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지금 고흐와 교감중

해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 같은 유명 미술품 경매 회사에선 놀라운 기록이 줄을 잇는다. 잭슨 풀록이라는 미국 작가의 1948년 작품 는 지난 2006년 무려 1억 4,000만 달러(한화 1,800억원)에 이르는 가격에 팔렸다. 구스타프 클림트나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와 클로드 모네, 르누아르 등 당대의 거장도 경매 시장에선 몸값 높은 슈퍼스타다.

◇ 값나가는 명화, 수천억 호가 =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작품도 있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그 주인공.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루브르에 자리잡은 이 작품은 프랑스가 망하지 않는 한 팔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지만 전문가들은 굳이 가격을 매기자면 4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나리자의 가격을 알 수는 없지만 40년 전 일본 전시 당시 보험 액수만 당시 가격으로 4,300만 달러, 지금은 7억 달러(7,868억원 가량) 수준이라고 한다.

시세를 매길 수 있는 시장에서 빈센트 반 고흐는 오랫동안 스타로 군림해왔다. 1987년 그의 작품 <아이리스>는 539만 달러에 팔렸고 1990년에는 또 다른 작품 <가셰 박사의 초상>이 경매 시작 3분만에 8,250만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가격에 팔려 당시 최고가 기록을 갱신했다. 이 기록은 2004년까지 14년 동안 깨지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1897년 당시에는 58달러에 불과한 작품이었지만.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상>은 1억 3,500만 달러, 파블로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은 1억 416만 달러, 또 다른 작품인 <도라마르의 초상> 9,520만 달러, 클로드 모네의 <수련> 8,040만 달러, 르누아르의 <물랑 드 갈레트의 무도회> 7,800만 달러…. 적게는 수백 억에서 수천억 원까지 명화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복제가 가능한 사진의 최고가 판매액이 433만 8,500달러(한화 48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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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1919년작 수련(Le Bassin aux Nympheas). 지난 2008년 영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4,092만 파운드(한화 832억원)에 낙찰됐다.

왜 이런 천문학적인 돈을 내고 그림을 살까? 1970년대 미국 잡지 에스콰이어는 3가지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미술에 대한 사랑, 부의 과시 혹은 존경받고 상류사회로 진입하는 길이라고 믿는 사회적 이유 외에 투자 수익에 대한 기대감이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와인펀드처럼 아트펀드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 생활과 결합하는 예술 = 물론 누구나 명화를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명화를 비롯한 예술이 가치를 높여주고 이미지를 개선시켜 매출 상승 효과를 준다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상품과 결합해왔다. 명화를 이용한 아트 마케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쓰여왔다. 현대 미술작품과 달리 저작권자 사후 50년 이상이 지나면 저작권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명화는 IT 제품이나 서비스에서도 곧잘 활용된다. LG전자의 경우 고흐와 모네, 드가 등의 작품을 CF에 활용하는가 하면 지난 2006년 디자인 경영을 선포하면서 아트 가전을 꾸준히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데카르트(Techart) 마케팅이라는 말도 생겼다. 단순히 명화나 예술을 포장으로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 기술과 예술을 결합한 마케팅 기법을 말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아텍스포 전시관에 갤러리 전용 디스플레이 스마트 갤러리 패널을 선보인 바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와도 결합해 패널을 집에 설치하면 온갖 미술 작품을 내려 받아 감상할 수 있게 한 디지털 예술 작품을 표방한다. LG전자 역시 스마트TV를 통해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여 60만 점에 달하는 명화를 전문가 해설을 덧붙여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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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지난 2006년 아트 가전을 꾸준히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기록했다. 또 명화를 CF에 활용해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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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최근 갤러리 전용 디스플레이인 스마트 갤러리 패널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클라우드 서비스와 연동, 집안에서 온갖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명화를 활용한 재미있는 시도도 눈길을 끈다. 얼마 전 인터넷에 공개된 인터랙티브 애니메이션 동영상은 1889년 발표된 고흐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별이 빛나는 밤>을 21세기 방식으로 인터랙티브로 표현했다. 소용돌이를 치는 듯한 구름이나 성운, 태양처럼 불타는 달 등 작품에 직접 동참해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손가락을 구름 위에 대고 돌리면 구름의 흐름도 따라 바뀌는 식이다.

명화를 활용한 제품도 많다. 굳이 값비싼 제품이 아니더라도 요즘 잘 나가는 모바일 액세서리 역시 명화로 만나볼 수 있다. 아트뮤(www.artmu.co.kr)는 스마트폰 케이스나 보호필름, 태블릿 케이스나 노트북 파우치, USB 메모리는 물론 마우스 패드 같은 자잘한 액세서리까지 모두 명화를 담은 제품을 판다.

물론 명화를 비롯한 예술을 결합한 제품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주객이 전도되어 제품 자체의 가치보다 예술의 가치를 등에 엎으려는 데 더 관심이 많지 않느냐는 우려다. 업체 관계자 역시 “명화가 가치를 부여할 좋은 수단인 건 분명하지만 기본기가 먼저”라고 말한다. 빈센트 반 고흐는 “진정한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캔버스가 화가를 두려워한다”고 말했지 않았나.

글 : 이석원
출처 : http://lswcap.com/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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