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이후 혹독한 시련의 시간이 찾아온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절실함과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
31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모바일 창업 코리아 2012-슈퍼스타M`의 3부 행사로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 참가자들은 최근의 창업붐에 대해 도전정신은 높이 평가했지만 준비가 돼있지 않은 창업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토론은 김현진 레인디 대표의 사회로, 고영하 고벤처 회장,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등이 참가했다.
다음은 창업 콘서트 1부 `세대공감, 기업가 정신` 토론 내용 전문.
▲김현진= 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고영하= 기업가 정신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지 100년 됐다. 매 시대마다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 한 사회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성장돼 나가기 위해서는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다. 세종대왕 때 한글도 만들고 여러가지 업적이 있는데 그 때 세종대왕의 기업가 정신이 발현이 돼 태평성대가 찾아왔다. 이조 말에는 그런 기업가 정신이 쇠락해서 국권을 침탈당했다. 모든 사회 공동체는 항상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다.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 필요하다. 기업가 정신이 왕성하면 그 시대가 융성해진다.
▲노정석= 다르게 세상을 보는 눈이다. 누구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는 기회가 된다. 세상을 다르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둘째로 그 시각을 신념화하고 끊임없이 실행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식으로 요약하면 `Stay Hungry, Stay foolish`다. 우리식으로는 헝그리 정신, 무대포 정신으로 축약되지 않을까 싶다.
▲표철민= 세상에 내 분신을 남기는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느낀 점은 경험과 배움을 내가 만드는 제품에 담아서 보여주는 일이다.
오늘 우승하신 `주식회사 원`의 박 대표를 2년전에 본 적 있다. 사무실 놀러간 적 있다. 그때 사무실에 단 2명이 있었다. 사업 계획을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해줬다. 그게 현실로 이뤄지고 우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 안 된다고 하는 일을 성공시켜 검증받는 과정이 바로 기업가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김현진= 한국에서의 기업가로서 가져야할 기업가 정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영하= 창업에서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된다. 미국이나 유럽은 창업 환경이 잘 정비돼 있다. 누구나 창업을 쉽게 도전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대학생들의 3~5% 정도만 창업에 도전한다. 미국은 70%가 창업을 하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대학생 55만명중 30만명이 9급공무원 준비하는 게 현실이다.
창업 정신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업해서 꼭 성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패하면 정말 어려워진다. 잡스가 창업한 지 30년이 됐다. 잡스의 창업 당시의 미국이 현재 대한민국과 비슷하지 않나 생각한다. 한 번 실패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 헝그리 정신을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
▲김현진= 고영하 회장은 벤처 1세대인데 어떻게 창업을 하게 됐나.
▲고영하= 시대적인 산물이다. 74년에 대학에 들어갔는데 당시 시대상황은 학생들이 공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교도소에 가게 되고 학교에서 쫓겨나니까 할 일이 없었다. 포장마차도 하면서 고민을 하다가 창업을 생각했다. 당시 모파상이라는 게 있었다.
지금의 벤처다. 26에 창업해서 사업하다가 우여곡절 겪었다.
고벤처 포럼 시작한 게 5년이 됐다. 몇명의 젊은 CEO와 같이 시작했다. 시대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긴 세월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유능한 능력을 가졌지만 퇴출된 사람들의 경륜과 경험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젊은이들 창업할 때 경험을 접목시켜주면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시작하기 잘했다하는 생각이 든다. 창업에 대한 열망이 커져가면서 창업에 대한 열정이나 아이디어는 많은데 준비는 정말 안 돼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교육을 전혀 받아본 적이 없고 열망만 있을 뿐이다. 노하우 부분이 축적되지 않았다. 나이든 사람들의 경험이 이 분들에게 접목이 되면 창업 문화 발전에 도움될 것이다.
▲김현진= 노정석 대표는 티켓몬스터에 투자했는데 계기는. 그리고 창업 열정이 식지 않는 이유는.
▲노정석= 회사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게 팀리더다. 독특한 시점 갖고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간에 한방향을 같이 나가는 팀원이 있어야 한다. 티몬을 처음 만났을 때 남들이 다 안된다고 할 때였다. 나도 논리적으로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 팀을 보면서 이게 아니더라도 나중에 뭔가 하겠구나 싶었다.
96년 해킹사건 때문에 구치소에 잠깐 있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상태였다. 할 것도 없는 상태였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보니 인터넷 보안쪽이었다. 되돌아보면 대학 때 누구랑 놀았냐로 인생의 방향이 많이 갈리는 것 같다.
▲김현진= 최근 제2의 창업붐이 일고 있는데 이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고영하= 창업자들은 DNA가 다른 것 같다. 안정된 직장을 찾아 가려는 사회에 혼자 창업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대단한 용기를 가진 것이다.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사회안정망이 안 돼 있다. 한 번 실패하면 자기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삶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걱정 앞선다. 그러나 도전 정신으로 끝까지 인내하면서 7전8기로 버텨내면 분명히 뭔가 이뤄낼 것이다.
지금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더라도 10년, 20년 후에는 다른 직장을 생각해야 하는 세상이다. 변화가 워낙 빠르기 때문이다. 차라리 젊었을 때, 도전정신이 많을 때 조금 인내하면 평생 잘하고 즐거운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김현진=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이 찾아올 텐데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해주나.
▲노정석= 한국은 창업하기 힘들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 전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구글에서 나를 가르쳐줬던 멘토가 있다. 그가 성공의 요소를 운과 신념이라고 말했다. 누구나 운이 찾아오는 데 올 때까지 못 기다리고 도망다닌다는 것이다. 가만히 서있는 신념이 필요하다. 젊은 창업가분들을 보면 창업하고 나서 안 된다는 사람 많다. 그 시간을 견뎌야 한다. 안정된 직장을 찾은 다른 동료들을 보면서 초라함을 견디는 게 어렵다. 하지만 그 고비를 넘어서면 좋은 시절이 온다. 기업가는 기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어려움을 견디는 신념이 필요하다.
▲김현진= 표철민 대표도 예비 창업자들이 많이 만나자고 할텐데.
▲표철민= 안 만나주는 편이다. 우선 내가 성공을 해야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요즘은 호시절이다. 선배들이 인큐베이터도 만들고 기회도 많다. 이런 행사도 과거에 없었던 기회들이다. 우려가 되는 것은 준비가 안 된 창업자들이다. 이런 분들이 혹독한 시련의 시간을 거칠 준비가 됐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걱정이 된다.
창업을 하려고 하는 학생들은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 2년 뒤에 그 어떤 때보다 경쟁이 치열한, 생존을 위한 검증의 시간이 오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나도 창업할 때는 이 분야에 회사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 창업하라면 경쟁자가 많아 과연 잘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현진= 요즘 창업자들은 해외 진출에도 관심이 많은데.
▲표철민= 나도 해외진출을 공부하고 있다. 많이 불어본다. 단순히 웹을 단순 번역해서 올리는 건 아닌 것 같다. 굉장히 스마트한 벤처는 본사를 미국에 두고 연구개발조직을 한국에 둔다. 전략적이다. 우선 철저한 로컬라이징이 필요하고, 현지에서 시작을 바로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고영하= 모바일 시대 도래했다. 하지만 미국이나 중국에서 성공하기는 정말 어렵다. 미국에 수많은 기업이 갔지만 성공한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첫째는 아이템에 대한 세계적인 경쟁 환경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생각만 가지고 도전하는 것을 많이 봤다. 철저하게 사전에 경쟁사의 비즈니스 모델, 경쟁 환경을 연구하고 도전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절대 한국 사람들이 가서 성공하기 어렵다. 미국 현지의 협력자가 필요하다. 현지 파트너로 영입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창업하기에는 훨씬 좋은 환경이지만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투자하지 않는다. 미국 현지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수월하다.
미국은 우리보다 앞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무섭게 커가고 있는 중국시장이 기회의 땅일 수 있다. 중국을 많이 공부하고 준비해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김현진= 마지막 한 마디씩 해준다면.
▲고영하=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한 사례가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한 사람이 있다. 초기에 프랜차이즈를 시작할 때 자기 나름대로 룰을 정했다. 대리점 모집할 때 기존 대리점의 반경 300m 안에는 대리점 주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사업이 잘 되면서 이 원칙이 없어졌다. 결국 법적 소송까지 갔다. 소송에 시간을 뺐겼고 명성에도 손상이 갔다. 이런 경우 원칙을 정해서 뱉은 말에 책임을 진다고 했으면 오히려 어떤 대리점주도 신뢰를 갖고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을 것이다. 좋은 아이템이 있었지만 소탐대실로 어려운 상황이다.
▲노정석= 이것이 아니면 죽는다라는 절실함으로 하루 하루를 헤쳐 나가야 한다. 절실함이 있으면 다 할 수 있다. 내가 가고자 하는 업에 목숨을 바칠 정도로 각오가 돼있는지 스스로 따져봐야 한다. 진중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표철민= 최근에 진지함이 없어서 루비콘게임즈가 망한 게 아닌가 싶다. 돌이켜보면 소셜게임 붐에 편승해서 회사를 팔려고 했던 마인드가 문제였다. 반성을 많이 했다.
요즘 느끼는 것은 상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가 맘에 들어도 사줄 게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면 의미가 없다. 성공한 좋은 선배들을 많이 찾아뵈야 한다. 초창기에 찾아가서 듣는 얘기는 잘 들어온다. 그러면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다.
글: 고득관 / 전경운 기자
출처: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2&no=332331