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술인문학 이야기 (9)] MIT 미디어랩 탄생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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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youngblog/64237816/
Nicholas Negroponte / Founder of the Media Lab at MIT


ICT 기술인문학 이야기. 지금까지 너무 딱딱한 글들만 많았던 것 같아서 이번에는 조금 말랑말랑한 주제로 MIT 미디어랩의 탄생과 관련한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ICT 기술의 변신과 관련해서 가장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고, ICT 기술과 관련한 기념비적인 저술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의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의 산실인 곳이기 때문에 그 탄생비화를 살펴보는 것 만으로 많은 시사점이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

MIT 미디어랩은 휴먼 인터페이스(human interface) 기술과 인공지능 연구를 위한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최초에 구상이 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기술을 연구하기 보다는 정보시스템의 내용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욕구, 본질적인 예술적 사유를 통해 개념을 다듬어 나간다는 것이었는데, 실제로 MIT 미디어랩에서의 연구와 개념들은 방송과 출판, 컴퓨터 산업전반으로 확산되었다.

네그로폰테 교수에 따르면, MIT 미디어랩의 창립교수진은 ‘살롱 데 레퓨제(Salon des Refuse’s)’가 되어 자신의 조직을 만들었다고 표현하였다. ‘살롱 데 레퓨제’는 프랑스어로 ‘거절된 것들의 전시(exhibition of rejects)’라는 뜻으로 파리의 살롱에서 거절된 전시품들을 모아서 전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세기 파리는 모든 종류의 예술가들이 모이는 예술의 수도나 마찬가지였다. 이름을 알리고 싶은 예술가라면 파리의 살롱에서 전시를 해야 했다. 그렇지만, 모든 예술가들의 작품이 살롱에 걸리지는 못했기에 1830년대부터 파리의 아트 갤러리에 작은 스케일이지만 살롱에서 살롱에서 거절된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1863년에는 이 행사가 나폴레옹 3세가 이끄는 프랑스 정부에 의해서 스폰서를 받아서 3,000점이 넘는 작품들이 소개되면서 수많은 비평가들의 조소를 받으면서도 오늘날 최고의 명화로 일컬어지는 작품들이 대중들에 의해 재발견되는 커다란 성과를 거두게 된다. 특히 이 이벤트를 통해 아반가르드가 주목을 받게 되었고, 인상주의 예술가들이 인정을 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만큼 MIT 미디어랩의 교수진들은 보수적인 대학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지나치게 독특하였다.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와 제롬 비스너를 제외하고는 영화감독, 그래픽 디자이너, 작곡가, 물리학자, 수학자, 멀티미디어 연구원과 같이 일반적으로 볼 때 MIT 교수의 자격으로 생각할 수 없는 집단으로 구성되었다. MIT 미디어랩은 학문이 아니라 컴퓨터라는 것의 능력으로 과학이나 기술 만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여러 측면을 변화시킨다는 것에 대한 믿음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시대가 요구한 변화

MIT 미디어랩이 탄생한 시기는 PC의 등장과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이 조금씩 알려지고, 동시에 통신산업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서 신문, 잡지, 출판, 영화, TV 등과 같은 전통 미디어 업체들과 통신과 디지털로 대표되는 컴퓨터 기술의 접목으로 인한 커다란 변화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이런 변화의 물결을 감지한 거대 미디어 회사들은 미디어랩의 독특함에서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았고, 이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를 결정하면서 오늘날의 명성을 구축하게 된다.

MIT 미디어랩의 탄생과 얽힌 뒷이야기를 보면, 현재 시작된 새로운 모바일/소셜, 그리고 융합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적합한 학제나 연구실, 또는 산학협력 등과 같은 파격적인 시도를 하는 곳이 다시 나타날 시점이라는 것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분명히 전통적인 대학에서의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내는 구심점이 나타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이런 과감하면서도 멀리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고 학문과 연구, 그리고 현실에서의 적용과 혁신을 접목할 수 있는 그런 세계적인 연구 및 교육, 그리고 산학협력 네트워크가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되기를 고대해본다.


참고자료:
“디지털이다(being digital)” 니콜라스 네그로폰테저/백욱인 역, 커뮤니케이션북스, 1995
위키피디아 영문페이지 – Salon des Refuse’s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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