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북 에어(Macbook Air). 3년 전에 나왔던 애플의 초박형 노트북입니다. 광학 드라이브도 빼고 USB만 하나를 넣고 나머지 단자를 모두 없애는 대신 (당시에는) 상상을 초월한 혁신적 두께를 자랑했었지요. 이처럼 얇은 노트북을 만들 수 있던 것은 당시 나왔던 일반적인 코어 2 듀오 노트북 플랫폼인 산타로사 대신 맥북 에어를 위한 별도의 플랫폼을 공급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공급한 것은 다름아닌 인텔이었지요.
인텔은 맥북 에어에 이어 레노버 X300, 부두 엔비 133, 삼성 X360 등에 차례로 ‘산타로사 요네즈’라고 부르던 이 칩셋을 공급했습니다. 제한된 기업들에게만 공급했던 이 칩셋은 지난 해 인텔이 양산 체제로 들어갑니다. ‘울트라씬’이라는 제품군에 대한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말이죠. 울트라씬은 종전 노트북보다 무게를 줄이고 휴대성을 강화한 노트북 제품군을 일컫는 말로, 인텔은 많은 기업이 울트라씬 노트북을 만들 수 있는 울트라씬 플랫폼(프로세서와 무선 랜, 메인보드 칩셋의 묶음)을 공급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 울트라씬 플랫폼은 최신 기술은 아니었습니다. 미세 공정으로 인해 프로세서의 크기는 줄었지만, 코어는 과거 셀러론이나 펜티엄이었지요. 물론 이들 코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성능이 개선되었지만, 지금 노트북이나 PC에서 쓰던 것과 차이가 있었습니다. 코어가 최신이 아니었으니 메인보드 칩셋도 굳이 최신 기술을 다 넣을 필요가 없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울트라씬을 사려는 이들이 스타일이라는 꺼풀을 벗기고 냉정하게 제품을 바라봤을 때 여전히 성능적인 면을 요구하는 이들도 많다는 점입니다. 얇고 가볍고 스타일이 돋보이는 울트라씬 노트북에서 배터리가 오래 가면서도 성능은 더 뛰어나고 더 많은 저장 용량을 갖고 있으며 더 가벼운 제품에 대한 필요성도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지요. 제품의 스타일은 인텔과 같은 칩셋 제조사가 할 수 없는 일인 대신 성능과 관계된 모든 것을 해결해 시장을 만드는 일은 인텔의 몫입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인텔은 울트라씬에 최신 아키텍처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데스크탑과 노트북에 쓰인 코어 기술을 모두 접목한 인텔의 2010년형 울트라씬 플랫폼이 20100년 5월 25일 발표된 것이죠. 인텔 코어 저전력 프로세서 4가지와 펜티엄 저전력 프로세서 1가지, 셀러론 저전력 프로세서 1가지 등 모두 6가지입니다.
이중 주목할 프로세서는 코어 저전력 프로세서. 코어 i7-660UM과 i5-540UM, 코어 i5-430UM, 코어 i3-330UM 등 이름에서 보듯이 데스크탑과 일반 노트북의 고성능 프로세서인 코어 i7과 i5, i3로 모두 울트라씬 노트북용으로 나옵니다. 데스크탑과 노트북의 성능을 끌어올린 터보부스트 기술과 하이퍼 스레딩 같은 프로세서 기술을 담은 것은 물론 HD 그래픽 칩셋까지 하나의 패키지 안에 넣은 것이죠.
이를 통해 종전 울트라씬 패키지보다 32% 더 작아졌고, 성능은 32%를 올렸습니다. 전력은 오히려 15% 낮춘 것이 이번 울트라씬 플랫폼의 특징입니다. 이처럼 한꺼번에 저전력의 고성능 제품부터 보급형 프로세서를 할꺼번에 라인업을 갖추는 것은 그만큼 인텔이 이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1분기 PC 시장의 호조세로 인해 전체적인 PC 시장이 커졌는데, 그 중에서 울트라씬 플랫폼의 성장세는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15인치 시장의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판매량 감소가 아님) 울트라씬은 올해에만 93%가 성장할 것이라는 아이서플라이의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이는 아이패드나 태블릿 같은 새로운 장치의 출현과 별개로 여전히 PC 시장에서 지속 성장 가능한 제품군은 따로 있음을 뜻합니다. 좀더 가벼워진 PC를 요구하는 이들이 과거보다 늘어가고 세분화됨에 따라 이에 맞는 부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역할을 누군가 맡아야 했고, 지금까지 해온 대로 인텔은 이 시장에 대한 투자를 지속한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새로운 울트라씬 플랫폼을 이용해 정말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는 점이 문제입니다. 가볍고 얇은 좋은 성능의 노트북을 만들 수 있는 부품을 공급받아 소비자가 매력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PC 제조사의 몫입니다. 그런데 어느 업체가 됐든 울트라씬이라는 키워드를 잘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를 만족시킬 만한 성능의 부품이 나왔지만, 이를 바탕으로 그냥 얇은 제품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얇아야 하는 이유는 이동성을 강화하기 위함이고, 더 좋아진 이동성으로 어디에나 들고다닐 수 있는 만큼 스타일을 살려야 한다는 것을 말이지요.
울 트라씬 플랫폼은 다른 노트북 제품군보다 더 비싼 가치를 갖게 될 겁니다. 이것이 노트북 제조 단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고가 제품을 만들고 싶은 노트북 업체들에게는 매력적인 이유가 될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소비자의 선택은 더 까다로워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되겠죠. 울트라씬의 개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그냥 작은 노트북은 의미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봤을 때 한 눈에 “그래, 이거야!”라고 외칠 수 있는 진짜 울트라씬 노트북이 필요합니다. 위의 울트라씬 제조 업체 중 누가 내놓을지 궁금합니다. 이르면 이번 컴퓨텍스에서 확인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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