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글로벌 벤처 창업 컨퍼런스 ‘스타트업포럼 2011(Starup Forum 2011)’이 서울무역전시장에서 “왜 스타트업인가?(why Startups matter)”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전체 행사는 키노트 스피치와 패널 토의, 12개의 스타트업이 자신들의 서비스를 피치하는 시간으로 구성되었는데요. 한국에서 만나기 힘든 VC와 패널들의 어디서도 듣기 힘든 알찬 내용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현장에 함께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벤처스퀘어가 각 프로그램의 내용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Keynote Speech> “왜 스타트업인가?” – Han Kim
Han Kim (Altos Ventures 대표)
미국 대학 기금과 연기금, 보험사 등이 알토스의 주요 유한책임투자자(LP)들이다. 현재 운용 중인 펀드는 2개(Altos Ventures III, Altos Ventures IV)로, 총 1억5400만달러(약1,690억원) 규모다. 한국은 알토스의 해외 투자처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쿠팡, 올블로그, 스피쿠스, 이음 등에 투자한 바 있다.
Han Kim 대표는 제일 먼저 한국의 쓸데없는 관습에 대해 꼬집었습니다. 외국 투자자로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투자를 하고자 할 때 걸림돌이 되는 기준과 관련 법률에 대한 지적인데요. 관련 법률과 기준을 외국 기준에 맞추어야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또한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는 투자사에게 불평하는 만큼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고 일침 했습니다. 대기업과 비교해 불공평하다고 얘기하면서 실제 대기업 다니는 사람들보다 일을 안 하는 창업자들이 많다며 지금보다 더 열심히 일에 매진하기를 권면 했습니다.
그리고 “왜 스타트업인가”라는 주제를 Why Start Now / When To Raise / How to Pitch / What We Look For 네 가지로 나누어 설명을 이어갔는데요. 투자를 생각하는 스타트업들이 가장 고민하는 네 가지 문제를 아주 명쾌하게 정리해 주었습니다.
Why Start Now
왜 지금이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때인가? 라는 질문은 스타트업을 시작한 사람이나 시작하려는 사람이나 자문하게 되는 가장 첫번째 스텝일텐데요. Han Kim 대표는 과거엔 서비스나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하고 컨트롤을 받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새로운 플랫폼 안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지금이 적기라는 답을 제시했습니다. 업계의 오랜 경험자답게 시대의 변화와 트렌드를 민감하게 읽고 반영한 대답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실제로 이런 환경 덕분에 지금 우리가 즐겁고 재미있고 유용한 서비스들을 누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타트업의 장점으로는 첫번째,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창업을 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것과 두번째,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직원과 고객들에게 이익을 나눠줄 수 있고 사회가 발전하는데 어느 누구보다 이바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꼽았는데요. 단순히 비즈니스를 잘 하는 회사, 수익을 잘 내는 회사를 넘어 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이바지할 수 있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묻어났습니다.
When To Raise
투자를 언제 받는 게 좋은지는 정답이 없는 문제지만 Han Kim 대표는 돈을 너무 일찍 받거나, 너무 많이 받는 것은 회사가 망하는데 일조를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돈이 많다고 망하는 회사는 없지만 사업 초기에 투자를 왜 받는지 모르고 많이 받으면 회사가 빨리 망하는 지름길 중 하나라고 설명했는데요. 실제 투자한 회사들 중 돈을 초기에 너무 많이, 빨리 받은 회사들이 잘 된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반대로 아무도 투자하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 절망하지 말라는 의견도 덧붙였는데요. 투자사들이 투자한 회사 중 성공하는 회사는 20% 내외라고 합니다. 즉, 투자사들의 판단이 80%는 틀렸다는 의미니 절망하지 않고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겠죠?
그렇다면 언제 투자 받는 게 가장 적합한가라는 문제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데요. 사업 초기에는 회사가 여러 가지 실험을 하게 되는데 Han Kim 대표는 회사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커야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때 투자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서비스를 찾아 오는지 얼마나 자주 왜 쓰는지 이해하고, 서비스를 안 쓰게 되는 이유를 알고 어떻게 수정해야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 투자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는데요. 이 단계까지 간다면 꼭 투자를 받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고 투자를 받게 되면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겠죠? 같은 논리로 투자를 준비하는 스타트업들에게 돈이 왜 필요한지 모를 때는 돈을 아예 안 받는 게 오히려 회사가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이야기는 스타트업이 꼭 기억해야할 한마디라고 생각됩니다.
How To Pitch
이렇게 어렵게 투자 결정을 하고 많은 투자사들을 만나는 스타트업의 가장 큰 고민은 피치(Pitch)인데요. 투자자의 입장에서 많은 창업가들이 회사 설립과 히스토리, “이런 제품을 만듭니다”, “어떻게 만들었습니다”, “어떤 기술력이 들어갔습니다” 등의 제품에 대한 많은 설명에 시간을 소비하는데 이런 이야기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는 Han Kim 대표의 거침없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는데요.
이런 설명보다 중요한 건 “Why”라고 했습니다. Why big (왜 볼륨을 키워야 하고) / Why Now (왜 지금이어야 하며) / Why you (왜 너여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투자자로의 조언은 앞으로 투자를 준비하는 스타트업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설득한 첫 미팅이 다음 미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2~30%에 국한되니 스토리를 가지고 편안하고 논리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팁도 잊지 않았습니다.
What We Look For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의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느냐가 스타트업의 관심사일텐데요. Han Kim 대표는 투자사의 입장에서 가장 눈 여겨 보는 세가지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습니다.
1. Team – 어떤 사람이냐, 어떤 동기를 가지고 있나, 어떤 경험을 가졌느냐하지만, 이 세가지를 모두 갖춘 스타트업은 드물기 때문에 세가지 요소가 어떻게 매치되느냐에 따라 투자 결정이 달라진다고 하는데요. 마켓의 기회를 확실히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트랙션이 팀과 시장을 만나 어떤 결과를 내는지, 팀을 잘 모를 때는 트랙션을 체크하며 세가지 영역이 얼마나 매치되느냐를 투자 파트너들과 가장 많이 논의하고 가장 많이 신경 쓴다고 합니다.
2. Market – 얼마나 큰 기회가 있고, 어떤 타이밍에 들어가야 하는지, 시장의 기회를 읽는 능력
3. Traction – 아이디어 스테이지가 아닌 이상 소비자의 반응이 어떤지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요소
이렇게 Han Kim대표는 스타트업이 가장 궁금해하는 네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제시했습니다. 내용은 다소 강한듯 하지만 스타트업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벤처업계의 선배로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훈계가 아닌 진심을 담은 조언으로 풀어냈습니다. 특히, 글로벌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스타트업에게 실질적이고 실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아 참석한 사람들의 호응도 좋았는데요. 이번 기조 연설을 듣고 한국의 스타트업도 글로벌 투자를 받아 글로벌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열리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투자자로서 본인은 트렌드를 쫓아서 투자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회사를 만들 때도 트렌드를 쫓아가지 말고 유니크한 회사를 만들 수 있는데 집착하라”는 말이었는데요. 언제가는 한국의 스타트업도 트렌드를 쫓아가는 게 아니라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날이 올 거라고 기대해 봅니다.
글 : 벤처스퀘어 조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