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중독자의 가장 큰 문제는 일과 자신을 동일시한다는 것이죠. 즉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다고 믿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365일 24시간 일을 옆에 끼고 살 수 밖에 없죠. 그런데 일이 잘 되면 문제가 없으나,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극단적으로 직장에서 일중독자를 정리해고하는 것은, 일중독자의 영혼을 앗아가는 것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제까지 일이 나고 내가 일이던 일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이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 주던 것이 사라진다는 뜻이죠. 그래서 일중독자가 더 이상 몰입할 일이 사라질 때 매우 고통스러워 하죠. 말하자면 일중독자는 멘탈에 대해서 몽빵투자를 한 셈입니다.
이에 반해서 취미생활이나 화목한 가정, 마음을 나눌 친구들, 봉사를 통해서 교류하는 지역사회인들처럼 일말고도 자신의 자아를 지탱해줄 다른 것들이 많은 사람은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어도 그 충격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아직도 자아를 확인할 수 있는 게 일말고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죠. 멘탈의 분산투자를 훌륭히 한 셈입니다.
물론 멘탈의 분산투자를 잘 하려면 일에 대한 몰입도가 낮아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인생에서 성공하고 무언가를 이뤄야 하는 건 아니죠. 그렇다고 멘탈에 대한 몰빵 투자를 한다고 해서 인생에서 성공하느냐? 이것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지금처럼 한순간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재산도, 멘탈에 대해서 분산투자가 필요합니다.
글 : 신승환
출처 :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