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다고 업계가 시끄럽다. KT 주장은 스마트TV가 인터넷 트래픽을 과도하게 차지하면서 이에 대한 댓가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고 실력행사를 한 것이다. 뭐가 문제일까?
정말 KT의 네트워크에 부담을 줄만큼 스마트TV가 많이 사용되고 있기는 할까? 물론 KT도 알고 제조사도 알고 있겠지만 아직 그 정도 사용량이 있지도 않을 것이고 트래픽을 얘기할 정도로 스마트TV가 팔리지도 않았다고 예상한다. 차라리 스마트TV보다 국내에서 이제 100만대가 팔렸다고 데이타가 나온 아이패드가 와이파이를 통해서 실제로 유선망에서의 트래픽이 더 클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예측이다. 아이패드는 실제로 인터넷이 없으면 무용지물인 제품이지만 스마트TV를 정말 인터넷에 연결해서 볼만큼 콘텐츠가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KT는 그런 주장을 하는 걸까?
사실 속내는 단순하다. 스마트TV는 KT의 매출을 늘려주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제품이고, 심지어 많이 판매되면 될수록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제품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미 국내에서 유선 인터넷 매출은 더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없는데, 그렇다고 IPTV 고객이 폭발처럼 늘지도 않는데 오히려 IPTV의 경쟁제품이 될 수도 있는 스마트TV가 늘어난다는 것은 미래의 경쟁자를 키우는 일이다.
반대로 아이폰으로 트래픽이 엄청나게 폭주하지만 스마트폰으로 고객들에게 제품을 바꾸라고 강요아니 강요를 통해서 스마트폰도 팔아서 매출도 만들 수 있고, 요금제를 더 높게 권해서 매출을 또한 올릴 수 있으니 스마트폰은 열심히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KT 입장에서 스마트TV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물건인 것이다. 그렇게 트래픽이 문제되면 왜 KT가 문제가 먼저 되었을까? SK B 인터넷 사용자는 스마트TV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단 말인가?
이는 결국 통신사의 자충수가 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급할 이유가 별로 없다. 국내 TV시장이 200만대이고, 이중에 삼성전자가 100만대를 판매한다고 가정하자. 그 중에서 정말 스마트TV라는 고가 제품이 차지하는 시장 규모가 30%라고 가정해도 30만대 시장이다. 내년에 전세계 TV시장 규모가 2억 5천만대이고 삼성전자의 내년 판매량 목표가 5000만대이다. 도대체 5,000만대 시장을 고려해야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30만대 시장에 관심이나 있을까? 아니 그냥 국내 시장 판매량의 50%를 스마트TV라고 해도 50만대이다. 5000만대의 50만대면 1%다. 그냥 KT와 실랑이는 적당히 모양새만 보이고 미국에 1% 마케팅 비용을 더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물론 유선망 통신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그들도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매출은 정체되고 원가는 늘어날 것이 보이기때문에 어떻게든 협상은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그리 논리적인 접근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잘 생각해보면 무선망 시장에서도 스마트폰으로 통신사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언론에 얘기하고 있지만, 반대로 그건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시장이다. 누가 스마트폰으로 가라고 법으로 만든 적 없고 경찰 출동한 적 없다. 스스로 생태계를 진화시키지 못하고 애플같은 글로발 플레이어에 의해서 게임의 규칙이 바뀌니 그것에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통신서비스의 가치가 이미 음성서비스에서 인터넷 기반의 서비스로 바뀌었기 때문에 당연히 가야할 방향이었고 지금은 단말기 회사가 그 이익을 많이 내고 있지만 그것도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단말기 회사도 이익률이 줄고 있는 마당에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익을 더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그러게 진작 좀 생태계 진화를 잘 리드하셨으면 좋았을 것을.
슬프지만 미국의 사례를 보자. 실제로 인터넷 기반의 TV 서비스라고 볼 수 있는 넷플릭스가 심지어 P2P 트래픽(불법 영화 복제?)보다 높다는 데이타가 나오고 있다. (참조). 넷플릭스가 현재 1700만명의 고객이 있고, 이들이 최대 비디오를 많이 보는 저녁 8시부터 10시에 가서야 미국 인터넷 트래픽의 20%를 최대 차지한다는 데이타도 있다(참조). 통신사분들께 부탁한다. 뭐 좀 이런 데이타좀 얘기하면서 주장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스마트TV 사용자가 넷플릭스의 1700만명에 비교가 될까? 우리나라 인터넷이 미국 인터넷보다 유선망이 더 열악한 상황이란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우리보다 열악한 미국에서 1700만명이 유선으로 트래픽을 아귀같이 먹어대는 동영상 서비스를 보고 있는데, 오히려 Verizon은 Redbox라는 경쟁업체와 연합해서 경쟁을 하려던가 또는 Netflix를 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뭐 이런 건설적인 얘기 좀 들어보고 싶다.
뭐 그런 주장도 있다. 인터넷 전화는 망사용 대가를 내는데 왜 스마트TV는 부담하지 않느냐고. 아니 그러면 PC 제조사에게는 왜 망사용대가를 받지 않는 것인가? 이 논란의 핵심은 바로 QoS에 있다. 인터넷전화는 QoS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바로 서비스 제공사와 통신사에 있다. 인터넷전화가 끊어진다면 우선 책임은 그 전화서비스 회사에 있고, 또한 망사용대가를 내는 VoIP회사는 당연히 통신사에게 이에 불만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이폰으로 VoIP를 쓰면 VoIP를 연결시켜주는 애플에게 KT는 망사용대가를 받는지 묻고 싶다.
PC에서 네이버 고스탑 게임이 자꾸 느리다고 PC 제조사가 책임진다는 얘기 못들어봤고, 네이버가 손해 보상해준다는 얘기 없다. 물론 통신사에게 전화하면 그건 네이버 책임이라고 할 거다. 즉 스마트TV나 컴퓨터나 모두 데이타 서비스의 품질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KT는 그냥 아무런 서비스가 아닌 “통신” 자체의 속도에 대해서 책임지지 스마트TV의 서비스에 대해서 무엇을 책임질 생각인가? 뭔가 댓가를 받는다면 책임지는게 있어야 할 것이다.
몽니라는 얘기가 있다. 강자가 약자에게 훼방을 놓은 것이 아니라 반대로 약자가 강자에게 뒷다리를 잡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누가 강자이고 누가 약자일까? 전세계로 5000만대 TV를 판매하는 회사가 강자일까? 예측컨데 50만명 정도가 보는지 확실하지도 않은 SmartTV의 접속을 제한하는 회사가 강자일까? 물론 우리는 심정적으로 약자의 편에 들고 싶다. 여러분들의 의견도 듣고 싶다. 혹시 필자도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니 여러분의 보다 정확한 지적 부탁한다.
관련 기사 : [긴급점검]스마트TV 차단 ‘인터넷종량제’ 수순?
글 : 퓨처워커
출처 : http://www.futurewalker.kr/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