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여러분, 글로벌 전략컨설팅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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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vault.com/
트위터에서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랭킹을 누가 트윗한 것을 보고 또 발동이 걸려서 글을 하나 적습니다. Vault라고 미국의 꽤 괜찮은 career 서비스 회사가 발표한 랭킹에 따르면 2011년은 1위가 Bain, 2위가 BCG, 3위가 Mckinsey네요 (Full ranking은 여기) 저 3개 회사가 항상 Top3를 유지하고 있고, 저 안에서의 순위는 사실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brand name으로 보면 Mckinsey가 1등이죠)

어찌되었던 많은 대학생들, 그것도 좋은 대학에서 공부 꽤나 한다는 친구들은 한번 정도는 다 저런 회사에 가볼까 혹은 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은 하는 것 같은데, (사실 저도 학교 때 그렇게 생각했고 결국 BCG라는 곳에서 일을 했었죠) 가는 것은 좋지만, ‘잘 알고 갔으면’하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래서 저는 제게 컨설팅을 상담하는 후배들에게 보통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해라. 그런데 니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고, 그래서 몇 년은 그 고민의 시간을 유예하고 싶고, 괜찮은 브랜드는 이력서에 있었으면 좋겠고 정도의 생각이라면 나쁘지 않는 옵션이다. 단, 기대수준을 낮춰라.”

저 정도의 기대수준을 갖고 가면 괜찮은데, 행여나 아직도 ‘컨설팅 출신이면 몇 년 후에 좋은 기업들로부터 훨씬 좋은 오퍼가 오겠지’라고 생각을 하시면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10년도 더 전에는 그런 적이 있었습니다. 컨설팅 2년 정도 했는데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모셔가고, 컨설팅 한 5년 했더니 대기업에서 부장급으로 가고…. 지금은? Case by case지만 ‘Wow’하면서 모셔가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왜? 어떻게 보면 이제는 대기업들도 전략적 사고를 내부에서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축적했고, 또 대기업 내에도 충분히 좋은 인재들이 (필요하면 미국의 Top MBA로 교육도 보내고) 많기 때문입니다. 뭐 굳이 예를 들기 위해 가정을 해보면, A라는 친구는 SKY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해서 내부에서 S급 인재로 발탁되서 미국에 top MBA로 회사에서 유학을 보내줬다고 해 봅시다. 이 친구는 MBA 마치고 다시 돌아오는데 연봉/직급 상에서 특별대우는 받지는 않습니다. ‘특별관리 대상’ 정도는 되겠죠. 보너스 좀 더 받을 수 있고. 그런데, B라는 친구는 SKY대학 졸업 후에 Mckinsey/BCG/Bain에서 일을 하다가 미국의 top MBA를 갔다와서 이제 삼성전자에 입사를 하고 싶다고 해봅시다. 그러면서 “나는 컨설팅 경력 출신이니깐 차장 정도로 대우해주세요”라고 했다고 하면 이게 먹힐까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A씨보다 B씨가 그렇게 대단하게 느껴질까요?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인데, 삼성의 인사팀에서 다른 삼성 내부 직원들에게 ‘이 친구는 특별대우를 좀 해줘야돼’라고 설득할 명분이 생길까요?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항상 case by case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컨설턴트 출신의 특별대우는 거의 없어지는 편입니다.

글로벌 컨설팅에 재직중인 컨설턴트들을 만나보면 이런 얘기들을 자주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아… 이 생활 그만둬야 하는데, 갈 데가 없어…” 저도 처음에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안에서 근무를 해보니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본인은 특별대우를 받고 싶어하는데, 기업에서는 ‘근무한 연차만큼 쳐드릴께요’ 정도의 얘기도 나오고…그렇게 가고 싶진 않고… 그러다 보면 매일 고민만 하고 움직이지는 못하는거죠. 그리고 또 생각해보면 일반 기업의 대리/과장으로 입사하면 그 기업을 첫직장으로 시작했고, ‘동기문화’가 강한 다른 직원들 보다 오히려 불리한 것도 많고… 그러다 보면 또 다시 ‘내가 이러려고 컨설팅에 들어와서 매일 밤새면서 고생한 것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죠. 그리고 실제로 대기업으로 이직했다가 다시 컨설팅으로 돌아오는 경우들도 종종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컨설팅 몇 년하다가 일반 기업에 가려고 하는 사람이 컨설팅에 들어가는 것은 말리고 싶습니다. 컨설팅 10년 이상하고, 파트너까지 올라가서 나중에 대기업에 임원으로 가는 경우는 그래도 아직도 꽤 있지만, 사회 초년기의 짧은 컨설팅 경력… 좀 애매합니다.

그러면 저는 컨설팅 회사에 가면 안된다고 생각하느냐? 그것은 아니죠. 제대로 알고 가자는 것입니다. 거기에는 정말 스마트한 친구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들을 해내는 친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정신력/체력도 강하고요. 이런 친구들과 경쟁적이면서도 tough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컨설팅에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매일 똑같은 일을 할 확률이 적고, 젊은 나이에 기업의 간부들과 논의를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고, 연봉도 괜찮고. (물론, 일하는 시간으로 나누면 또 얘기가 달라지지만)

다시 얘기하면, 컨설팅을 무슨 다른 곳에서 더 빨리 승진하기 위해 가는 발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professional firm에서 일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옵션이라고 생각합니다.

(1) 컨설팅에 입사해서 최소 10년 이상은 있을 생각을 하거나 (2) 중간에 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으로 옮겨갈 생각을 하거나 (3) 최근에 인기가 매우 높은 사모펀드(private equity)쪽으로 갈 생각이 있거나 (4) 나는 평생 외국계 기업만 다닐꺼야 라고 생각하면 컨설팅은 괜찮은 직장입니다.

하지만, 그냥 ‘남들이 좋다고 하니깐’, ‘브랜드가 좋으니깐’, 혹은 ‘나중에 막연히 더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하면서 별 생각 없이 컨설팅에 가면 분명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본인을 한번 잘 돌아보세요! 무슨 삶을 살고 싶고, 무엇이 본인에게 잘 맞는지! 자기 인생을 남이 살아주는 것은 아니니깐요 ^^

ps. 하고 싶은 얘기는 훨씬 많은데, 일단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나중에 기회되면 또 컨설팅 관련해서 적어볼께요.

ps2. 대학생들에게 ‘그때는 내가 왜 몰랐을까…’류의 얘기들을 해주고 싶을때가 가끔 있습니다 🙂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VC세션#7: 대학생을 위한 강연-“내가 대학생 때 왜 그것을 몰랐을까…”

글 : 임지훈
출처 : http://jimmyrim.tistory.com/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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