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효과일까, 트라우마일까?
얼마 전 페이스북이 기업공개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닷컴 버블 당시를 떠올리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하게 흘러들면서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흥망을 거듭하는 가운데 절대 강자가 등장한 것이고 결국 시장이 정리되는 단계가 왔다. 이 단계가 지나고 나면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생각에 급속히 시장 유동성이 위축되는 상황이 올 것이고 이를 ‘거품이 꺼졌다’라고 표현할 것이고 그 이전의 열기를 ‘거품’이라고 표현하지 않겠냐 하는 것이다.
지난 달 28일 미국의 주요 외신들은 페이스북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하는 시기를 조율중이며 이르면 연내 신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단순한 예측만으로도 페이스북은 IPO를 통해 100억 달러(11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며 상장 후 기업가치는 무려 1천억 달러(110조원)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페이스북이 상장되어 시장의 예상 처럼 1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게 된다면 이는 미국 IT업계 사상 최대규모로 기록될 예정이다. 1999년 인피니언테크놀로지가 52억3000만 달러, 어기어시스템즈는 2000년 41억4000만 달러, 그리고 지난 2004년 구글은 16억7000만 달러의 자금을 기업공개를 통해 유치한 바 있다.
하지만 기업공개는 시장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것일 뿐 실제로 그 기업의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실제로 지난 해에 이어 폭발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소셜커머스의 경우도 그루폰이 11월 4일 8억500만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로 인한 자금 유치를 성공했지만 주가는 상장 즉시 폭락하는 현상을 보여줬다. 수익에 비해 비용구조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였지만 사실상 ‘마지막 잔치’가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
최근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한 링크드인 역시 지난 5월 첫날 주가가 공모가의 2배로 치솟았지만 반년만에 주가는 36% 추락했다.이렇게 시장의 주목은 기대 가치를 높여 놓지만 기업이 공개되고 상장이 되는 순간 기업은 벌거벗은 몸이 되며 ‘시장의 대표주자가 저러한데 다른 중소 경쟁자들은 얼마나 더 기대할 수 있는가’라는 시장에 대한 실망감도 뒤따라오는 것이 거품 붕괴의 심리적인 원인이 된다.
올해 초에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워렌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소셜네트워킹 기업들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아주 어렵다”며 “대부분은 너무 비싸다”고 말해 제 2의 닷컴버블을 경고했다.
실제로 페이스북이 지난 해 10억 달러 정도의 매출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최근 기업공개를 통한 기업가치가 1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은 시장의 비이성적인 기대가 작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좀더 냉정한 평가는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로부터 나왔다.
가트너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업 IT 환경 변화와 시장 흐름을 예측했는데 이 가운데 소셜 네트워크 거품은 2013년부터 꺼지기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면밀하게 보면 시장의 소셜 네트워크에 대한 기대는 계속될 수 있겠지만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대한 시장 전반적인 투자 열기가 한풀 꺾일 것이란 전망이다.
가트너는 “기업 상장으로 관심은 끌겠지만 차별화, 고속성장 기회가 없다는 인식 때문에 군소기업들에 대한 가치 평가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금은 구글 등 대형 기업들이 스타트업과 군소 경쟁기업을 투자하거나 인수합병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으니 시장의 우려 처럼 경쟁력 하락이 곧 투자 매력도를 낮춘다고만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SNS로 인한 시장 기대가 최고조인 것만은 사실이다.
글 : 명승은
출처 : http://ringblog.net/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