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온TV(EveryOn TV)는 인터넷 개인 방송국 서비스인 판도라TV가 작년에 새롭게 출시한 웹케이블TV 서비스입니다. 현대백화점 계열의 종합유선방송 사업자인 현대HCN과 제휴하여, 케이블방송의 실시간 채널을 웹을 통해 무료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오늘 관련 트윗을 하나 했는데, 여기에 엮여서 에브리온 담당자라고 하시는 분과 트위터로 새해 벽두부터 뜬금없이 질의응답 비슷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간 제가 고민해왔던 내용을 답변해 드렸는데, 소개를 해 드릴까 합니다.
에브리온TV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드리자면, 홈페이지에서는 “웹케이블TV”라고 설명이 되어 있는데, 케이블TV의 N스크린 확장의 개념입니다. CJ헬로비젼의 티빙(TVing), MBC/SBS의 Pooq, KBS의 K플레이어, KT 올레TV의 올레TV나우와 같은 전략의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브리온TV가 다른 N스크린 TV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방송 서비스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가 나뉘어 있다는 것입니다. 방송 사업자인 현대HCN과 플랫폼 사업자인 판도라TV의 제휴 구조죠. 그리고 정작 방송 사업자인 HCN보다는 판도라TV의 마케팅이 더 주도적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방송 서비스 측면의 사업적 추진력이 조금 느슨한 느낌이 있는데,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VOD를 제공하지 않고 실시간 방송만 제공하는 등, 주로 플랫폼의 구축과 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즉, 단순히 케이블TV의 N스크린 확장이라기 보다는 오픈 TV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는 느낌이 강합니다. 최근 스마트폰 소셜TV를 지향하며 개국한 MBC C&I의 손바닥TV가 에브리온TV에 채널을 오픈한 것이 그 징후(?)라고 할 수 있죠.
최형우 판도라TV 대표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에브리온TV에 대한 이런 전략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무료방송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연스럽게 에브리온TV에 들어오고 싶은 사업자(PP)들이 증가하게 된다. 종교, 교육, 증권 등 전국방송을 하고 싶지만 방송시설 구축 비용 때문에 부담스러워하는 잠재적 고객사들이 많다. 이들을 대상으로 입점료를 받는 것이다.
보다 명확해집니다. TV 스크린을 벗어난 오픈 TV 플랫폼이 에브리온TV가 지향하는 바가 되겠습니다.
그간의 에브리온TV의 플랫폼 확장은 모바일 스크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아이폰, 안드로이드 등 스마트폰 앱을 일찌감치 출시했고, 새해 첫 출근날 기사에는 윈도 망고폰에도 앱을 출시할 것이라는 내용이 올라오더군요. 그래서 링크를 걸고 트윗을 했습니다.
에브리온TV, 윈폰 앱으로도 출시 zdnet.co.kr/news/news_view… 발빠른 플랫폼 대응. 하지만 스마트폰 TV 특화는 아쉬움. 스마트폰은 TV의 대안이 아니라 틈새. 대안은 모바일이 아니라 퍼스널, 즉 타블렛으로의 공략에 무게 중심 필요.
제 코멘트는 이런 것이었습니다. 뉴미디어 TV의 새로운 스크린이 자꾸 모바일에 집중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틈새이지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 방향은 이동형 TV가 아니라 퍼스널 TV에 맞춰져야 하고, 그래서 스마트폰보다는 타블렛을 더 주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트윗을 하고 조금 있다가 에브리온TV 담당자라 하시며 @Boombadoomba님이 답장을 보내셨습니다.
@gemong1 안녕하세요 ^^ 에브리온 당담자입니다. 좋은 의견 감사드려요. 저희도 요즘 문제인게.. 모바일 트래픽이라는게 로열티가 매우 낮은 듯 해서 힘들어요 ㅜㅜ 그래서 질문 태블릿은 스마트폰과 달리 틈새라기보단 완벽한 마켓일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모바일 TV에 대한 검증은 이미 죽을 쑤고 있는 DMB에서 끝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DMB는 방송서비스의 킬러 상품이라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까지 재전송이 되고 있는대도 말입니다. DMB 단말 인프라에 대해 변명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실 DMB만큼 품질의 인프라를 Wi-Fi 또는 3G/LTE로도 스마트폰 TV가 갖출 수 있을까요? 결코 그럴 순 없겠죠. 그런데 제가 주목한 DMB의 가능성은 바로 ‘이동’이 아니라 ‘재택’에서의 행태였습니다. 모바일TV 이용행태의 피크가 출퇴근 시간 말고 또 나타나는 때가 있는데, 바로 TV의 프라임 시간이 지난 직후인 10-11시라는 것입니다. 바로 ‘세컨드TV’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며, 이것은 거실의 공유형 빅 패밀리 TV 스크린이 아닌 퍼스널 스크린으로서의 TV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향후 대안 TV의 스크린은 “모바일”이 아닌 “퍼스널”에 맞춰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결론이었습니다. 그 강력한 후보가 바로 시의적절하게 나타난 ‘타블렛’이라는 것입니다. 이 내용에 대한 블로그 글의 링크를 포함하여 에브리온TV 담당자께 답장을 해 드렸습니다.
TV의 미래 – 퍼스널 TV
그런데, 그 담당자분께서 점점 더 어려운 질문을 해오십니다.
@Boombadoomba 대안 TV의 방향성이 이동성이 아니라 퍼스널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TV 소비 경험을 고려해 볼 때, 댁내의 세컨드 TV 또는 타블렛이 유력한 대안 스크린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관련 글 digxtal.com/?p=61
@gemong1 PC와 TV의 대안 스크린이 태블릿이 될 거라는 의견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조금 더 여쭙자면, 퍼스널 티비라는 의미를 VOD적 성향을 강화한 TV로 해석해야할까요? 단순히 나만의 가족과는 독립된 TV로 해석해야 할까요?
@gemong1 이렇게 묻는 이유는 저희 에브리온티비는 일단은 VOD와 같은 형태라기보단 일반적인 린백 스타일의 티비 시청경험을 모바일과 태블릿으로 그대로 옮겨 보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때문입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대안 TV 스크린으로서 PC는 별로 주목하고 있지 않습니다. 멀태태스킹의 생산성 단말은 TV 경험에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포스트PC라고 명명된 보다 소비형 단말인 타블렛이 좀 더 어울립니다. 그리고 위의 질문은, 제공되어야 할 서비스는 VOD가 되어야 하는가, 린백 형태의 실시간 방송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현재 에브리온TV가 다른 서비스와는 달리 VOD 서비스는 하지 않고 실시간 방송만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 말씀을 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기에 대해선 최근-그래 봤자 작년 11월-에 포스팅을 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터넷을 통한 TV 서비스를 고민할 때 린백(lean-back)이나 재핑(zapping)같은 사용자 경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과연 맞는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제 결론은, TV가 성공했던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보자는 것이었고, 그래서 주장했던 바가 바로 ‘최상의 비디오 큐레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TV의 성공 공식: 최상의 비디오 큐레이터
‘실시간 방송’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최신성이 있는 고품질의 컨텐트가 잘 선별되고, 그래서 시청자들이 검색이나 탐색의 수고 없이도 최상의 엔터테인먼트를 할 수 있는 그런 서비스, 결국 전달 형태는 VOD이지만 시청자의 선택 수고를 완벽히 대신해 줄 수 있는 서비스 방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답변에 대해, 에브리온TV 담당자분은 정말 근본적인 문제로 마무리를 잘 해주셨습니다.
@Boombadoomba 그 질문에 대한 제답은 여기에 있습니다. digxtal.com/?p=947 린백의 경험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최상의 큐레이터가 중요. 단순히 실시간 방송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최상의 VOD 콜렉션을 전달해 주는 것.
@gemong1 좋은 지적이십니다^^ 문제는 그와 같은 콘텐츠큐레이팅 환경을 구축하는대는 핵심 사업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네요 ㅜㅜ 저희 역시 보다 나은 콘텐츠 소비 프로세스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큐레이터로써의 역할을 찾아야겠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핵심 사업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게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이제는 정말 ‘시한폭탄’에 돌입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이 무엇이냐 하면, 이미 킬러 컨텐트를 가진 핵심 사업자들이 이쪽 뉴 미디어에 발을 담그고 있다는 것입니다. 프린트 산업과 음악 산업에서 올드 미디어의 몰락을 선 경험하고 있는 영상 사업자들의 다음 행보는 무조건 뉴 미디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종편 같은 퇴행적 정책 때문에 눈물이 앞을 가리고 있긴 하지만, 이미 대세가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바로 그 종편도 역시 뉴미디어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죠. 에브리온TV만 봐도, 지상파 3사 채널 입점은 꿈도 못 꾸고 있지만, 종편 채널들은 이미 들어와 있지 않습니까? (물론 약자의 전략이 그럴 수밖에 없는 사실도 있지만)
이제 준비해야 할 것은 훌륭한 대안 TV 플랫폼을 만드는 것입니다. 에브리온TV가 그렇게 발전을 할 수도 있겠지요. 그 방향에 대해서는 MBC의 @hyunseok_Lee님이 힌트를 주는 트윗을 올리셨더군요.
종편이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온라인 소비. 실제 종편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 전체가 시청률에 잡히지는 않음. TVN 롤러코스터가 한참 재밌을 때 화제도 되고 많은 사람이 봤지만 시청율을 별로. 최근 MBC 개그프로도 마찬가지. 뉴미디어대응이 중요
종편의 시청률이 바닥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중요한 지표가 아닙니다. 뉴 미디어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 됩니다. 지난해 블로터 포럼에서, 고찬수 KBS PD님이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면, 방송사 입장에서 뉴 미디어를 사업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방송사들도 새로운 미디어가 나오면 그것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준비하고 있다. 신문사들이 인터넷에서 쓰러져가는 것을 봤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에 소홀히 대응하면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 소비자들이 느끼기 어려웠던 것은 기술적인 면보다는 비즈니스적인 면 때문이다. 최근 들어 콘텐츠 2차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광고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광고에 조금이나마 지장을 줄 수 있는 사업에 대해서는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 IPTV도 방송사가 독자적으로 하려고 했던 이유가 광고 수익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주문형 비디어(VOD)를 제공했는데 생방송 시청률이 떨어지면 괜한 일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시장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이 가능했지만, 훌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 갈 길이 멀다.
현재의 분리된 시청률과 분리된 광고네트워크로는 ‘핵심 사업자’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가 어렵습니다. 기존 사업을 잠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사업의 도전은 자기 파괴적인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것이지요. 이것을 ‘핵심 사업자’들도 모르는 바가 아닙니다. 그러니, Pooq도 나오고 손바닥TV도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래서, 결국은 올드 미디어와 뉴 미디어를 통합하는 크로스미디어의 시청률과 광고 네트워크의 등장이 곧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대안 TV 플랫폼이 가장 심혈을 들여 준비해야 할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비록 종편이 난립하고 미디어렙법이 산으로 가고 있는 혼돈의 시절하에 있습니다만, 시한폭탄의 시계는 ‘째깍째깍’ 잘 가고 있습니다.
에브리온TV의 건투를 빕니다.
글 : 게몽
출처 : http://digxtal.com/?p=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