 하지만 니코틴 용액 가격이 만만찮고 충전하려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닐 것 같은 데다 아무리 대체한다고 해도 담배 자체는 아닌 탓에 어느 댓글에 나온 표현처럼 아무리 그럴싸해도 결국 ‘김빠진 맥주요 단무지 없는 자장면’ 같은 느낌은 어쩔 수 없을 듯합니다(사진은 찍어서 올리려다 말았습니다. 담배 자체가 별로 좋은 게 아닌데 리뷰처럼 올리는 것도 우스울 것 같아서). 더구나 용액 자체에 들어간 니코틴 함유량(농도)도 일반 담배보다 훨씬 많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고요(실제로 너무 많이 썼는지 조금 어지럽기도 하군요).
담배를 끊는다는 건 결국 습관의 문제이고 (그래서) 의지의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런 점을 본다면 뭔가에 의지한다는 게 과정은 될 수 있어도 금연이라는 결과로 이어지긴 어렵겠다고 봐야겠죠(개인적으로 자신 없게 생각하는 것도 의지 문제가 가장 크고). 뭐 아무렴 어떻습니까. 그래도 (비록 자의에 의한 건 아니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시도를 해볼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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