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즐겨 보는 TV 쇼가 두 개 있다. 하나는 더 보이스(The Voice, 최근 MTV에서 이를 라이센스해서 ‘보이스 코리아‘를 만들었다)이고, 다른 하나는 샤크 탱크(Shark Tank)이다. 이 둘은 공통점이 있다. ‘서바이버(Survivor)‘의 프로듀서로 유명한마크 버넷(Mark Burnett)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마크 버넷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더 자세히 소개한다). 샤크 탱크의 ‘상어들(Sharks)’은 투자자들이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성공한 사업가 다섯 명이 나온다. 자신의 사업을 마텔(Mattel)에 무려 $3.5B (약 4조원)에 판 사업가 케빈(Kevin), 패션 브랜드 Fubu를 성공시켜 억만장자가 된 데이몬드(Daymond), 부동산 재벌 바바라(Barbara), 회사를 $350M (약 4천억원)에 매각한 로버트(Robert), 그리고 인포머셜의 황제 케빈(Kevin)이다. 이들 앞에 자신의 아이디어로 창업한 사람들이 나와 자신의 사업을 설명하고 회사의 지분을 판다.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다. 어떤 경우엔 아무에게도 인상을 못 주어 실망해서 돌아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다섯 명이 모두 관심을 보여 샤크들 사이에 접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샤크들은 서로 힘을 합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를 공격하며 자기가 더 나은 파트너라고 우기기도 한다. 너무나 빼어난 아이디어가 현실성이 없다며 돌아가는가 하면, 별 것 아니어보이는 아이디어가 선택되어 투자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 아이디어도 있는가 하면, 애플 파이, 비프 저키, 건강식 음료수, 아이들 장난감 대여 서비스, 새로운 개념의 청소 도구 등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소개된다.
아래는 기억에 남은 몇 가지 사업 아이디어들이다.
1. 아이들이 약을 쉽게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코끼리 인형, AVA The Elephant
샤크탱크 첫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아이디어이다. 다운증후군에 걸린 한 아이를 위해 보모로 일하고 있는 미국의 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티파니(Tiffany)는, 아이가 약 먹는 과정을 너무 싫어하기에 그 아이를 위해 뭔가를 만들어냈다. 바로 코끼리 인형이다. 코끼리 코 뒤쪽으로 약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자 하나~둘~셋~’ 하는데 그 때 물약을 입에 넣어준다.
나머지 네 명이 모두 사업이라고 볼 수 없고 너무 위험하다며 투자를 꺼렸지만, 바바라(Barbara)는 그녀에게 5만달러를 줄테니 사업의 55%를 달라고 이야기한다. 티파니는 그 투자를 받아들였다. 투자를 결정한 후 바바라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녀를 보면서 과거의 저를 봤어요. 분명 그녀는 해낼 거에요. 거기에 대해 전혀 의심이 없습니다.
과연, 그들은 해냈고, 지금 이 제품은 홈페이지, CVS Pharmacy, 아마존(Amazon) 등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팔리고 있으며,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티파니를 큰 사업가로 만들어 주었다. 얼마전 집 근처 마켓인 세이프웨이(Safeway)에 갔다가 이 상품이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세이프웨이를 통해 유통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텐데 그들은 해낸 것이다. AVA 상품 홈페이지에서 더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2. 콧구멍에 붙이는 필터, FilterYourLife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을 99% 차단하고, 유해 먼지를 대부분 차단할 수 있는 콧구멍에 직접 붙이는 필터인데, 처음 이걸 보고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분명 샤크들 중 누구도 투자하지 않고 돌려보낼 것이라 생각했다. 이 제품을 들고 나온 창업가 조(Joe)가 이것을 직접 착용하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너무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이다 (숨을 쉴 때마다 필터가 살짝 들어갔다 나왔다 한다). 그러나 그가 이미 170만개를 팔았다고 이야기하고, 아랍 에미리트와 $8 million (약 9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이야기하자 샤크들의 태도가 급히 달라졌다. 심지어 로버트(Robert)는 $4 million (약 44억원)에 회사 전체를 사겠다고 제안했다. 결국 그 협상은 결렬되었지만 그는 회사 지분의 30%를 주며 세 명으로부터 $750K (약 9억원)의 투자를 받아냈다.
3. 골프장에서 오줌이 마려울 때 남 몰래 쓸 수 있는 도구, UroClub
한 비뇨기과 의사(Urologist)가, 골프를 좋아하는 자신의 환자를 위해 들었는데, 만들고 나니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서 이것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싶다며 들고 나왔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골프 채처럼 생겼는데 그 안에 오줌을 눌 수 있는 클럽이다. 이거 보고 엄청 웃었다. 샤크들 대부분 ‘I am out’을 외쳤지만 한 사람은 그 아이디어가 재미있다며 작은 금액(2만달러였던 것 같다)을 투자했다. 내가 이 쇼를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나 사실적이고, 그래서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다섯 명의 샤크들은 자기 자신의 돈으로 투자하므로 매우 신중하고 (지금까지 세 시즌 동안 총 7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고 한다), 때로는 서로 자기가 더 나은 투자자이니 자신의 돈을 받아달라고 사업가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는 것 사업가를 나가 있으라고 한 후 공동 투자를 위해 협상을 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실제 투자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내가 엔젤 투자하면서 경험하는 과정과도 유사하다.
이것을 더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물론, “나라면 이 사업에 투자할까? 한다면 회사 가치를 얼마로 메길까?”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후, 구글에서 그 회사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다음엔 아마존이나 월마트에서 팔고 있는지 알아보고, 팔고 있다면 소비자 별점은 얼마인지를 찾아본다. 페이스북 팬페이지가 있다면 Like가 몇 개 있는지도 본다. 그러면 내 생각이 틀렸는지 맞았는지 알 수 있다. 시즌 1이 2009년에 시작되었기 때문에, 2, 3년이 지난 지금 결과가 어떤지 볼 수 있어서 좋다. 마지막으로, 이 쇼의 프로듀서, 마크 버넷(Mark Burnett)의 개인 이야기가 재미있어 소개한다[출처: 위키피디아]. 1960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그는 22살이 되던 해에 미국으로 이민한다. 처음 친구의 소개로 베벌리 힐즈의 한 가정에서 주급 $250를 받으며 보모(nanny)로 일을 시작했다. 그 후 말리부의 한 가정에서 일했고, 다음엔 작은 보험 회사에서 일했다. 2년 후에는 해변에서 개당 $18를 받고 티셔츠를 팔았고, 보험 회사에서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자 티셔츠 파는 일에 전념했다. 그러다가 1991년에 프랑스의 리얼리티 티비 쇼인인 Raid Gauloises에 출연했으나 우승을 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사업 기회를 발견한다. 미국에서도 이런 쇼가 통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그는, 미국에서 Eco Challenge라는 쇼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프로듀서로 등단한 후, 2000년에는 서바이버(Survivor)를 기획했는데 이것이 대 히트를 쳤다. 그를 ‘리얼리티 쇼’의 대명사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 이후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 더 보이스(The Voice) 등 수많은 쇼를 히트시켰고, 지금은 유명 인사가 되었다.
◆ 참고자료
*‘샤크 탱크에서 창업가가 배울 수 있는 7가지 교훈‘, Fast Company
*샤크 탱크 시청하기. Hulu에 시즌 1, 2, 3이 모두 올라왔있는데, 미국에서만 볼 수 있다.
글 : 조성문
출처 : http://sungmooncho.com/2012/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