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결국 구조적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일자리 감소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종류의 원인이 지목되고 있다. 일단 과거에 미국 내에서 존재하던 일자리의 상당 수가 아웃소싱이 되어 국외로 이전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는 IT의 발달로 자동화가 일어나고, 외국에 생산현장이 있더라도 과거보다 훨씬 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 블로그에서 더욱 자세히 언급한 글들이 있으니 이를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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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관적인 전망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언제나 신기술이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김으로 인해서 결국에는 이들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산업혁명이 막 시작될 때에도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이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걱정하였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새로운 직업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기 시작했고,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과거보다 생활수준은 올라갔으며, 이로 인해서 실업이 그다지 장기적인 문제가 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의견은 분명히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옳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그 변화의 속도이다. 노동환경의 자동화가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면서, 노동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확보하지 못하고, 실업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산층으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고용을 끌어냈던 다양한 소매 매장의 점원들, 공장의 생산직원들, 다양한 회계/계산을 전담했던 인력들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잃고 있다. 수많은 전자상거래 서비스들은 지역의 다양한 도소매점들의 점원들의 일자리를 모두 없애버리고 있고, 자동화된 무인 키오스크들이 호텔과 공항 등의 서비스를 도와주는 다양한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 아마도 Siri와 같은 음성인식 기술이 활성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현재도 많이 대체되고 있는 콜센터의 직원들이나 고객과 상담을 하는 종류의 일자리도 타격을 입기 시작할 것이다. 다양한 효율증대를 위한 소프트웨어나 시스템들은 직장에서 잉여인력들을 많이 만들어내고, 이들은 결국 정리대상으로 분류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주어질 수 있을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답은 아마도 “No”일 것이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분명히 새로운 부의 분배가 일어나고, 새로운 사회의 요구사항에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날 것이며,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렇게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일자리를 새롭게 구하고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올 때에는 땅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와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고, 사회의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는 데에는 10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최근의 급격한 변화는 불과 몇 십년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다. 그리고, 이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등의 신흥개발국에서도 자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현재 일자리를 가진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적인 예상은 한 가지 일에 대한 경제적 가치가 떨어지면서 해당하는 일의 시간과 보수가 감소할 것이며, 이는 기본적으로 파트타임 일자리가 늘어나고, 여러 가지 일자리를 가지지 않으면 현재 수준의 수입을 보전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변화에 적응하는 사람들이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바뀐 환경에서 기존의 기술들은 거의 쓸모가 없기 때문에, 실직자들의 상황은 백지상태가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더라도 거의 경쟁을 하기 어렵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엄청난 경쟁률에 의해서 급료가 무척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과거 중산층을 형성했던 사람들이 모두 하류층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수명은 더욱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역설적이게도 현재의 최상류층은 더욱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이 많다. 기술의 수혜를 가장 많이 입고 있는 계층도 이들이다. 슬프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신경제의 혜택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던 IT기술과 다양한 자동화 기술 등이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극심한 변화가 산업시대에도 나타났었다. 19세기 미국인들의 90%가 농업에 종사했지만, 20세기를 시작할 때에는 40%, 현재는 2% 만이 농업에 종사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런 변화가 분명히 앞으로도 나타날 것이다. 현재의 IT기술이 지금까지 다양한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고,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지만, 새로운 혁신적인 기업들의 탄생들을 유도하면서 이들에 의한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최근의 변화에는 약간의 희망도 보인다. 과거 자본을 크게 소유하지 않으면 도전할 수 없었던 기업생태계에 적은 자본과 위험에도 새로운 혁신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늘고 있다. 이런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저렴하고 보다 강력한 도구들이 IT기술의 힘을 빌어서 탄생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전통산업을 잇는 강력하면서도 저렴하고,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들이 등장하면서, 이 플랫폼 위에서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탄생시킬 수 있는 새싹들이 많이 탄생해야 한다. 그것이 지난 수 십년 동안 기술이 일자리를 없앴다는 시각에 대해 기술이 사회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일종의 사회적 책임이다. 정부나 공공분야에서도 일자리와 새로운 경제시스템과 사회의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고, 저렴하면서도 쉽게 창업하고 이들이 사회에서 만들어진 전체적인 과실물들을 정당하게 수확할 수 있는 인프라와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시장규모와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는 개발독재 시절의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정책은 전면적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철학이 바로 나눔과 공유, 그리고 개방의 철학이다. 아마존이나 이베이, 그리고 중국의 알리바바 등은 그 자체로도 크게 성공한 기업들이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핵심자원을 공개하여 더욱 커다란 생태계를 창조하였다. 비록 작지만 이들의 자원과 브랜드 등을 활용하여 많은 소규모 창업자들이 자신들의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직업들이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도 이런 생태계적인 사고를 통해서 상부상조하고 동반성장하는 방법에 대해서 사회적인 압력에 의해서 움직이기 보다는 근본적인 사회변화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변화가 일어날 때 대부분의 실직자들이 새로운 직업에 도전할 수 있는 그런 인큐베이팅 시스템도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교육과 창업, 소규모 협업을 도와줄 수 있는 사회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스탠포드나 MIT의 온라인 IT 교육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IT기술이 전문가들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 배우고 쉽게 쓸 수 있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이들이 신기술을 쉽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대중과학 및 대중 IT기술의 시대를 여는 것이 이런 측면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런 교육 및 인큐베이팅 시스템 아래에서 실직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나 창업의 가능성을 찾고, 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지지를 하지 못한다면 너무나 빠른 변화의 시기에 하층민으로 전락한 사람들은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참고자료:
“Tectonic Shifts” in Employment
글 : 정지훈
출처 : http://health20.kr/2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