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아(IKEA)가 발표한 TV+가구 컨셉의 우프리아바(UPPLEVA)가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가구 회사도 TV 시장에 진출했다고 타이틀을 뽑는 기사는 그 관심의 초점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가구 회사의 가전 진출이 아니라, 이케아가 여타의 가전 회사와는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복잡하고 끔찍한 TV 환경을 심플한 디자인과 경험으로 승화시키려고 노력했고, 그게 꽤 어필을 하고 있다는 것이죠. 존재하지도 않는 애플의 소위 iTV 루머에 비견하는 것이 좀 과하다 싶어도, 최소한 비전문가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할 때 바로 그런 다른 접근을 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쨌든 아직 상품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답답하던 차에, 익스피리언시아(experientia)의 마크 반더비켄(Mark Vanderbeeken)씨가 발품 팔아 올린 글이 있어 정리해봅니다.
이키아의 우프리아바는 세계 최대의 가구 박람회인 밀라노 가구 박람회를 위해 발표되고 전시되었습니다. 사진 자료와 소개 동영상은 저의 다른 블로그에 정리해 놓았으니 참고하시고, 여기서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부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프리아바’의 뜻이 ‘경험[experience]‘이라고 하니, 경험엔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가장 중요하겠죠?)
이키아에선 아직 우프리아바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습니다. 대신, 위의 마크 반더비켄씨가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 직접 가서 우프리아바 전시를 참관하고 관계자들을 만나 알아낸 정보를 두 매체 푸팅 피플 퍼스트(Putting People First)와 코어77(Core77)에 올려주셨는데, 전자는 우프리아바와 관련해 이케아에서 실시한 소비자 조사 결과에 관한 내용이고, 후자는 우프리아바의 UI에 관한 내용입니다.
우선 이키아가 TV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어떻게 파악을 했는지 살펴보죠. 이케아는 전 세계 다양한 조건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댁내 방문(in-house visit) 및 인터뷰, 그리고 유럽 지역 소비자 대상의 온라인 설문을 시행했다고 합니다. 여기에서의 인사이트는, 이키아 고객의 반은 거실을 바꾸고 싶어하는데 어지러운 것들을 감추고 미디어 기기들이 나머지 가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솔루션을 찾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찾은 소비자들의 주요 불편 사항은 이렇습니다.
- 코드와 전선을 감추기 힘듦(Lack of opportunity to hide cords and cables).
- 미디어 가구는 스타일리쉬하지 않음(Media furniture is not stylish enough).
- 원하는 대로 변형하기 힘듦(Inflexibility).
- 기계적 장치가 보이는 것이 싫음(Visible technical gadgets).
- TV와 가구가 어울리지 않음(TV and furniture mis-match).
이런 소비자의 소리를 듣고 해결해 준 것이 딱 이키아 우프리아바인 것이죠. (사실 온라인 조사 기간이 올해 2-3월인 점을 봤을 땐, 개발 전 분석용 조사라기보단 언론용 구색 맞춤으로 보입니다.) 자, 이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관심은 역시 리모트 컨트롤러인데, TV는 물론 DVD 등 주변기기까지 하나의 리모트로 해결한다고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러려면 주변기기를 다 이케아 것으로 사야 한다는 것!)
모양을 살펴보면, 크게 다른 점은 없습니다. 산뜻한 상앗빛의 심플한 모양이라는 것, 그리고 숫자키 등 추가 버튼 패드가 슬라이드 방식으로 감춰져 있다는 정도. 이제 스크린 쪽으로 가 볼까요? 먼저 홈 스크린. 여덟 가지의 메뉴 아이콘만이 큼직하고 화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구성을 보면, ‘Picture, Sound, PAP, Options, Media, Smart TV, Lock, Setup’으로 되어 있습니다. 좀 의아스럽죠? 일반적인 구성은 아닙니다. 모든 기능이 다 소개되어 있지 않아서 짐작할 수 밖에 없는데, ‘Picture’는 아마 사진을 보는 메뉴일 테고, ‘Media’는 그림으로 봐서 USB 외부 입력을 통한 미디어 파일 접근으로 보입니다. ‘Lock’은? 글쎄요, 뭐 TV를 못 보게 잠가놓나요? 어쨌든 ‘Lock’이나 ‘Sound(아마도 음향 모드 설정)’, ‘PAP(아마 Picture against Picture’ 또는 ‘Picture and Picture’라고, 화면 안에 또 화면이 있는 PIP가 아니라 화면을 분할해서 동등하게 두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을 이르는 것 같습니다.)’ 같은 기능은 시청 중 즉각적인 메뉴 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치고, ‘Option’, ‘Setup’은 어떤 기준으로 나뉘어 있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아래 두 메뉴 진입 화면을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Smart TV’는 이름을 봐도 알겠지만, 메뉴 화면을 보면 더 확실해집니다. 익숙한 격자 형태 앱 아이콘들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스마트TV의 애플리케이션 메뉴 화면이죠. 유튜브, 트위터, 페이스북, 비메오 등도 빠지지 않고 전면에 나와 있네요. 유튜브의 서비스 화면을 보시죠. 디자인은 꽤 단순해 보입니다. 아래에 얼마 전 발표된 구글TV용 유튜브 앱의 스크린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좀 있지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공되는 기능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글TV용은 디스커버 메뉴에 Animation, Automobile, … 이런 식으로 카테고리 리스트와 함께 우측으로 해당 카테고리의 채널 리스트가 함께 나오는 형태입니다. 우프리아바의 유튜브 화면도 보시면, 디스커버 메뉴에 Animation, Automobile, … 의 카테고리가 큰 썸네일 메뉴 구조로만 표현되어 있습니다. 아마 해당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하위 채널 리스트가 나오겠지요. 구글TV는 한 화면에 다 보여주는 방식이라 조금 복잡해 보이고, 우프리아바는 메뉴를 파고 들어가는 방식이라 단순한 그래픽이 가능한 것이죠. 둘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만, 글쎄요…
웹 풀 브라우저와 웹 검색 기능도 제공됩니다. 검색에 필요한 키 입력은 역시 전통적인(!) 방향키를 이용한 버튜얼 키보드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싱글 사인 온(single sign-on) 기능입니다. 다양한 앱들에 접근하려면 서비스마다 아이디/패스워드를 달리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특히 TV의 인터페이스에선 더 문제가 될 수 있겠죠. 우프리아바에선 SocialConnect.TV라는 싱글 사인 온 서비스를 채택하고 있는데, TV용 닉네임과 패스워드를 설정하고 이에 연계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계정을 등록하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입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봤을 때, 우프리아바의 점수는 그리 후하게 줄 수는 없겠습니다. 앞서 소비자 조사 결과의 결론을 보면 눈치를 어느 정도 채셨겠지만, 이키아의 목표는 쌈박한 가전용 가구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 훌륭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다 드러난 것도 아니고 실물을 본 것도 아닙니다. OS 플랫폼이 뭔지도 모르고, 앱스토어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원래 포스는 느끼는 것 아니겠습니까. 필이 안 옵니다. 차라리, 스마트TV 운운하지 말고, 정말 전통적인 TV, DVD, 셋탑을 조화로운 경험으로 승화시키는 데에 집중했더라면 이것보단 더 깊이 있는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글 : [게몽]
출처 : http://digxtal.com/?p=1174
+ Putting People First, Core77, M3, Ikea
+ 아 참, ‘IKEA’와 ‘Uppleva’의 한글 표기는 Forvo 서비스를 이용, 스웨덴 현지인의 발음에 가깝도록 각각 ‘이키아‘, ‘우프리아바‘로 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