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비즈니스 센터를 오픈하기까지 history
무역업을 하면서 오피스텔에서 사업을 했는데 갑자기 오피스텔 유지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그래서 보증금 없이 한달 사용료만 내면 사용할 수 있는 공동 사무실, 일명 쪽방 사무실에 있게 됐는데요. 창문도 없는 한 평짜리 사무실에 몇 달 있으면서 든 생각이 ‘사업이 일시적으로 안 좋아졌지만 비즈니스가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회의실도 만들고 바이어들도 데려오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였습니다. 이런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조사를 해보니까 미국에는 이미 비즈니스 센터가 있더라고요. 근데 한국에는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고급형 비즈니스 센터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렴한 비용으로 회의실 등의 시설을 보강하고 업그레이드 해서 일반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센터를 만들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비즈니스 센터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습니다. 월 사용료만 내면 작은 사무실을 빌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꾸준히 찾아오는 사람은 있었지만 많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대로 오면서 IT기업들이 늘어났고 정부의 1인 창조기업 지원 정책 등으로 비즈니스센터가 일반화 되기 시작했죠. 정부 지원사업을 시작할 때 자문으로 참여해 지식 서비스, 콘텐츠, 기획력이 있는 서비스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냈고 정부 정책이 시행되면서 르호봇이 1인 창조기업 센터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비즈니스 센터에 대한 오해
‘비즈니스 센터는 비싸다!’ 라는 오해들을 많이 하시는데요.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절대 비싸지 않습니다. 임대와 비교해 비즈니스 센터의 월 이용료는 비싸지만 보증금 등의 고정비와 유지비를 생각하면 비즈니스 센터가 더 효율적입니다.
사무 공간 임대시에는 보증금도 들어가고 관련 집기들도 사야 하고 조건에 맞는 사무실을 찾기 위한 시간 코스트도 들어가는데 비즈니스 센터는 조건에 맞는 센터에 입주만 하면 되거든요. 위 표를 보면 아시겠지만 기간별로 체크해 봤을 때 사무실 임대보다는 비즈니스 센터가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합니다. 또한, 창업은 빨리 자립해서 옮겨야 하는데 임대의 경우는 1년 이상의 장기 계약으로 진행되는 반면, 비즈니스 센터는 매달 계약을 하기 때문에 유연성 부분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즈니스 센터 vs.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리저스라는 사무실 임대를 전문으로 하는 다국적 기업이 있습니다. 전세계에 900개 센터가 있고 표준화된 임대 서비스를 합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추가적인 서비스는 없습니다. 글로벌로 전문화된 비즈니스 센터라고 할 수 있죠.
르호봇도 비즈니스 센터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를 지향합니다. 비슷한 비즈니스 센터가 많이 생겼고 경쟁이 심화됐는데 실제로 충분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센터들이 많습니다. ‘비즈니스 센터’라는 용어를 쓰는 순간 임대 사업으로 제한되기 쉬운데요. 자칫 잘못하면 고급형 단기 임대 사업이 되기 쉽기 때문에 르호봇은 비즈니스 센터라는 이름을 버리고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라는 새로운 포지션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임대 사업을 기반으로 입주사들의 비즈니스를 지원해주고 외부의 리소스를 연결해 주는 인큐베이터 역할에 더 집중하고자 합니다. 그 동안의 노하우와 경험들로 임대라는 공간 위에 소프트웨어와 인프라를 결합해 인큐베이팅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정책적으로 소위 뜨는 업종이나 기업들을 위한 창업 보육 센터 역할을 하는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는 많지만 소기업, 1인 프리랜서를 위한 인큐베이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이들에게도 이런 역할이 필요합니다. 이런 역할 또한, 르호봇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곳
현재 르호봇 입주사들을 보면 IT를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들이 많습니다. 이외에도 무역이나 유통업, 프리랜서도 많은데요. 집중적인 집필을 하고자 하는 동화작가, 번역작가도 몇 달씩 들어와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금융분야쪽에서 재무설계 해주시는 분들도 그룹으로 들어와 같이 활동하기도 했고요. 전반적으로 모바일 환경의 다변화로 비즈니스 스타일이 변화됐고 여기에 적합한 비즈니스 센터는 더욱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입주사들을 살펴보면 비즈니스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데요. 예를 들어, 처음 르호봇을 시작했을 때는 웹개발이 붐이었습니다. 홈페이지 제작해주는 기업을 비롯해 IT 초창기 기업들이 많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참은 동영상 강의 붐이 일었던 때가 있었는데요. 인프라가 없어서 사업이 잘 안되긴 했지만 동영상 강의를 비즈니스화 해보겠다고 많은 기업들이 입주했었고 요즘은 앱개발사들이 많이 입주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업체들이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데 최소한 6개월 이전의 산업 동향을 미리 알 수 있습니다.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보면 비즈니스 트렌드를 예측하고 관심 있게 볼 수 있어서 재미도 있고 좋습니다.
르호봇만의 특별한 서비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 있다 보니까 이런 인프라를 이용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게 ‘멤버스 네트워킹 데이’ 입니다. 다양한 업종들의 사람들이 자기소개하고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서로 콜레보레이션 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주는 겁니다. 이외에도 세미나, 세무 코칭 등 입주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센터도 준비하고 있는데요. 요즘 조기 퇴직자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들을 도와주는 기관이 없습니다. 사회적으로 보면 산업화 시대를 만들어낸 주인공들이자 훌륭한 자산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들이 디지털 환경으로 적응만 하면 앞으로 10~20년은 사회활동이 가능할 겁니다. 그래서 시니어들을 위한 센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청년 창업가들과 연결해 청년들의 디지털 능력과 시니어들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고민하고 있고요. 이런 퇴직자들이 엔젤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 중입니다.
월 비용을 지불하기에 부담 있는 창업자들을 위한 애니웍 서비스도 있습니다. 꼭 입주를 하지 않더라도 일정의 비용만으로 사업장 주소지를 르호봇으로 등록할 수 있는 건데요. 사업해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주소지가 아파트로 되어 있으면 명함을 건네기 곤란할 때가 생기거든요. 그래서 사업자등록을 위한 주소를 제공하는데요. 전통적으로 사업자등록 대행 서비스가 있어왔지만 저희는 버추얼 오피스를 표방하며 애니웍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을 잠재적 사업자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애니웍 서비스 이용자까지 합하면 1200개 기업이 입주해 있는데요. 네트워킹 행사 등으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 기업들간의 비즈니스 활동을 액티브하게 전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가 심의위원으로 참여했던 ‘1인 창조기업관련법’이 2009년 입법, 2010년도에 통과됐습니다. 이 법률로 1인창조기업이 최대 3~5억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생겼는데요. 정부지원자금이지만 엔젤 펀드 형식으로 IR을 통해서 펀딩을 받을 수 있는 일도 도우려고 준비중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단순한 임대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입주사들의 사업 자체를 활성화 시켜주는 비즈니스 매칭과 IR 등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로의 장기적인 계획들도 갖고 있습니다.
글로벌 비즈니스 인큐베이터로의 확장
예전에 무역업을 하면서 소기업들의 해외진출이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제가 직접 외국에 나가서 보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민박집이나 택시뿐이었거든요. 정부기관은 소기업이 문을 두드리기가 어렵습니다. 매출 얼마 이상의 중소기업 아니면 명함을 못 내미는 게 현실이니까요. 저희 입주사들 중에도 글로벌하게 진출하려고 하는 업체들이 있는데 르호봇 같은 좋은 시스템이 해외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주셔서 베트남에 르호봇 센터를 준비 중입니다다. 한국에서의 인프라를 현지에 심어서 시장조사, 통역, 파트너, 비서 등 국내 입주사들이 해외 진출하면서 만나는 어려움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현지에서 오랫동안 생활했던 전문가 그룹의 멘토링으로 해외 진출을 도와주려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맨땅에 헤딩하는’ 소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싶습니다. 베트남을 거점으로 수요가 많은 동남아로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비즈니스 인큐베이터, 르호봇이 만들어가는 미래
소기업이라는 트렌드는 글로벌 한 게 틀림 없습니다. 저는 무역업을 하다가 운 좋게 이쪽에 발을 들였는데 들어와서 보니 세계적인 트렌드가 점점 소기업화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코끼리와 벼룩>을 쓴 영국 경영학의 구루, 찰스 핸디는 이 책에서 수많은 벼룩들이 코끼리와 공존하는 모델로 변화할 거라고 예측했는데요. 실제로 수많은 개인과 소규모 사업자들이 출현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창업, 소기업, 이런 단어들이 이제 보통 명사가 됐잖습니까?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는 더욱, 일생에 누구든지 한번은 창업을 하게 되는 사회가 될 겁니다. 르호봇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글로벌 네트워킹을 갖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하고자 합니다. 소기업으로 시작해 큰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돕고 1인 기업도 세계로 나갈 수 있고 콜레보레이션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올바른 기업가 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인큐베이터이고 싶습니다. 센터에 있다보면 입주사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종종 돈 벌 생각만 하는 분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기업은 이윤을 남기는 게 목적이니까 맞는 말이긴 하지만 돈을 버는 게 성공이냐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잖아요. 돈이 성공의 최종 목표는 아닙니다. 이런 분들한테 돈 벌어서 뭐 할거냐고 물으면 대답을 잘 못해요. 파이널 골(final goal)은 돈 버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자신의 실현, 세상을 좋은 곳으로 변화시키고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 이런 것들이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아닐까요? 르호봇이 그 시작을 함께하는 곳이기를 바랍니다.
결국, 르호봇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비즈니스 인큐베이터”에 방점을 두고 싶은 바람이 있습니다. 소기업을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회사, 비즈니스 인프라를 지원하는 회사, 소기업들이 협력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 이것이 르호봇이 꾸는 꿈이고 르호봇이 만들어갈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