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문자 메시지 종말과 통신요금

지난 2011년 10월 말을 즈음해 이른바 스마트폰 2천만 시대가 열렸다. 때를 맞춰 스마트폰의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편익을 소득과 무관하게 국민 모두에게 확대하는 방안 등 스마트폰 2천만 시대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과제가 논의되고 있다. 정책과제에서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집고 넘어가야할 것이 있다면 ‘유료’ 문자메시지의 불필요성과 이에 맞는 (이동)통신요금제의 개편이다. 스마트폰의 확산과 더불어 카카오톡과 마이피플의 사용자 또한 함께 증가하고 있다. SK, KT, LG U+ 등 이동통신사는 카카오톡과 마이피플로 인한 매출 감소를 지적하며 이 두 서비스를 대표적인 ‘무임승차’로 비판하고 있다(참조).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동통신사들은 최근 iOS 5를 통해 도입된 애플의 아이메시지(iMessage)에는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지 않다. 왜일까?


카카오톡과 마이피플 vs. 아이메시지 : 이동통신사의 차별 대우

아이메시지는 아이폰 사용자 사이에서 오고 가는 ‘무료’ 문자메시지(SMS)다. 다시말해 아이메시지는 아이폰 사용자 사이에서 이동통신사의 ‘유료’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100퍼센트 대체한다. 여기서 함께 따져봐야 하는 것은 이동통신사가 카카오톡과 마이피플 서비스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제기를 하면서 애플에게는 조용한 ‘이유’다. 아이메시지는 아이폰 사용자에게 제한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시장파괴력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다. 답은 애플의 ‘시장 지배력(market power)’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론적으로 애플은 첫번째 아이폰부터 아이메시지를 도입할 수 있었다. 아이메시지는 그다지 대단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그랬다면 이동통신사는 당시 휴대전화기 시장에서 존재감 없는 애플의 아이폰 판매를 거부했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아이폰이 도입된지 약 5년이 흘러간 지금, 전 세계 약 1억4600만 대 이상 판매된 아이폰을 어떤 이동통신사가 애플의 의지가 아닌 자신의 의지에서 판매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현재 아이폰 앞뒤면에는 삼섬 갤럭시S 뒷면에 붙어있는 KT(olleh), SKT 등의 로고가 없다. 이 또한 애플의 힘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동통신시장에서 절대적 힘의 강자였던 통신사를 애플은 다양한 방식으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톡, 마이피플, 스카이프, 페이스북 메신저, 왓츠앱(WhatsApp) 그리고 앞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계에서 제공될 것으로 전망되는 문자메시지 서비스 등 ‘유료 문자메시지’의 종언을 알리는 서비스는 끝이 없다. 이로 인해 이동통신사의 문자메시지 관련 트래픽은 급속하게 감소할 것이고 동시에 이동통신사의 매출은 축소될 것이다. 따라서 매출 축소에 대응하기 위한 이동통신사의 저항은 정치권 로비, 언론계 로비, 학계 로비를 포함하여 전방위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 문자메시지의 수익률은?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동통신사는 ‘유료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얻고 있었을까? 한국어 위키페디아는, 문자 메시지 “한 건당 20-30원 정도(SK텔레콤, KT 및 엘지유플러스의 SMS 단가는 2.8원이나, 회사의 이익이 17.2원 정도 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출처보기). 또한 최근 뉴욕타임즈는 캐나다 워터루 대학교 수학과 교수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이동통신사의 문자메시지 수익률이 7000퍼센트까지 이르고 있음과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통한 이익은 이동통신사 총이익의 약 33퍼센트에 해당됨을 밝히고 있다(뉴욕타임즈 기사보기).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제외한다면 인류 역사에서 7000퍼센트의 수익률을 자랑하는 재화 또는 서비스는 찾아볼 수 없다. 연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한국 유료 문자메시지 시장이 최근 빠르게 붕괴되고 이후 3-4년 안으로 시장에서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용에 기초한 정직한 요금체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유료 문자서비스가 사라지는 것이 마냥 좋은 일일까? 소비자는 이후 이동통신 요금체계에서 어떤 경제적 해택을 누릴 수 있을까? 묶음상품(bundling)으로 제공되는 ‘통화 000분 + 문자 000개’라는 요금체계를 더 이상 강요(!)할 수 없게 될 이동통신사는 어떠한 방식으로 사라지는 천문학적 규모의 이익을 보상 받으려고 시도할까? 지금까지 이동통신사는 유료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거두어 드린 터무니 없이 과도한 이익을 무선 인프라와 네트워크 백본망 투자 등 설비투자에 사용한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유선 문자메시지가 사라지게 될 경우 이동통신사는 음성통화 요금의 인상과 데이터 사용 요금의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와 같은 요금 인상이 나쁜 것은 아니다. 드디어 소비자가 유발한 비용에 기초한 통신요금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요금 = 비용 + 비정상적 규모의 이통사 수익’이라는 요금제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망 부하’를 근거로 망중립성을 훼손하려는 이동통신사가 전체 비용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1) 지금까지 유선 문자메시지를 통한 과도한 수익이 얼마만큼 적절하게 설비투자에 사용되었는지를 공개적으로 증명할 과제가 이동통신사에게 있다는 점과 (2) 미래 설비투자 액수가 음성 통화요금과 데이터 사용 요금에 적절하게 반영되는 것을 검토할 제3의 독립적인 기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사용한 만큼 기업의 이익을 고려하여 요금을 지불하고 미래 서비스 개선을 고려하여 적절한(!) 수준의 추가 요금을 지불하는 것, 이것이 정상적인 시장질서다.


글 : 강정수
출처 : http://www.berlinlog.com/?p=1031

%d bloggers lik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