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의 대한민국 벤처스토리 (8)] 벤처 재도약 정책

용어도 터부시되던 ‘벤처’···2004년 벤처 재도약 정책으로 회복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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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 http://mke.go.kr/
전세계적으로 벤처버블이 꺼지고 각종 게이트도 터지면서 참여정부는 처음에는 벤처육성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벤처기업협회의 설득으로 2005년 벤처 재도약 정책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벤처 생태계가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사진은 2005년 벤처기업협회가 10주년 행사에서 벤처 재도약 의지를 다지는 모습.

2003년 2월에 출범한 참여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 정부에서 각종 게이트가 터질 때마다 벤처사업가로 행세하는 기업사냥꾼들이 끼어 있었고, 벤처에 투자해 손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부담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어 김대중 대통령의 벤처정책과 확고한 차별화를 짓고자 ‘벤처’라는 용어 자체의 사용이 터부시되는 분위기였다. 새로 들어선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벤처 건전화 정책’으로 타격을 받은 벤처 생태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많은 벤처인들은 신용불량자가 돼 거리로 내몰렸다.

고종석 당시 벤처캐피털협회 회장은 “대부분의 창업투자회사들이 부도 위기다. 투자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면 생태계는 되돌릴 수 없는 파멸로 간다”는 극도의 위기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장흥순 당시 벤처기업협회장은 “노무현 정권 이후 벤처 얘기를 전혀 안 하는 겁니다. 언론도 잘 나갈 때는 한껏 띄워줬지만 버블붕괴 이후로는 사건만 나면 벤처가 잘못한 것처럼 몰아갔죠”라고 술회한 바 있다.

2004년 8월 필자는 장 회장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벤처붕괴 방지를 위해 토론했다. 장 회장이 제안했다. “형님이 정책 대안을 만들어 주면 정부부처에 대한 설득은 제가 하지요.” 다음날 필자는 김영수 벤처본부장과 벤처 재도약을 위한 10대 아젠다 작업에 착수했다.

2004년 가을부터 벤처협회는 비장한 각오로 정부의 각 부처(청와대 국무총리실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중소기업청)와 각종 위원회(정책기획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코스닥위원회), 정당과 NGO 단체들을 만나 ‘왜 다시 벤처인가’를 설득해 나갔다. 장기적인 내수부진으로 실업자 문제도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결국 참여정부는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의 대안으로 벤처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2004년 12월 ‘벤처 활성화를 위한 금융·세제 지원방안’과 2005년 6월 ‘벤처 활성화 보완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2002년 벤처건전화 정책으로 피폐해진 벤처 생태계는 부분적으로나마 다시 활력을 찾았다.

8000개 이하로 축소되었던 벤처기업 수는 ‘벤처 재도약’ 정책 이후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06년에는 1만2000개를 회복하게 됐다.(2011년 현재 2만5000개를 넘어섰다) 벤처 재도약 정책이 빈사상태의 벤처 생태계를 부활시키는데 일정 역할을 수행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주식옵션제, 코스닥 적자등록, 벤처인증제, 엔젤지원 등 핵심 벤처정책의 부활은 IT버블 붕괴의 충격에 대한 기억 때문에 정책당국에서 수용하지 못했다. 앞으로 벤처2.0을 위하여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미국과 한국은 동일한 패턴의 IT버블 붕괴를 경험했다. 10년 후 나스닥 지수는 회복을 했지만, 한국은 2800이던 코스닥지수가 아직 500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02년 이후 현저하게 차이가 벌어진 원인은 IT버블 붕괴에 과도한 대응으로 인한 벤처 정책의 표류에 있었다고 본다. 이러한 시련에도 불구하고 벤처 산업계는 연간 20% 내외의 성장을 지속하여 2010년 기준 200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만약 벤처 정책이 표류하지 않았다면 미국 수준을 넘어서는 성장과 고용이 창출되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자랑스런 1천억 벤처들(2010년 기준 315개)의 면모를 보면 2002년 이후 창업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2002년 이후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혁신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창업이 사라진 것이다. 2만 명이 넘던 엔젤도 사라졌다. 기업가 정신은 10분의 1로 축소됐다.


글 : 이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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