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술인문학 (11)] 새로운 미디어 환경변화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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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반적인 변화에 있어서 인터넷과 ICT 기술업계의 환경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다양한 글로벌 인프라와 플랫폼을 제공하는 몇몇 회사들과 이들과 함께 생태계를 이루는 소규모 기업과 개인들의 결합”으로 정의할 수 있을 듯하다. 국내에서는 자꾸 “글로벌 인프라/플랫폼”에 초점을 맞추어 여기에 국내 기업이 들어가지 못함을 탓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변화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대기업이 그 안에 들어간다고 우리 생활이 그렇게 크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되려 소기업과 개인들이 글로벌 인프라를 이용해서 다양한 사업의 기회와 자신들의 먹거리를 찾아갈 수 있다면,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훨씬 탄탄해질 수 있다는 점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이미 많은 개인들과 소기업들이 게임과 여행, 예술, 뉴스, 미디어, 광고 시장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제공한 간단한 기술과 도구들, 그리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와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은 이런 변화에 기름을 붓기 시작하였고, 크라우드 펀딩과 같은 작은 규모의 자본을 모을 수 있는 장치들도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큰 돈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멋진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가지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 무엇이든 시작해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페이스북의 CTO인 브렛 테일러는 미국 상원에서의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오늘날 인터넷은 상호작용이 가능한 사회적인 경험(social experience)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개인간의 연결, 관심사, 그리고 커뮤니티로 규정됩니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개인화되고 소셜화된 웹에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원할 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만, 결국 개인의 참여가능성이 극대화되고, 그 어느 때보다도 표현의 자유를 중심으로 하는 개인적인 도구들을 이용한 세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변화에 바람 속에서 여전히 커다란 기업들은 고객들을 수동적인 소비자들로 바라보고, 새로운 바람을 한 때의 유행과 같이 여긴다면 새로 등장하는 기업들에 의해 언제든지 무너질지도 모르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결국 사회와 같이 상생하고,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이나 개인, 더 나아가서는 미디어와 정치인들은 앞으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웹 서비스가 플랫폼으로 성장하게 되면서, 최근 미국에서는 새롭게 미디어 기업을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이 눈에 띈다. 최근 일부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 전체 행위의 35% 이상이 페이스북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컨텐츠 유통 등을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사업을 하는 젊은 친구들이 늘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또한, 모바일 플랫폼이 크게 보급되면서 iOS 디바이스나 안드로이드 디바이스를 목표로 한 새로운 방식의 미디어 기업도 크게 관심을 끌고 있다. 아이패드에서 소셜에 회자되고,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들을 모아서 보여주는 큐레이션 앱인 플립보드(Flipboard)의 대성공으로 일부 베스트셀러 잡지나 유력한 웹 사이트들이 플립보드에서 가장 잘 보이는 형태로 온라인 판 컨텐츠를 개정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트위터 기반의 위키트리(Wikitree)나 기존의 미디어 산업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지고 있는 “나는 꼼수다” 팟캐스트 역시 이런 변화의 바람에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변화는 개개인들이 더 이상 미디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에서 근본적으로 과거와 달라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미디어 경험을 자신의 독특한 경험을 누리는 것으로 간주한다.

전통적인 미디어 뿐만 아니라, 디지털 가상상품의 가장 대표적인 영역인 게임에서도 최근의 변화가 느껴진다.최근 독립적으로 제작된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는 게임이 PC에서 4백만 카피가 넘게 팔리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용으로 출시되면서 화려한 그래픽과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게임산업의 공식을 보기좋게 깨뜨렸다. 이 독창적인 게임은 사용자들이 직접 세상을 창조해 나가는 역할을 맡으면서 참여를 통해 많은 이들과 즐거운 경험을 나누고 있다. 놀랍게도 이 게임은 스톡홀름의 개발자인 Markus Persson이라는 개발자가 혼자 만들었다. 회사도 없이 그냥 개인적으로 만들어 올린 마인크래프트의 알파버전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아무런 마케팅과 광고도 없이 입소문을 타고 이 게임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여기에 용기를 얻어 Mojang 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뒤에 2010년 12월에는 베타 버전을 발표하였는데, 한 달이 안되어 이 게임의 베타판은 1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였다. 유료화된 패키지 버전은 20달러에 판매가 되기 시작했는데, PC 버전 판매가 4백 만을 돌파했으니, 단 몇 개월만에 이 회사는 매출액이 8천만 달러가 된 셈이다. 이 놀라운 회사의 직원은 아직도 9명에 불과하며, 이제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와 같은 모바일 버전도 출시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에서 출발하여 놀라운 속도로 세계적인 펀딩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는 킥스타터(Kickstarter) 역시 주목할 회사이다. 이들은 미디어 뿐만 아니라 제조업과 예술, 서비스 등과 같은 다양한 산업들을 지원하고 있는데, 영화나 웹 사이트, 공연, 책 등과 같이 누구나 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돈이 없어서 실행하지 못한 사람들의 참여의지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으로 자리를 공고하게 하면서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1년에는 선댄스 영화제와 손을 잡고,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젊은 필름 제작자들이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한 간단한 동영상과 웹사이트에 소개한 문구를 통해 영화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핀란드 회사, 로비오의 성공도 빼놓을 수 없다. 전 세계 2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운로드 받아 플레이하고 있는 이 게임은 단순한 게임의 성공신화를 넘어서서 새로운 문화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디즈니의 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로비오는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캐릭터와 브랜드를 매우 짧은 시간에 창조하였고, 이미 다양한 상품에 접목이 되어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월트 디즈니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로비오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분류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여기에 언급한 마인크래프트를 만든 Mojang, 앵그리버드의 Rovio,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자들을 지원하는 KickStarter, 새로운 뷰어로 자리잡는 Flipboard, 국내의 나꼼수나 위키트리 등에 대해서 수년 전에 들어본 사람이 있는가? 이와 같이 소셜과 뉴미디어, 모바일이 일으키는 변화의 바람은 거세다. 몇몇 플랫폼 회사들의 전쟁이 아니다. 우리는 이런 변화가 근본적인 철학과 사람들의 행동이 달라졌기 때문에 진행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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