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가정신은 8개의 ‘ㄲ’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 8개의 ‘ㄲ’에 대해서 살펴 보자.
첫째는 ‘꿈’이다. 모든 기업가는 비전(Vision) 즉 꿈이 있어야 한다. 기업가적 과정이란 꿈을 이룩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기업가는 자신의 꿈, 비전을 구현함으로써 이 사회의 가치를 창출하고 자아실현을 이룩하고 더 나아가서 타아실현을 도와준다. 생떽쥐베리는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면 나무를 다듬는 법이 아니라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으라’고 하였다. 꿈은 가장 강력한 자기 성취동기이다. 꿈이 없는 기업가는 기업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꿈의 실현을 통한 새로운 가치의 창출과 분배를 선순환하는 리더십을 기업가정신’이라고 나는 정리하고 있다.
두 번째 쌍기역은 ‘꾀’ 즉, 창조성(Creativity)라고 할 수 있다. 꿈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창조적 생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Creativity 즉, 창조성은 기업가정신을 구현하는 가장 핵심적인 덕목이다. ‘기업가란 혁신을 구현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동일한 일을 열심히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바람직한 기업가상이 될 수 없다. 바람직한 기업가상은 창조적으로 도전하는데 있다. 과거와 달라야 한다. 창조성, 바로 ‘꾀’는 기업가정신을 구현하는 필요조건이다. 창조성은 연습으로서 충분히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학자들의 주장이다. 경영의 구루(Guru) 피터 드러커는 창조성은 교육으로 발전 가능하다고 했다. 테레사 아마빌(Teresa Amabile)에 의하면 창조성의 발현에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한다( Expertise, Thinking tools, Motivation). 첫 번째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다. 건물을 높이 올리려면 바닥이 넓어야 한다. 창조성의 두 번째 요건은 창조적인 생각의 도구다. 창조적 생각의 도구는 크게 수렴형과 발산형이 있고 각각 TRIZ와 마인드맵으로 대표된다. 물론 창조성의 발현은 수렴과 발산의 선순환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문제의 발굴과 해결과정은 수평사고와 수직사고의 연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러한 생각의 도구들은 이미 스마트폰의 앱으로도 나와 있을 정도로 우리 가까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창조적인 생각의 도구를 활용하면 창조성 능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세 번째는 창조성 발현의 환경이다. 창조성은 새로운 것이고 도전이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99%는 쓸모 없는 아이디어라고 하지 않는가! 정말로 이 세상을 바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만 내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으나 불행히도 이는 불가능 하다는 것이 현실이다. 창조성 발현을 위해서는 새로운 생각을 하게 만드는 동기부여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바로 기업가정신 발현에서 ‘실패에 대한 지원’이 가장 중요한 환경요소일 것이다. 실패를 통한 학습을 통해서 통찰력을 키워나간다. 이것이 창조성을 키워나가는 요체인 것이다. 첫 번째 언급한 경험과 지식에 비하여 창조적 환경조성은 그 중요성을 인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꾀를 통하여 꿈을 이룩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가정신 발현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세 번째 쌍기역은 ‘깡’이다. 도전 즉, Challenge다. 우리 주변에 창조성이 있는 사람들은 많이 있다. 특히 대학교 교수, 연구소의 연구진들 중에 창조적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이들을 바람직한 기업가상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바로 기업가정신 구현에 필요한 충분조건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꾀가 필요조건이라면 깡은 충분조건이다. 창조성과 도전정신이 결합될 때 혁신이 이루어지고 이를 우리는 기업가정신의 구현 즉, 기업가상이라고 얘기한다. 도전과 창조는 기업가정신 매트릭스의 양대 축이다. 창조성은 있으되 도전정신이 없는 사람은 꿈꾸는 사람(Dreamer)이라고 한다. 창조성 없이 도전하는 사람은 도전자(Challenger)라고 한다. 바람직한 기업가상은 창조성과 도전정신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 혁신가(Innovator)를 뜻한다. 꾀라는 필요조건과 깡이라는 충분조건이 결합된 창조적 도전이 꿈을 이룩하는 기업가정신의 3대 축인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5가지의 한국기업가정신의 글자가 남아있다.
네 번째 글자는 ‘끼’다. 즉, 열정 Passion)이다. 꾀와 깡은 열정 즉, 꿈을 이룩하려는 치열한 사랑의 정신이 뒷받침되어야 지속 가능하다. 누구나 한번은 도전하고 한번은 창조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창조성과 도전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꿈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이 필요하다. 그 열정은 바로 끼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정신 구현과정에서 수많은 실패의 바다를 건너야 하고 그로부터 학습을 통한 통찰력을 얻게 된다. 그 과정은 치열하고 고난으로 가득 차있다. 이러한 고통의 과정을 극복하는 에너지는 바로 끼, 열정이다. 성공적인 기업가들 중에 열정이 없는 사람은 없다. 비록 겉으로는 쿨해 보이더라도 자신이 이룩하고자 하는 목표, 꿈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의 싹을 마음속에 키우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다섯 번째 글자는 ‘끈’이다. network, 즉 인맥이다. 한국사회의 혈연, 지연, 학연 등의 닫힌 인맥의 부작용으로 인한 공정한 기회상실 문제로 인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인맥 그 자체는 기업가적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모든 것을 내가 다 하려는 사람은 혁신적인 창조물을 만들기 어렵다. 남들과 협조할 줄 아는 사람이 자기 분야에 진정한 혁신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의 과정에 필수적인 끈, 네트워크는 기업가로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하버드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성적, 체력 등 모든 요소에 비하여 인맥이었다고 한다. 폭넓은 인맥을 통해서 기회의 포착을 하고 문제 해결의 협조를 구하고 위기대응에 대안을 모색하는 자산, 바로 끈이다. 많은 벤처사업가들은 이러한 끈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경향들이 있다. 내가 실력이 있고 좋은 기술을 만들면 되지 무슨 인맥이 필요한가? 그러나 기업가적 성공에는 많은 다양한 요소들이 필요하다. 이러한 요소들을 뒷받침하는 가장 기업가적인 방식이 훌륭한 인맥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맥구축은 개방적 인맥이어야 한다. 한국의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은 폐쇄적 인맥이 아니라 개방적 인맥을 통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많은 최고 경영자 과정도 좀 더 개방적 과정으로 발전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러한 인맥형성 과정에 각 분야별로 허브(Hub)에 해당하는 사람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소셜 네트워크 분석에 따르면 모든 분야별로 인맥의 중심에 해당하는 허브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내가 문화, 예술, 철학, 문학, 물리학, 생물학, 경영학, 경제학 등 모든 분야에 정통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각 분야에 허브에 해당되는 사람을 알 수 있다면 창조적 도전을 통한 문제 발굴과 해결과정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글자는 ‘꼴’이다. 이미지(Image) 혹은 브랜드(Brand)다. 인맥을 형성하고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나만의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이 사회에 바람직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나의 이미지가 바로 꼴이고 나의 브랜드가 된다. 사회적 연결망이 돈보다도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확실한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은 수억의 자본보다도 중요하다. 브랜드의 중요성이라는 것을 소셜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하는 초연결 시대에 들어서면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관심경제라고 한다. 콘텐트는 넘치고 있다. 이제 지식은 만들어지는 순간 쓰레기가 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콘텐트 과잉시대에 나를 알리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워진다. 결국 나를 상징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중요한 기업가적 과정인 것이다. 꼴, 기업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꼭 명심해야 할 글자다.
일곱 번째는 ‘꼭’이다. 트러스트(Trust), 즉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당장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큰 사업을 일으키기는 어렵다. 기업가에게 돈보다 중요한 것이 신용이다. 개성 상인의 가장 큰 자본은 신용이라 하지 않는가? 한번 얘기한 약속은 꼭 지킨다는 브랜드를 형성함으로써 상대방에 협조를 구하는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다. 모든 조직이 신뢰가 형성되면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불신을 바탕으로 하는 조직은 엄청난 비효율성을 가져온다. 창조성이 억제된다. 잘못 된 것을 없애기 위해서 창조성의 싹을 자르기 때문이다. 꼭 한다는 마음가짐은 기업가 이전의 상인의 기본적인 도리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꺽’이 있다. 한동안 코미디 프로에 나왔던 ‘꺽기도’의 꺽이다. ‘꺽’은 ‘깸’과 통한다. 늘 깨어있어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현상을 깨고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다. 기업환경이 변하고 요소 자원들이 변하고 핵심기술이 변화한다. 근본가치는 변하지 않더라도 기업은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변화해야 한다. 앞으로 미래는 두 가지 대응 시나리오가 있다. 하나는 미래변화를 예측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변화하는 미래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미래예측이 불가능 해진다고 얘기하고 있다. 좀더 가능성 높은 생존방식은 유연성 즉, Agility가 아닌가 한다. 유연한 기업은 환경변화에 생존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생물 종의 진화과정에서 입증된 바가 있다. 이와 같이 유연성(Agility)이 미래기업의 생존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될 수 있다.
기업가정신의 덕목으로 8개의 ‘ㄲ’으로 충분할 수 있다. 그러나, 좀더 인간적인 면으로 확대해 보면 ‘꽃’과 ‘껄’을 추가 할 수 있다. 꽃은 내면의 아름다움, 따뜻한 배려다. 결국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리더십에는 당연히 꽃의 매력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껄은 호연지기다. 지나치게 민감하면 사람이 떠난다. 큰 흐름을 보고 큰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은 작은 이해 관계를 넘어선다. 껄껄 웃고 더 큰 가치를 추구하는 큰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국의 기업가정신을 정리해보자. 8개의 ‘ㄲ’ 꿈, 꾀, 깡, 끼, 끈, 꼴, 꼭, 꺽(깸), 한국의 기업가정신에 꼭 필요한 8개의 글자와 ‘꽃’과 ‘껄’의 2글자를 추가한 10개의 글자들이다.
(이상 내용은 배종태 교수와 상호 토의 내용임을 밝힙니다.)
글: 이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