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인 미트 롬니 (Mitt Romney)가 요새 고전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오바마 대통령과 다이다이로 붙을거 같았는데, 어제 South Carolina 경선에서 뉴트 깅그리치한테 패배하면서 미래가 약간 불투명해졌다.충격적인 패배 뒤에는 베인 캐피탈이라는 private equity (사모펀드) 회사가 있었다. 베인 캐피탈은 유명한 경영 컨설팅 회사인 베인 앤 컴퍼니에서 스핀오프한 세계에서 가장 큰 사모펀드 중 하나인데, 1984년도에 미트 롬니가 공동 창업한 투자회사이다.
롬니가 계속 공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베인 캐피탈을 운영하면서 그가 멀쩡한 미국 기업들을 인수하기 위해서 무리한 부채를 지고 미국의 척추역할을 하는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한 후에 다시 되판 회사들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주장들 때문이다. 또한, 다시 되판 회사들은 모두 망하거나 아직까지 부채에 허덕거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람한테 나라를 맡기면 큰일난다는 논리를 주장하고 있는데, 놀랍게도 이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것이다.
깅그리치의 위원회는 “When Mitt Romney Came to Town“이라는 다큐멘터리까지 만들어서 롬니와 베인 캐피탈이 기업들을 적대적으로 인수한 후 약탈하고, 직원들을 모두 거리로 내쫓았다고 공격하고 있다. 대선 후보 경쟁에서 이제는 사퇴한 존 헌츠먼도 사모펀드를 “비즈니스를 죽이고, 고용을 파괴하는” 비즈니스라고 맹비난한 적이 있다.
나는 미국 시민이 아니라서 어차피 대통령 투표권도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미국의 대통령이 세계 대통령이기 때문에 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느냐에는 관심이 조금은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될거 같다고 생각은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미트 롬니 같은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 대통령을 하면 미국과 세계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조금은 하고 있고, 베인 캐피탈 때문에 공격을 당하고 있는 롬니의 입장이 조금은 안타깝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모펀드라는 비즈니스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롬니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 사람들이 ‘론스타-외환은행’ 사태로 인해서 알게된 사모펀드에 대해서 빙산의 일각만 알고 있으면서, 사모펀드에 대해서 다 알고 있는듯이 말하는거와 비슷하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모펀드란 말만 들으면 반사적으로 론스타를 생각할 것이고, “이런 죽일놈들”이란 말이 먼저 입에서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알아야할거는 알고 넘어가자는 취지에서 사모펀드에 대해서 몇 자 적어보도록 하겠다.
참고로 전에 내가 사모펀드에 대해서 올린 블로그 포스팅들이다 (이 글에는 과거 내용들이 많이 사용된다):
–Private Equity의 진실 (2007.12.20.)
–LBO (Leveraged Buyout)의 매력 (2009.05.19.)
–Private Equity에 대한 끝없는 논쟁 (2010.05.23.)
Private Equity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이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상장하지 않은) 회사들에 지분 투자되는 자산의 한 종류이다. 그렇게 때문에 그 이름 자체가 public equity가 아니라 private equity이다. 더 간단히 말하면 상장하지 않은 기업의 (요새는 상장한 부실 기업도 많이 거래된다) 전부 또는 일부를 구매하여 기업의 소유권을 장악 한 후, 구조 조정을 통하여 매출 또는 이익을 개선 한 후 다시 상장 시키거나 아니면 또 다른 기관이나 기업에 – 구매한 금액 보다 훨씬 비싸게 – 파는 비즈니스를 말한다. 즉, 싸게 산 후 비싸게 팔아서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비즈니스이며 소위 말하는 ‘돈으로 돈을 먹는’ 비즈니스라고 보면 된다.
사모펀드들이 투자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동종업계의 기업들보다 실적이 좋지 않으며, 어떤 회사들은 파산하기 일보직전인 회사들이다. 사모펀드로부터 돈을 받아서 회사 상태가 개선된 사례는 많지만, 자동차 렌탈 회사인 Hertz가 그 중 하나이다. 2009년도에 포드 자동차는 Hertz사를 140억 달러에 사모펀드 투자자들한테 팔았다. 이들은 그 이후 구조조정과 경영개선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Hertz를 170억 달러라는 가치에 상장시켰다. Hertz를 비롯한 Continental Airlines, Orbitz 그리고 Snapple 사 모두가 다 사모펀드의 도움을 받아서 경영 개선에 성공한 사례들인데 동종 업계의 기업 중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기량이 – 여기서 말하는 기량은 수익성, 혁신성 그리고 투자자들의 회수율이다 – 높다는 데이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가 있다.
물론, 이러한 데이터에도 빈틈은 있다. 사모펀드가 확실하게 기업에 도움이 된다라는걸 증명하려면 동종업계의 기업들보다는 한 기업에 대해서 이 회사가 사모펀드의 도움을 받지 않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알아야 할텐데, 유갑스럽게도 이런 데이터는 구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적이 매우 좋지 않아서 파산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도 사모펀드의 투자를 받지 않았으면 회사가 파산했을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
Leveraged Buyout
사모펀드에 대한 비난에서 빠질 수 없는게 ‘부채’이다. 부채를 가지고 기업을 인수한다는게 무슨 말일까? 바로 LBO (Leveraged Buyout)라는 것인데, 이는 사모펀드들이 기업 인수를 하는데 사용하는 가장 흔한 방법이다. LBO란 기업매수자금을 매수대상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한 차입금으로 조달하는 방법인데, 간단하게 설명하면 leverage란 ‘빌린돈 (=부채)’이다. 즉, LBO는 기업을 인수할때 100% 내 돈으로 사는게 아니라 내 돈 조금 내고, 다른 사람한테 돈을 빌려서 사는걸 의미한다. 100억원짜리 회사를 인수하는데 내 돈 30억과 남한테 (주로 은행) 빌린 70억원을 사용하는게 LBO 이다. 보통 피인수 회사의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도 하고, deal의 규모가 커서 빌려야하는 액수가 크면 피인수 회사와 인수하는 회사의 자산을 공동 담보로 하기도 한다.
만약, 100억원짜리 회사를 사야하는데 우리 사모펀드가 30억원밖에 없어서 나머지 70억원을 빌려야하는 상황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모펀드들이 돈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려서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는 어릴적부터 부모님들한테 “절대로 남의 돈 빌리지 말아라,” “무슨 일이 있어도 빚을 내지는 말아라”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지도록 듣는데 왜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의 돈을 빌리려고 할까?
예를 하나 들어서 설명하는게 가장 쉬울거 같다. 해마다 100억의 수익을 내고 있는 탄탄한 돼지사료 제조업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한 사모펀드가 이 회사를 1,000억에 인수하는 (즉, PER = 10) 시나리오를 보자:
* Leverage를 할 경우 – 사모펀드가 300억은 직접 투자를 하고, 나머지 700억은 빌려서 1,000억을 만들어서 이 회사를 인수한다. 그 이후 3년 동안 이 회사는 계속 해마다 100억의 수익을 낸다고 가정하자. 이 회사의 주인인 사모펀드는 3년 동안의 수익 300억 (해마다 100억씩 생기니까)을 전부 다 빚을 갚는데 사용한다. 즉, 700억 빚 중, 아직 400억이 남아 있다 (너무 복잡하니까 이자는 여기서 고려하지 말자). 3년 뒤에 사모펀드사가 돼지사료 업체를 한국의 삽겹살 가공업체에 수익의 10배인 – 초기 인수가격과 동일한 – 1,000억에 다시 판다.
회사를 팔아서 받은 1,000억 중 400억은 남은 빚 갚는데 사용하고 600억이라는 돈이 사모펀드의 손에 떨어지는데, 초기 투자금액 300억의 2배의 수익을 얻게되는 것이다.
* Equity만을 가지고 할 경우 – leverage를 하나도 안하고, 사모펀드가 1,000억을 직접 다 투자해서 돼지사료 제조업체를 인수한다. 그 이후 3년 동안 해마다 발생하는 100억의 수익을 고스란히 챙기고 다시 1,000억에 이 업체를 한국의 삽겹살 가공업체에 판다. 빚은 없으니까 사모펀드는 1,300억 (3년 동안의 수익 300억 + 판매 가격 1,000억)이라는 돈이 주머니에 생기는데, 초기 투자금액 1,000억의 30%의 return만을 얻게 된다.
이 간단한 시나리오를 보면,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왜 사모펀드들이 leverage를 선호하는지 명확해지는데 수익률이 leverage를 어떻게, 그리고 얼마만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너무나 차이가 나는걸 볼 수 있다. 위의 예시에서는 전체 금액 중 70%를 leverage하였는데, 사모펀드의 절정기에는 거의 90%까지의 leverage도 흔히 볼 수 있었다 (경기가 좋아지면서 이 leverage 수치가 다시 오르고 있다). 만약에 돼지 사료 업체를 인수한 사모펀드가 매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서 회사의 년수익을 200억으로 만들었다면 아마도 이 회사를 1,000억이 아니라 2,000억에 팔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700억의 빚을 갚고 남는 돈은 1,300억인데 초기 투자금 300억의 4배가 넘는 금액이다. (수익을 극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는 능력을 증명할 수만 있다면 판매 가격 또한 수익의 10배 이상을 받을 수 있다)
즉, 부채를 이용해서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 자체에는 전혀 도덕적이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 자본주위의 역학구조를 잘 이용하는 방법을 욕할 필요는 없지 않다고 나는 생각을 한다. 사모펀드가 부채를 이용하는 방법이 ‘빚’이 통상적으로 우리한테 주는 어두운 이미지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파괴인가 창조적 파괴인가?
사모펀드가 하는 행위는 과연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사모펀드가 파산위기에 처해있는 기업들을 인수하면 가장 먼저 하는건 비용절감이다. 비용절감을 통해서 재무재표를 개선하는건데, 이건 마치 비만 환자가 성인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몸의 불필요한 지방을 제거하는거와 비슷한 프로세스이다. 비용절감을 하면서 비즈니스의 불필요하거나 필요이상으로 회사에 비용을 많이 발생시키는 사업군들을 제거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어쩔수 없이 많은 직원들이 해고된다. 해고된 직원들과 가족들 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소를 위해서 대가 희생될 수는 없다는게 기업과 사모펀드의 입장이다. 왜냐하면 회사가 망하면 모두가 다 망하는것이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의 기업인수 -> 비용절감 -> 인력해고 -> 상장 이라는 프로세스가 과연 기업이나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에 대한 판단을 하기 전에 다음 사례를 한번 보자:
Getzler Henrich라는 사모펀드 (구조조정 전문) 회사의 사장인 Dino Mauricio는 1998년부터 2002년, 4년 동안 6개의 세탁/청소 서비스 관련된 소규모 회사들을 인수 합병하여 SMS Modern Cleaning Services라는 직원 7,000명 규모의 전국적인 세탁/청소 서비스 회사로 통합하였다. 작은 회사들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인력, 특히 중간 경영진이 불필요하게 남아돌아서 전체 직원의 약 15%를 해고하였다. => 사모펀드는 고용을 파괴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통합된 회사의 비즈니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결국 해고된 15%의 인력 이상의 직원들을 새로 채용했다. => 사모펀드는 고용을 창출한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SMS Modern Cleaning Services가 성장하면서 규모의 경제 싸움에서 밀린 동네 구멍가게들은 지속적으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 사모펀드는 고용을 파괴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문을 닫은 구멍가게에서 일하던 대부분의 인력들이 SMS Modern Cleaning Services에 취직하여 이 회사의 직원이 된다. => 사모펀드는 고용을 창출한다
과연 사모펀드는 뉴트 깅그리치가 말하는거와 같이 기업과 고용을 파괴하는 파괴자 (destroyer)인가, 아니면 자본주의의 개들이 말하는거와 같이 썩은 기업들을 파괴하고 개선하여 고용을 창출하는 파괴적 창조자 (creative destroyer)인가?
몇가지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
사모펀드에 대해서 몇가지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이 있는데, 이는 대부분 사람들이 기업 법률과 투자법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흔히 잘못 알고 있는 점은 바로 인수한 회사가 관리 중에 망해도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자기 이익을 먼저 챙길 수 있다는 점인데 이건 사실이 아니다.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지분 투자자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인수하는 회사의 실적이 향상되어야지만 돈을 벌수 있도록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만약에 그들이 인수한 회사가 잘못되어서 파산하게 되면 회사의 직원들과 다른 채권자들한테 돈을 먼저 돌려준 후, 돈이 남으면 가장 마지막에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돈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모펀드들은 회사에 투자를 한 후, 다시 다른 회사에 되팔거나 아니면 상장을 시켜서 그들의 지분을 현금화하는 전략으로 돈을 벌 수 밖에 없다.
또한, 어떤 정치인들은 미트 롬니가 베인 캐피탈에 있을때 인수한 기업들 중 단 한 업체만이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한다. 다른 기업들은 주주들한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베인 캐피탈만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기업은 지불능력이 없으면 배당금을 분배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이사회는 배당금 지급에 대해서는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 배당금을 잘못 지급했다가 회사가 파산하면 재수없으면 이사회 멤버들이 직접 개인적으로 책임을 추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들이 인수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배당금을 지급할 능력이 안되는 기업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인 캐피탈의 대부분의 포트폴리오 기업들이 배당금 지급을 하지 못한 것이다.
My Thoughts
사모펀드에 대한 나의 생각은 창조적 파괴쪽에 훨씬 가깝다. 물론, 사모펀드가 경제에 이바지를 하는가 아닌가를 계속 파고 들어가보면 더욱 더 복잡해져서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훨씬 더 많아지겠지만, 이러한 나의 입장은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한 시민으로써의 시각이다. 부채와 파생상품을 활용한 투기로 돈을 버는 월가의 투자자들과는 달리 사모펀드 투자자들은 세계 경제에 직접적으로 이바지 하고 있는 제품을 제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즈니스에 투자를 해서 돈을 번다. Yale 대학의 Macey 교수는 오히려 사모펀드의 이런 착한? 방식은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용기에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으면 아무리 깨끗하던 물이라도 썩기 마련이다. 적절한 시기에 용기를 바꾸거나, 물 자체를 완전히 갈아야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계속 변화를 해야 하는데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면 썩기 마련이고, 이렇게 되면 누군가 외부에서 구조조정이나 대량해고를 통하여 강압적으로라도 변화를 줘야 한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현대사회의 사모펀드의 업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모펀드에 대한 근거없는 공격은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에 대한 공격이다. 왜냐하면 삼성전자가 TV를 팔아서 돈을 버는거랑 사모펀드가 기업을 팔아서 돈을 버는거는 크게 다르지 않은 자유경제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버는 돈은 우리같은 서민들이 말하는 연봉 몇천만원 수준과는 다르다. 그렇다고 “씨x, 누군 x빠지게 일해도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사는데…”라는 식의 감정을 가지고 무조건 사모펀드를 욕하면 안될거 같다.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들이다. 독자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참고:
-The Wall Street Journal “How Private Equity Works” by Jonathan Macey 2012.01.13.
글 : 배기홍
출처 : http://goo.gl/7e42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