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나라 회사에서 탄력근무시간제 도입이 인기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물론 잘 도입해서 사용하는 회사도 있지만, 잘 정착되지 못하고 한때의 유행으로 끝난 느낌이 듭니다. 이런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제 생각엔 일반 사무직에 일이 떨어지는 형태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일이 계획 기반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윗분의 업무지시로 떨어질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직장인의 근무시간은 적어도 윗분의 출퇴근 시간과 같아야 합니다. 즉 윗분이 일 때문에 담당자를 찾았는데, 퇴근해 버리고 나면 일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 현실상 탄력근무제가 정착되기 어렵습니다.
모든 것에는 빛과 어둠이 있죠. 이런 논리를 따르면 윗분의 업무지시로 일이 진행되는 조직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이런 조직에서 장점을 찾자면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 추진력이 좋습니다. 괜찮은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데 상명하달처럼 좋은 체계가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나쁜 면도 있습니다. 위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밑에서는 떨어지는 오더 처리하느라고 죽죠. 그리고 실무진의 업무시간이 길어진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오더를 내린 윗분이야 명령을 내리고 퇴근하시면 되지만, 아랫사람은 내일 아침에 결과를 보자는 윗분의 지시를 만족시키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야근해야 합니다.
편의상 앞에서 설명한 기업을 한국형 기업이라고 하죠. 이에 반해서 미국형 기업이라는 게 있습니다. 미국형 기업에서는 한국형 기업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플렉시블 타임제, 즉 탄력근무시간제가 가능합니다. 왜 그럴까요? 일이 한국형 기업처럼 윗분의 오더라 진행되는 게 아니라 계획 기반으로 수행되기 때문입니다. 실무자에게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기에, 자신이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미국형 기업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보이고 실무진에게 유리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미국형 기업이 근로자에게 전적으로 유리할까요? 제 생각엔 그렇지 않습니다. 일에 대해서 전적으로 책임을 지기 때문에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집에 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요약하자면 함께 가거나 조직의 실력으로 평가 받고 싶은 사람은 업무의 자유가 부족하지만 한국형 기업이 낫죠. 이에 반해서 자신의 실력으로만 인정 받고 싶고 능력대로 일하고 싶은 분은 미국형 기업이 좋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