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고등교육과 대학의 모습은?

사용자 삽입 이미지오랫만에 TED 강연 하나를 소개하면서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포스트 하단에 임베딩한 비디오는 1990년대 중반에 베닝턴(Bennington) 대학을 미국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교육을 하는 대학으로 변신시킨 리즈 콜먼(Liz Coleman)의 강의이다. 그녀는 대학교수의 정년보장(테뉴어, tenure) 시스템을 폐지하고, 수많은 대학교수들을 해고하는 등의 파괴적인 혁신을 감행하면서 학과를 없애고 융합과 인문학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교육 체제를 출범시켰다.

그녀는 강연에서 미국의 대학교육이 너무나도 전문화가 심하게 진행되어, 더 이상 본래의 대학이 가지고 있었던 폭넓은 시각과 시민사회 참여를 위한 확장된 능력을 제공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을 지적한다. 지난 100년 사이 ‘전문가’ 개념이 ‘교육받은 종합지식인’의 자리를 찬탈하고 지적 성취의 유일한 모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지적과 같이 전문화도 중요하지만, 전문가 모델이 거의 유일하게 존재하는 양식이 되면서 주제들은 점점 더 작은 조각들로 분해되고 기술적이고 난해한 것에만 대학들이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였다. 대학생들은 보다 적은 것에 대해 보다 많이 배운다. 그에 비해 그녀의 표현에 의하면, “우리는 어떤 세계를 만들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가?”,  “우리는 어떤 세계를 만들 수 있는가?” 등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는 교육과 가치는 점점 더 외면을 받고 있다.
 
이런 현실인식 하에 그녀가 베닝턴에서 진행한 혁신의 과정이 강연을 통해 밝혀진다. 아마도 무수한 저항이 있었을 것이지만, 베닝턴 대학은 정치사회적 과제들 그 자체인 건강, 교육, 무력의 사용 등을 중심으로 교과를 편성하고 학과의 벽을 해체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것이 분리보다 연결을 위해 고안된 상호의존적인 원들이지, 고립시키는 분야가 아니며, 이런 주제들을 학습의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행동의 틀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할 때에는 깊은 사유가 중요하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말을 하고 표현하는지에 학문, 사물의 세게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과 관련한 학문, 그리고 어떻게 중재를 하고 열정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학문. 또한, 연관성을 찾는데에 큰 역할을 하는 테크놀로지 등을 공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무엇에 대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더 중요해진다. 또한, 사유와 행동을 연결하기 위해서 교육 기관 밖에서 갈고 닦은 지식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학교 바깥의 사회 활동가, 비즈니스 리더, 변호사, 정치인, 전문가들이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참여자로 교수진에 합류하고, 학생들도 교실 밖으로 나가 세계과 직접 마주할 때 우리 시대가 필요로 하는 고등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상당히 앞서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고등교육, 대학에 대한 깊은 성찰이 묻어나는 강연을 보면서 우리의 대학교육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녀가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는 미국의 대학을 향한 것이었지만, 우리의 대학은 그 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과연 대학이 가진 사회적 가치는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다. 아마도 대학이라는 곳은 이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변화에 큰 저항을 하는 집단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오만한 곳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사회는 변한다. 최근의 반값등록금 문제는 시작에 불과하다. 만약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학이라는 곳이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결국 이 사회는 변신하지 못하는 대학들의 퇴장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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