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학기에 유일하게 듣는 non-finance 과목이 하나 있다. organization system design. 이 수업에 대한 포스팅은 바로 지난주에 하나 올렸으니, 참고하시길.
관련 포스팅:
‘효과적 조직구조를 체크하는 9가지 항목’ – 실무적 효용성은 있을까?
나는 평소에 조직 구조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실제로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가장 조직원의 삶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이 조직구조이다.
조직 구조는 직접적으로 어떤 것들에 영향을 미칠까?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 본 바로는 아래와 같다.
내가 누구에게 리포팅을 해야 하나? 즉, 내 보스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와 함께 일하는가? 지리적으로 어떤 위치에서, 혹은 이 기업내에서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일하는가?
내가 일하는 부서는 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나의 포지션은 나의 부서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는가?
내가 어떤 제품, 어떤 지역, 어떤 고객을 상대하는가?
내 연봉은 어떤 체계에 따라서 결정되고, 얼마의 돈을 받을 수 있는가?
이렇게 중요한 내용들이 많은데, 도대체 이 조직구조라는 것이 어떻게 디자인 되는지 알기가 힘들다. 사실 나는 누가, 어떻게 조직을 디자인 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이 수업을 듣게 되었다.
WHO?
나는 학부도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내가 다녔던 학부에서도 조직행동론 (몇몇 대학에서는 조직행위론이라고 부름)을 주로 가르치고, 조직구조론 수업은 정말 찾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인지 사실 조직 구조 디자인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할만큼 잘 아는 사람도 드물다. 주변에서는 유일하게 조직구조 디자인에 대해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전략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아마도 내 연배의 친구들, 선후배들 중에서 일반적으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이런 일을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컨설턴트는 그 업계에서 일하지 않기 때문에 컨설턴트가 짜 놓은 디자인은 실무에서 충돌이 나기가 쉽다. 그래서인지 맥킨지에서는 practice group 중에서 “조직“을 “전략“과 묶어 놓았다. 즉, 조직구조를 디자인하는 것에는 전략적인 아젠다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뜻인것 같다.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여튼 전략 컨설턴트의 add-value 측면은 아마도 그 산업분야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여겨지는 조직구조 디자인의 각종 이론, 트랜드, 실무적 implication 을 종합해서 알려주는 것이 아닐가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CEO가 조직구조에 깊이 관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CEO가 자신과 제일 코드가 잘 맞는 사람들에게 chunk를 짜서 맡기거나, 자기가 직접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것들을 묶어서 조직을 관리하는 것 같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조직 구조라는 것은 결국 조직원들이 내가 누구에게 리포팅을 해야 하고, 누구와 함께 일하는가?, 그리고 내가 어떤 제품, 어떤 지역, 어떤 고객을 상대하는가? 심지어는 내가 얼마의 돈을 받을 수 있는가? 까지도 결정하기 때문에 그 기업의 모든 방면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외부인의 손에 혹은 CEO 한 사람의 손에 조직구조 디자인을 맡기기에는 너무 risky하지 않나?
결국은 조직의 구조는 그 기업의 전략, 문화, 리더십 등을 모두 고려해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CEO + 실무자 + consultant 등이 함께 매달려서 만들수 밖에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너무 일반적인 결론이 나와서 씁쓸하지만, 사실인것 같다.
HOW?
조직구조를 나보고 디자인하라고 하면, 1) 산업의 구조 및 그 산업에서의 business logic, 2) 그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전략, core competency, 그리고 history, 3) 고객의 특성 및 분포 등을 고려해서 원칙을 정한 다음에, 4) 가장 이상적인 조직구조를 도출하고 그것을 현재와 비교해본 후, 5) 향후에 어떤 식으로 조직구조를 가지고 가야할지 transition plan 을 만들 것 같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위에서 이야기한 고려요소들이 모두 변한다는 것이다. 그냥 변해도 참 어려운데, ‘급격하게’ 변하는게 문제다. 그래서인지 이번 수업에서도 첫 시간에 이 수업을 듣는 이유에 대해서 물었을 때 많은 학생들이
‘도대체 왜 이렇게 조직구조의 변화가 잦은가?’ 를 알고 싶어서..
라는 이유를 많이 들었다.
나의 예전 직장인 P&G도 1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건만, 내가 있는 동안에도 몇번이나 조직구조 변경이 있었다. 나는 P&G의 조직구조 디자인에 대해서 그 질적인 면에 있어서 강한 믿음이 있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모두 필요에 의해서 그러했다고 믿고, 그 변화에 대해서 조직원들에게 충분히 납들할만한 시간적 여유 및 논리적 이유 (혹은 반대로 시간적 이유와 논리적 여유?)를 주었다.
내 기억에 가장 중요한 이슈 몇가지는 다음과 같다.
1) centralization vs. localization 이라는 전통적 이슈, 혹은 globalization으로 인해서 생기는 소비자들의
유사성 증대로 인한 local experts의 필요성 감소 등의 이슈
2) market dynamics의 변화 – 예컨대 중국과 인도의 부상이라는 시대적 이슈
3) internet & e-commerce 의 부상이란느 기술변화와 시장의 이슈
4) tax 이슈
사실 나는 1), 2), 3) 등이 가장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그러한 것들이 회사의 제품전략이나 소비자 전략에 가장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직 구조에 있어서 가장 가시적인 요소들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MBA에 와서 다소 절망적이라고 할만큼 느꼈던 것 중에 하나는 4)번 TAX 이슈가 가장 큰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외국계회사의 regional organization 들은 tax의 영향에 따라서 생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피땀흘린 노력으로 2-3% 마진을 높이는 것보다 tax engineering만 잘 해도 10~20% 마진을 높이는 것이 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관련 포스팅:
중국 인터넷 기업의 지배구조와 VIE, 그리고 넥슨 (Youku.com 이야기 2 )
이러한 기업들의 니즈는 보통 외국자본을 유치하고자하는 많은 개발도상국 정부의 니즈와 맞물려서 P&G, GE, GM 과 같이 거대한 미국자본의 기업들은 각 국가의 tax authority 들과 사전에 세금에 대한 자세한 부분과 어떠한 활동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정부와 alignment를 맺음으로써 철저하게 계획된 상태에서 진출한다.
즉, regional office 들의 경우에는 오히려 이렇게 세금으로 인해서 그 기업의 활동 영역이 정해진 다음에, 차후에 operational한 측면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맺으며..
Organization System Design 수업을 들으면서 교수가 몇가지 원칙적인 담론으로 ‘A인 경우는 B의 조직구조를 짠다’는 식의 설명을 하면, 일단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가 없게 되는 놀라운 경험을 많이 했다. 그 명제를 부정할 수 있는 100만가지 rational 이 머리에서 팝업창을 띄우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정리해서, 그 요소들이 시간의 변화에 따라서 어떻게 전개되는가?를 tracking/ measuring 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라는 나름의 결론이다.
경영학에는 아무리 정답이 없다지만, 조직구조설계만큼 정답을 찾기 힘든 분야는 없어 보인다.
글 : MBA Blogger
출처 : http://mbablogger.net/?p=2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